광남일보와 월드비전 광주전남지역본부, 광주시교육청, 전남도교육청은 지난 10월 14일부터 22일까지 ‘교육지도자 월드비전 에티오피아 사업장 모니터링’ 방문 행사를 가졌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본보와 월드비전 광주전남지역본부 공동 ‘에티오피아 어린이 돕기 사랑의 빵’ 모금운동 행사로 모아진 성금이 현지에서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도와준 혈맹국 에티오피아를 돕기 위한 월드비전 광주전남지역본부의 ‘사랑의 빵’ 행사는 18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번 방문에는 이용덕 순천왕지초 교장, 위성미 순천성동초 교장, 양인승 광양가야초 교감, 노영호 광주교대목포부설초 교감, 양남근 여수웅천중 교장, 김명옥 화순도암중 교장, 양현숙 영암신북중 교장, 정형복 순천감남여고 교장, 김재홍 광주학운초 교장, 임주영 광주신창초 교장, 배명희 광주신암초 교장, 우경근 광주무학초 교장, 이광자 광주동운초 교장, 정남석 광주치평초 교장, 왕태황 성보종합건설 대표, 그리고 월드비전 지역본부의 정병원 본부장과 신동석 팀장, 김승열 대리, 월드비전 한국본부의 김지영 간사 등이 참여했다. 방문단의 활동상과 에티오피아 현지의 삶을 4회에 걸쳐 정리한다.
17년만에 다시 에티오피아를 찾았다. 2001년 월드비전의 에티오피아 사업장 동행취재 후 이번이 두 번째.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에티오피아는 정말 변해도 너무 변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 거리는 차량들로 가득했고, 도심 곳곳은 거대한 고층 건물 공사장이었다.
17년 전 거리 어디서건 하릴없이 앉아있던 주민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대신 양손에 주렁주렁 상품을 들고 정체된 차량 운전자들에게 구입을 손짓하는 젊은이들이 우글거렸다.
차량은 거리에 가득했으나 신호등도, 차선도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다. 차선이 없으니 행렬이 꼬이기 일쑤고, 신호 등이 없으니 먼저 머리를 들이대는 차가 우선인데도 차량통행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건설 중인 고층건물은 거의 중국자본이라고 한다. 2000년대부터 불어닥친 중국의 ‘going out(해외진출)’ 전략은 에티오피아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1년 당시 아디스아바바 도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방문단이 머물던 5층짜리 호텔이었는데, 지금은 수십 층의 건물을 적잖게 볼 수 있고, 30층 높이의 아파트 단지까지도 건설되고 있었다.
건설 붐은 일자리를 찾는 시골의 젊은이들을 아디스아바바로 쉴 새 없이 끌어들었다. 도심은 현대화의 상징인 건설 기계와 자동차가 만들어내는 소음과 매연으로 가득했다. 유통이나 서비스업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던 도심에는 식당과 의류매장, 커피전문점, 쇼핑센터 등이 성업 중이다.
틈만 나면 정전이 되는 등 아디스아바바의 전력사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지만, 도심의 식당과 술집들은 한밤중까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중국자본으로 건설된 도심 경전철은 에티오피아가 현대화에 진입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직 일부 구간만 개통된 경전철이지만, 매일 출퇴근 시간이면 전철을 이용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한다. 이 곳 자동차의 90%는 일본 도요타 제품이다. 오로지 수입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신차 값이 매우 비싸 대부분 중고차를 이용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아디스아바바의 매연문제는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궁핍함 면치 못하는 농촌
농촌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2001년 방문 당시 필자는 이 나라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해서 무엇을 먹고 사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땅덩이는 한반도의 5배나 되지만 논이나 밭을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주민들은 마을 근처에서 간단한 잡곡을 심을 뿐이었고, 광활한 대지 대부분은 초원 상태로 남아있었다. 드넓은 초원에 소나 산양이 뛰어노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같았지만 가축 몇마리에 불과한 생산력은 미미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황폐했던 평야에 테프(teff·에티오피아의 주식)와 밀, 옥수수 등의 곡물이 무성하게 경작되고 있었다.
방문단이 아디스아바바에서 월드비전 현지사업장이 있는 에네모레나로 이동하던 중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목격할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테프 농장이었다. 에티오피아에서도 기계화를 통해 대단위 영농이 시작된 것이다.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광활한 대지에서 바람에 흔들려 거대한 파도처럼 보이던 테프 농장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농촌 주택의 모습도 점차 변화하고 있었다. 과거 흙과 유칼리투스 나무를 이용해 원형으로 벽을 쌓고 그 위로 샤르라는 풀짚 지붕을 올린 전통가옥 고조벳(샤르비쓰)가 일색이었으나 지금은 블록벽돌에 양철지붕의 현대식 건물이 속속 자리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현대화 물결은 각 분야에서 수치적으로도 확인된다. 필자가 처음 찾았던 2001년 에티오피아의 평균수명은 고작 43.4세였으며 1인당 국민총소득은 100달러에 불과했다. 당시 수명이 이렇게 짧은 것은 기근과 질병에 따른 높은 유아사망률이 주원인이다. 하지만 현재 평균수명은 64.1세로 늘었고, 1인당 국민총소득도 1천428달러로 높아졌다.
그렇다고 기층민의 삶이 크게 나아진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도입 후 빈부의 격차가 극심해지고 있고, 도시 빈민과 수도 아디스아바바 곳곳은 고층건물 공사가 진행 중이다. 거리에서는 운전자들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젊은이들도 쉽게 볼 농촌 주민들의 삶은 여전히 기아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월드비전 에티오피아 본부 건물 앞에서 잡은 방문단 단체사진

월드비전의 첫 번째 사업지
방문단의 첫 번째 행선지는 아디스아바바 남쪽 쉔콜라 지역에 있는 코리아 빌리지였다.
한국전 때 16개국 연합군의 일원으로 파병된 에티오피아인은 5천여명. 당시 122명이 전사했고 536명이 부상을 입었다. 전쟁이 끝나 고국으로 돌아간 이들은 이곳에 하나 둘 모여 집을 짓고 살면서 ‘코리아 빌리지’를 형성했다.
하지만 귀국한 파병용사들에 대한 대우는 좋지 않았다.
한국전쟁 당시 파병을 결정했던 셀라시에 황제를 1974년에 축출하고 들어선 군부정권은 사회주의 체제를 주창하면서 자본주의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파병용사들에게 싸늘하게 굴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주던 연금을 없앴고, 특히 소말리아 내전 때는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징집해 최전선에서 총알받이로 쓰기도 했다.
반세기도 훨씬 지난 지금 파병용사는 거의 세상을 떠났고 후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디스아바바 도심은 날로 현대화되고 있건만 이곳 코리아 빌리지의 낡은 양철지붕과 금 간 담벼락, 노출된 하수구의 시궁창은 17년 전이나 마찬가지였다.
궁핍한 삶을 사는 파병용사와 가족들에게 처음으로 힘을 준 것은 우리나라 정부가 아닌 바로 월드비전이었다. 코리아 빌리지는 월드비전의 에티오피아 첫 번째 사업지이다.
코리아 빌리지에 사는 노병과 가족 상당수가 월드비전이 설립한 사업장에서 작은 수입을 얻거나 원조금을 받고 있다. 이곳에 월드비전의 지원금으로 설립한 사업장은 방앗간 4개와 카센터 1개, 채석장 2개 등 7개에 달한다. 방앗간은 단순히 정미하는데 그치지 않고 밀가루를 만들고 있으며 최근 제과제빵 사업까지 연계하고 있다. 물론 이곳의 초등학교도 지난 1999년 월드비전(대전 출신 이재우씨 5천만원 기증)의 지원으로 설립됐다.
코리아 빌리지에 대한 월드비전의 지원사업은 종료됐지만, 월드비전은 여전히 이 마을에 어려움은 없는지 관심을 두고 있다.
방문단은 인근의 한국전 참전기념탑을 찾아 헌화 후 묵념을 올렸다. 이 기념탑은 2006년 국가보훈처와 춘천시(파병 에티오피아인들이 활약했던 곳)가 건립한 것이다. 기념탑 옆 기념관도 조성돼 있으나 휴일이어서 내부는 둘러보지 못했다.
방문단은 다시 이곳 초등학교를 들러 학용품과 옷, 축구공, 사탕 등을 전달했다. 학교 아이들이 단체로 나와 방문단에게 박수를 치며 감사의 노래를 불러줬다. 학교 건물 벽면은 태극기를 비롯 한국의 전통놀이와 문양 등을 그려 장식해 놓았다. 대한민국에 대한 이들의 식지 않는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