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호·제68호) 광주·전남 교육지도자 방문단은 에티오피아 방문 이틀째 월드비전의 사업지가 있는 에네모레나 에너(이하 에너)로 이동, 본격적으로 사업장 모니터링에 나섰다. 에너는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198㎞ 떨어져 있는 농촌으로 71개 마을에 인구 26만명이 살고 있다.
에티오피아 전역이 그렇듯 에너지역 주민들 역시 가장애로를 겪는 것은 교육과 식수, 그리고 가난 문제이다.
61%에 달하는 성인 문맹률은 이 나라 발전의 가장 큰장애물이 되고 있다. 또 국민의 65%가 흙탕물인 강물을 퍼다 가라앉혀 사용할 정도로 심각한 식수난을 겪고 있다.
국민소득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에티오피아 국민 가운데 하루 1.25달러 이하의 생계비로 살아가는 인구 비율이 36.8%에 달하는 등 여전히 국민 세 명 중 한 명이 매우 곤궁한 삶을 살고 있다.
월드비전은 이런 애로사항에 맞춰 지원사업을 학교 건립과 교육 지원사업, 식수 및 보건 위생, 경제자립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방문단은 우선 학교시설 모니터링에 나섰다. 에너지역엔 지난 10년간 월드비전의 도움으로 모두 29개의 학교가 세워졌고, 현재 9개의 학교가 월드비전의 지원으로 지어지고 있는 중이다. 또 9개 학교 중 5개 학교에 광주·전남에서 모금된 성금이 투입되고 있다.
월드비전의 에너사업장 학교건립 사업은 ‘리소스 리치스쿨’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데, 리소스 리치 스쿨은 일반교실은 물론이고 도서관, 과학실, 수도시설, 놀이시설, 여자 상담실 등을 고루 갖춘 복합시설 학교이다. 학교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시설들이지만, 이 나라에서는 이렇게 복합 시설을 갖춘 학교가 거의 없다. 월드비전의 학교건립사업이 이 나라에선 학교 건립의 모범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맨 처음 방문한 학교는 코사디 초등학교. 1974년에 개교해 현재 500여명의 학생들이 18명의 교사로부터 지도를 받고 있다. 이 나라 초등학교는 우리와 달리 8학년제이다. 대신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각각 2년씩이어서 대학에 가는 나이는 우리와 같다.
운동장은 거의 무릎까지 자란 잡초로 무성했다. 진흙을 켜켜이 쌓아 세운 교실 벽은 여기저기 갈라지고 있고, 하나로 구성된 책걸상은 낡을 대로 낡아 있다. 실내등이 없어 교실 내부는 늘 어두컴컴했으며, 표면이 갈라지고 구멍까지 난 칠판은 단연 압권이었다.
초등학교 건물 뒤편에 4∼6세의 유아들이 다니는 영유아교육센터가 있어 내부를 들여다 보니 장난감 하나 없이 덩그런 교실바닥 뿐이었다.
운동장 한쪽에서는 새로운 건물이 세워지고 있다. 바로 월드비전의 지원으로 내년 초에 완공될 교실 건물이다. 지금 한창 콘크리트 바닥 기초 위로 기둥이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방문단은 공사장 앞에서 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기공 현판식을 가졌다. 영어로 쓰인 현판은 광주시교육청과 전남도교육청, 광남일보, 월드비전의 지원으로 이 건물이 건립됐음을 명시하고 있다.
현판식을 마친 방문단은 가져온 선물꾸러미를 풀어 어린이들에게 전했다. 선물은 각종 학용품에서 축구공, 사탕까지 다양하다.
에너사업장 모니터링 이틀째 방문학교는 에바라니 초등학교. 이곳에서 방문단은 직접 수업을 진행하는 시간을 가졌다. 방문단은 수업에 앞서 1학년 교실에 들러 수업진행 과정을 지켜봤다. 여자어린이가 나와 분필로 칠판에 써가며 덧셈과 뺄셈 과정을 보여줬다. 조그만 손가락을 놀려 가며 숫자를 기입하고 답을 적어내는 모습에 방문단은 박수를 보냈다.
이제 우리 교장선생님들이 나설 차례. 수업은 방문단을 광주시교육청과 전남도교육청 두 개 파트로 나눠 진행했는데, 광주시교육청 소속 교장단은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전남도교육청 소속은 교실에서 음악수업을 진행했다.
음악수업은 음악이 전공인 양인승 광양가야초 교감의 주도와 노영호 광주교대목포부설초 교감의 지원으로 어린이들에게 아리랑을 불러보게 하는 것이다. 아리랑 노래의 마디를 끊어 반복시키고 다시 한 소절을 따라하게 하는 방식으로 여러 차례 반복시키다 보니 어느새 아이들 입에서 제법 그럴듯한 아리랑 노랫가락이 흘러나왔다. 한 반에 20분씩 3개반을 돌면서 이렇게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양 교감의 얼굴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됐고 목소리는 그만 쉬고 말았다.
광주팀은 운동장에서 줄넘기 수업을 진행했다. 단체가 참여하는 긴 줄넘기와 개인 줄넘기 두 가지를 병행했다.
긴 줄넘기를 돌리는데 임주영 신창초 교장, 배명희 신암초 교장이 나섰고 이광자 동운초 교장은 줄을 넘는 시범을 보였다. 줄 돌리기에 힘에 부치자 우경근 무학초 교장과 김재홍 학운초 교장이 가세했다. 돌아가는 줄에 들어가 뜀을 뛰는 시범에 따라 어린이들이 동참했으나 처음 해보는 것인지라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다음으로 방문단이 기증한 개인 줄넘기를 나눠받은 어린이들이 교장단과 함께 운동장에서 단체로 줄넘기를 실시했다. 이곳 운동장 역시 잡초가 무성해 줄 돌리기가 용 이하지 않았음에도 대부분 어린이들이 별 무리 없이 줄을 넘었다. 노래 배우기에서 줄넘기까지 이방인들과 아이들이 격 없이 어울리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학교에서도 신축 건물 현판식이 진행됐다. 운동장 한 쪽에서 내년 초 완공목표로 신축공사가 한창이었는데, 이 건물 역시 광주와 전남지역 학생들이 모금한 성금으로 지어지는 것이다.
선물 증정식도 열렸다. 정남석 광주치평초 교장이 자신의 학교 어린이들이 정성껏 모아준 선물꾸러미를 이곳 어린이들에게 전달했다.
방문단의 학교 교육 모니터링은 또 다른 리소스 리치 스쿨인 산다카 초교와 보르타니 초교에서도 이뤄졌다.
산다카 초교는 월드비전이 미화 10만달러를 투입, 교실과 교육기자재를 개선해준 것을 비롯 화장실과 영유아교육센터 등을 마련해준 곳이다.
방문단이 학교에 도착하니 어린이들과 많은 지역 주민들이 환영해줬다. 알함두(5학년) 어린이는 방문단에게 "교실환경을 개선해준 월드비전에게 감사드린다. 공부 열심히 해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월드비전의 학교 건립사업이 추진된 뒤 교육시설이 없어 고향을 떠나던 주민들이 다시 귀향하고 있다고 한다.
또 학교에 남녀 구별된 화장실이 만들어지면서 여학생들의 학교 출석률도 급증하고 있다. 월드비전의 지원사업이 주민과 어린이들에게 무한한 긍정의 힘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보르타니 초교는 실험실과 도서관, 교육자료실, 영유아교육센터, 식수시설, 보건실, 화장실, 여학생상담센터 등 시설 면에서 리소스 리치 스쿨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60∼70년대에나 사용했을 법한 학습기자재나 과학실의 조잡한 인체 모형, 열악한 실험 장비 등은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 학교에서도 내년 완공예정인 새 건물 기공 현판식을 가졌다. 터파기 작업이 끝난 예정부지 앞에서 정형복 순천 강남여고 교장과 왕태황 성보종합건설 회장이 방문단을 대표해 현판식을 가졌다. 이용덕 순천왕지초 교장과 위성미 순청성동초 교장의 선물 증정식도 함께 열렸다.
에너사업장 모니터링 사흘째, 방문단은 도바 초교를 찾았다. 월드비전이 미화 17만달러를 투입해 지은 새 학교 건물 준공식을 갖기 위함이다.
학교 운동장에는 수많은 어린이들이 "월컴 월컴"을 외치며 방문단을 열렬히 환영했다. 이곳에 학교가 없을 때만 해도 멀리 떨어진 곳까지 걸어가야 했으나 새로 학교가 생기면서 지역 주민들의 자녀 교육문제를 해결했다.
이 학교 메네세 함델라 교장은 환영사를 통해 "먼 길을 와주신 여러분을 환영하고 여러분의 도움으로 새 건물을 짓게 돼 매우 감사하다. 학교가 생기면서 취학률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도서관 시설이 확충됨으로써 책을 읽는 어린이가 크게 늘어난 것이 자랑이다. 앞으로도 여러분과 늘 친구로 지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답사는 이번 방문단의 단장인 양남근 여수웅천중 교장이 맡았다. 영어교사 출신인 양 단장이 영어로 연설하면 통역이 주민들에게 현지어(암하릭어)로 전달했다.
양 단장은 "한국은 에티오피아와 혈맹국으로서 오랜 우정의 역사를 가졌는데, 이렇게 도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다. 이 학교를 통해 여러분의 아이들이 큰 배움을 얻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서로 좋은 관계를 이어가자"고 말했다.
양 단장은 운집한 주민들이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우렁찬 목소리로 연설했고, 주민들은 중간 중간 통역이 끝날 때마다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방문단을 대표해 김명옥 화순도암중 교장과 양현숙 영암신북중 교장의 선물 증정식이 이어졌다.
방문단을 위해 주민들은 전통음식 인젤라(곡물 테프로 만든 전병으로 고기나 채소, 소스를 얹혀 둘둘 말아먹는 주식)와 하트 모양을 넣은 대형 빵, 그리고 직접 끓여낸 커피를 준비했다.
시큼한 맛의 인젤라는 생소했지만, 이 나라의 커피는 언제나 어디서 마셔도 맛있다. 코사디 초교 기공식부터 도바초교 준공식까지 지켜본 방문단은 광주와 전남지역 학생들의 성금이 에티오피아 어린이 교육을 위해 알차게 쓰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