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제82호=정채경 기자) 지역 성악가들이 올초 광주성악가협회를 꾸려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협회는 지난 1월10일 광주호남신학대학교 예음홀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단체 설립을 알렸다. 이날 초대 대표회장에 테너 윤병길 교수(전남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과)가 선출됐다.
광주는 그동안 성악인들이 따로 또는 함께 다양한 공연을 펼쳐온 반면, 한 목소리를 내는 창구가 부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데 매개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광주성악가협회의 윤병길 회장을 만나 단체 결성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윤 회장은 먼저 "광주성악가협회는 회원, 나아가 클래식에 종사하는 성악가들의 권익 옹호를 위한 단체"라고 밝혔다. 먼저 지역의 크고 작은 무대에서 성악인들의 목소리가 빠지지 않고 표출됐으나 단체 출범이 늦었다는데는 공감을 표했다. 늦었지만 지역 성악계를 위해 여러 사업을 의욕적으로 펼쳐 나가겠다는 각오다.
현재 협회에는 순수 성악 전공자 270여 명이 가입돼 있다. 희망하는 성악 전공자들이라면 가입이 될 정도로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당분간 회원이 지속적으로 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협회는 윤 회장 외에도 소프라노 김선희, 유형민씨가 함께 회장을 맡고 있다. 부회장은 테너 송태왕, 메조소프라노 임선아, 소프라노 이경은씨, 감사는 베이스 최철, 바리톤 방대진씨, 고문은 임해철 교수(호남신학대학)와 광주오페라단을 역임한 김기준, 정병열씨 등이 각각 맡았다. 특정 대학이나 단체 등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활동경험을 반영해 골고루 임원진을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단체 설립 이유와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지역 성악인들이 비영리 단체를 결성해 삼삼오오 무대에 오르는 걸 많이 봐왔지만 큰 무대에 설 기회가 여전히 적다고 봅니다. 타 지역에 비해 열악한 것도 사실이죠. 현재는 똘똘 뭉쳐야 할 때라고 여겨져요. 협회 차원에서 풍부한 경험과 콘텐츠를 바탕으로 대규모의 공연을 펼쳐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었죠."
이는 특별한 것을 추구하기 보다는 내실을 다져 지역 성악가들이 하나로 뭉치는 역할을 도맡아야 한다는 책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는 생각이다. 많은 성악가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마음 놓고 예술적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협회가 기반을 닦고 싶다는 것으로 이해됐다.
또 윤 회장은 문화예술의 도시 광주에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의 부재에 대해 아쉬워했다. 중국과 일본만 하더라도 작은 소도시 구민회관 같은 곳에도 콘서트홀이 있다. 이곳이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로 활용되며, 양질의 음색을 전달하는 것을 보면서 광주와 비교해보게 됐다는 것이다. 지역에서는 이런 수준의 홀을 찾는 게 손에 꼽을 정도라는 반응이다. 광주에서 성악가들이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곳으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문화예술회관, 빛고을시민문화관,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아트홀, 각 자치단체별 문예회관 등을 꼽힌다.

01 광주성악가협회 창립 총회 모습 02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한 윤 회장

하지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홀은 클래식에는 적합하지 않고, 이밖의 홀들도 장비의 문제, 홀 구조의 문제 등으로 인해 성악가의 음색을 그대로 전달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광주는 프로그램보다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클래식 전용관’을 세우는 게 급선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여기다 최근 광주시립오페라단의 예술감독이 공석인 가운데 시립예술단체를 운영 중인 광주문화예술회관의 ‘작품중심제’ 도입에 대해 우려를 내비쳤다.
윤 회장은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등 예술단을 이끌어 나갈 예술감독이 공석이어서 새로운 인물을 뽑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문예회관 측이 내놓은 공연 작품 마다 감독을 초청해 진행하는 운영 방식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공연을 준비하는 데 최소 2년 여 기간이 걸리지만 공연 특성을 이해하지 않고, 작품중심제라는 카드를 꺼내든 게 크게는 공연, 적게는 오페라라는 콘텐츠를 너무 쉽게 여기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도 했다. 아울러 광주 문화예술인들이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시립오페라단이 순조롭게 운영되기를 바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시립오페라단의 창단은 성악인들이 시립오페라단의 공연을 통해 시민들을 만날 수 있는 등 지역 성악인들의 오랜 숙원이었죠. 따라서 현재 협회 임원진을 비롯한 여러 성악인들이 시립오페라단 창단에 기여했습니다. 시립오페라단의 발전을 위해 예술인들이 힘을 모은 것이죠. 그러나 결과적으로 현재 시립오페라단은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립오페라단이 하루빨리 정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는 협회 활동이 시립오페라단 정상화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광주 뿐만 아니라 전남과 전북을 통틀어 광주 성악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산적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다 보면 성악가협회가 지역문화예술계에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위해 협회는 장기적으로 운영 프로그램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소규모 무대부터 준비해 나가면서 정기공연과 찾아가는 클래식 무대 등을 열 계획이다. 이외에도 후배들이 자리 잡고, 더 많은 연주활동을 할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다채로운 무대를 열 전망이다.
그동안 시립오페라단이 연말에 열어온 성악인의 밤을 협회 차원에서 열어볼 방안을 검토하면서 향후 한국성악가협회 소속 여부도 논의해나갈 예정이다. 협회 발전을 다각도로 모색해나가자는 취지다.
끝으로 윤 회장은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줬다.
"성악가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한 목소리로 표출할 수 있는 창구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성악가들을 위해서는 마음 놓고, 음악적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토대를 닦는 것은 물론, 지역민들에게는 클래식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브릿지 역할을 자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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