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제85호=사진 집단 카이로스) 서민들의 돌담은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로 인간적인 높이였습니다. 재료도 대나무나 싸리 등 소박했구요. 상류층 주택이나 궁궐은 고급스럽고 높아 외부에 대한 방어적인 성격이 강했지요. 그런데 이젠 모든 집들이 지어질 때마다 서민적인 담은 사라지고 높다랐고 폐쇄적인 담장만 늘어갑니다.

저 담장 옆에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함께 했으면. 해남 북평

옆집 연로하신 어르신 거동이 여전하신지 확인할 수도 없고, 담장 너머로 떡을 주고받던 정은 아예 사라진 풍습이 됐습니다. 덩달아 고향의 담들도 무너져 내립니다.
지천에 널린 돌과 흙을 정성스레 쌓아 올리는 수고로움을 잊은 지 오래 입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만큼의 높이로만, 도 닦듯이 흙 한 덩 어리에 돌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간 지극한 마음들이 없어지는 거지요. 숨막히게 확 부어 만든 시멘트 벽(壁) 말고, 탱자나무 생울이나 싸리나 무, 수수울타리까지는 아니어도, 사람냄새 풀풀 나는 낮고 소박한 옛스런 담들이 그립습니다.

어머니가 문 열고 나오실 듯. 장성 북일

빼꼼이 내다보면 볼수 있었던 재잘거리는 웃음소리, 구수한 음식 냄새, 게으른 낮잠 자는 똥개, 소박하지만 따뜻한 넉넉함이 느껴지는 ‘돌담이나 흙담 너머의 풍경’도 그립습니다. 그런 속에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전라도 작은 마을 담장들, 모양도 쌓은 방식도 가지각색인 돌담을 담아 봤습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