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국제부패방지의 날 기념식 및 송년회’에서 수상자들과 기념 촬영을 한 전 회장(오른쪽 두번째)

(2019년 2월호·제69호) 이들은 ‘부드러움’의 힘을 믿는다. 부정부패 없는, 청렴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답은 강력한 규제 혹은 엄혹한 감시에 있지 않다고 믿는다. 선도와 계몽, ‘우리 함께 지키자’는 굳은 믿음과 약속. 우리의 일상을 유연히 파고드는 부드러움으로 긍정의 에너지를 사회 곳곳에 전한다.
중국의 사상가 노자가 남긴 ‘부드러움은 능히 강함을 이긴다’란 말에 뜻을 두고, 더 좋은 세상 만들기에 힘을 보태고 있는 (사)부패방지국민운동광주총연합회 이야기다.
(사)부패방지국민운동광주총연합을 이끌고 있는 수장은 전지연 ‘결혼정보회사 바로연’ 대표. 그는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섬세한 눈으로 170여명 회원들을 아우른다.
"부패방지국민운동총연합회는 ‘부정부패 근절 없이는 국가의 미래가 없다’는 슬로건 아래,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뜻을 모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2011년 발기인 창립대회를 거쳐 2014년 비로소 국가권익위 소관의 사단법인으로 세상에 나왔죠. 지금은 전국 30만 명의 회원들이 청렴한 사회 만들기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광주총연합은 2016년 탄생했다. 광주에 뜻 있는 사람들이 모여 전 대표에게 회장직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해 왔다. 그는 수락에 앞서 자신 삶을 돌아보았다. 부패방지총연합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청렴하게 살아왔는가’를 스스로 검증해야 했기 때문.
"결혼정보회사 바로연 대표로, 광주에서 12년을 활동해왔더라고요. 모두가 중앙(위쪽)에서 시작해 기반을 잡고 지역으로 내려오는 반면, 저는 광주에서 첫 발을 떼고 2년전 대전으로까지 ‘역 진출’한 케이스입니다. 그만큼 지역에 대한 애정, 이에 따르는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왔어요. 무엇보다 좋은 일에 함께 한다는 생각에 기쁘게 회장을 맡게 됐습니다."
그는 가장 먼저 회원 늘리기에 발을 벗고 나섰다. 많은 사람들이 ‘뜻’은 가지고 있지만 결정적인 계기가 없어 뭉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전 회장은 이들에게 동기를 조금만 건드려 주어도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 믿었다.
"힘은 회원들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정의를 부르짖고, 부정부패를 척결하자고 소리 높인대도 힘없는 정의는 사실상 무력해요. 결국 한 명 한 명의 회원들의 말, 행동, 움직임들이 한 데 모여서 사회를 조금씩 바꿀 수 있다고 믿거든요. 처음에 회원들은 단체명이 주는 중압감 탓에 ‘내가 들어가도 될까?’를 고민하세요. 전 이런 고민들마저 사회를 자정시키는 하나의 방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회원들이 속속 단체에 들어왔다. 지금은 170여명이 활동 중이다. 주 역할은 반부패 분위기 조성과 확산, 청렴인 발굴, 공정한 기회·업무 장려 등이다.
광주총연합은 각 주요 기관과 청렴 협약을 맺고 연말에는 ‘이 시대 한국을 빛낸 청렴인 대상’을 선정, 시상했다. 2016년에는 박주선 의원, 2017년에는 최영호 당시 남구청장이 청렴인상을 받았고, 2018년에는 영무토건 박헌택 대표가 꼽혀 회원들의 축하 속에 상을 받았다.
"사회를 바꾸는 힘은 긍정의 에너지에서 비롯되죠. ‘잘하고 있다’, ‘더 잘해주라’는 응원의 마음을 담아 협약식을 가졌고 청렴인상을 꼽아 수상했어요. ‘완장효과’라고 하죠. 협약을 맺은 남구청·서구청 등 각 기관들은 부정부패근절을 위해 스스로 더 노력하게 됩니다. 청렴인상을 받은 수상자들 또한 보다 엄격한 자기검열을 하게 되겠죠. 사람을 규제한다는 것, 법과 원칙을 내세워 통제하는 것은 일순간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곧 한계에 부딪히고 말거예요. 저희는 격려와 칭찬을 통해 청렴의 가치를 드높이는데 주력하죠. 완장이 주는 마법을 믿거든요."
광주총연합의 차별성은 여기에 있다. 뜻을 같이 하는 많은 단체들이 감시와 규제에 무게를 둔다면 광주총연합은 선도와 계몽에 힘을 쏟는다.
유난히 더웠던 지난여름, 회원들은 광주송정역과 유스퀘어 터미널 광장에서 가두캠페인을 벌였다. 시민들에게 부정부패 근절과 청렴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많은 시민들이 반부패 가치와 관련해서 자신의 삶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부정부패를 일삼는 사람들의 이득 뒤에는 누군가의 불이익이 전제하고 있거든요. 당장 지금의 나와는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공정함은 언젠가는 나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왜 반부패 사회로 가야하는지 그 당위성을 전한 것이죠."
쉼 없이 달려왔지만 가야할 길은 멀다. 이제 시작이라고해 도 과언은 아니다. 국제투명성 기구가 발표한 2017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청렴도)에서 우리나라는 54점으로 180개 조사국 중에서 51위에 머물렀다. OECD 34개국 중에서는 29위로 조사됐다.
"대한민국 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입니다. 경제수준에 비해서 아주 낮은 성적이죠. 결국은 권력형 부패가 영향을 끼친 것이에요. 부정부패가 지금껏 공공의 영역에서 다뤄져 왔다면 이제는 민간 공공 가리지 않고 국가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봐요. 청렴도를 끌어올리는 일은 결국 국가 경쟁력을 올리는 것과 같아요. OECD 평균으로만 되도 국내총생산이 8%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부정부패를 방지하는 것이 경제성장을 이끄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죠."
이를 위해서 그는 ‘살아있는 단체’ 운영에 힘을 싣는다.
명목상 유지되는 단체가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광주총연합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가 단체 산하 청년 팀을 꾸려놓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청년 위원들이 30여명 됩니다. 기존 회원들의 자녀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기성세대들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젊은 층에서 ‘반부패 문화’가 확산되는 것이야말로 사회가 변화하는 큰 원동력이라고 봐요."
광주총연합에 소속, 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한 조건은 없다. 그저 청렴의 가치를 드높이고, 반부패문화를 확산할 의지가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그만이다. 최근에는 단체 활동과 관련, 청년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활기가 돈다는 게 전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깨끗하고 투명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데 디딤돌을 두고 싶다. 우선 청렴도를 OECD 국가 평균으로나마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나아가서는 ‘반부패’, ‘부정부패 근절’ 등 청렴을 강조하는 슬로건들이 점차 희미해지길 바란다. 청렴의 가치가 우리 삶의 공기처럼 당연해져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만한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하는 것이다.
"인권이 바닥인 사회일수록 ‘인권’이란 단어가 많이 강조됩니다. 우리 사회에 부패방지 운동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은 우리 사회가 청렴하지 않다는 것의 방증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가까운 미래에는 청렴이란 단어 자체가 생소해졌으면 해요. 모든 사람의 삶 그리고 의식 속에 ‘청렴은 당연한 것’이란 인식이 생길 때 까지 함께 가고 싶어요."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