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성 글을낳는집 대표

(2020년 2월호 제81호)문학창작집필실을 운영한지 10년이 지났다. 외국 작가를 포함, 전국의 작가들에게 집필실과 숙소, 식사를 제공하는 사업인데 처음에는 다양하고 개성이 강한 작가들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내 입장보다도 작가들의 말에 먼저 귀를 기울이다 보면 유익한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작가들과 한 식구가 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내게 되었다.
작가들이 한 공간에서 숙식을 함께 할 경우 자연히 문학공동체 성격을 지니게 마련이다. 가족적 분위기 속에서 선배작가는 신예작가에게 선지식과 경험을 제공하고 신예작가는 선배작가에게 첨단정보와 신선한 언어감각을 제공하는 호혜적 교환이 이루어진다. 이들은 지식과 정보, 언어 뿐 아니라 각자의 지역적 정취와 특성도 곁들여 나눈다.
이 지역은 일찍이 참여문학이 대세를 이루던 시기, 중앙 못지않은 입지를 누린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이후 오랜 동안 문학의 정체기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도 특유의 토착적 정서를 바탕으로 한 전통 서정시의 퇴조와 오월의 트라우마가 맞물린 문학적 침체를 수수방관해온 것이다. 그런데도 새로운 사조에 기민하게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의 문학적 유산을 새롭게 각색하려는 자구적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종전의 입지를 되찾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중앙일 변도의 획일성을 지양하고 지역과 중앙의 균형을 이루는 데 문학은 물론 문학외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여기에는 지역 스스로의 자조가 선행되어야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빌리자면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중심적일 수 있다. 선결과제로 문학의 지역적 특성을 살리자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중앙과 지역, 지역과 지역의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글을낳는집은 전국 각지에서 시 소설 아동문학 희곡 평론 시나리오 수필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모여 3개월 동안 머문다. 현재까지 약 300여 명의 작가가 이 과정을 거쳐 갔다. 그들에게는 이 지역 도처가 살아있는 역사의 숨결이요 창작의 산실이자 작품의 소재다. 바꾸어 말하면 이들은 이 지역 홍보와 문학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인적 자원이기도 하다. 이들은 이 지역에 산재해 있는 역사, 문화유적과 문학현장을 수시로 탐방한다. 이는 의례적 답사가 아니라 진지한 탐험이다. 이들은 글을 통해, 강단에서, 좌담회나 뒤풀이 자리에서 이 지역의 홍보대사 역할을 한다. 이들의 구두에 묻혀간 흙 알갱이 하나도 이 지역의 향취를 전국적으로 실어 나르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다.
지자체나 문학관계자들이 이 지역을 찾아오는 무수한 작가나 문학 지망생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새로운 문학 풍토를 조성하는 데 큰 동력이 될 수 있다. 예컨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나 망월동을 문화·정치적 퀄리티에만 스스로 한정지을 것이 아니라 문학적 자원으로도 활성화 한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관한 기안, 데이터베이스, 해당 기관 간의 네트워크 등 기초적 설계조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대한 성찰에서부터 이 지역 문학의 중흥은 그 알찬 미래를 담보하게 된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