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제85호=여균수 기자) 나주 김효병 가옥올 봄은 유난히 청명하면서도 뽀송뽀송한 날씨가 오래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환경이 좋아졌다는 말이 맞나 싶다.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는 농촌마을의 산과 들이 푸르름을 더하고 있다.
전라남도 민속자료 제11호 김효병 가옥은 나주시 왕곡면 송죽마을 뒤편 경사진 대지에 터를 조성해 지어졌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당 좌측에 헛간채가 사랑채와 직각방향으로 자리잡고 있고, 마당 오른쪽으로 화단이 조성돼 있다. 경사대지의 전면에 높다랗게 석축을 쌓고 사랑채를 배치했고 그 뒤로 한층 높은 윗단에 안채를 지었다. 안채와 사랑채는 남서향으로 二자형으로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다.
안채 상량문에 ‘숭정 기원후 오갑자 이월…(崇禎紀元後五甲子二月)’이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1924년경 중수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인 18세기 초에 지어졌다고 전해지는 것으로 볼 때 1924년에 개축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랑채는 얼마 전까지 양식기와가 얹혀진 변형된 형태였으나, 2001년에 다시 원형인 초가로 복원됐고 석축도 다시 쌓았다. 이곳 사랑채는 예전에 마을 서당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안채는 정면 5칸, 측면 4칸 규모이며, 한쪽 날개가 없는 H자형 구조이다. 가옥은 뒷면을 제외하고 나머지 3면의 입면이 모두 나름대로 정면처럼 보인다.
안채 내부를 들여다 보면 우선 토방보다 살짝 낮은 정지가 있고, 정지의 상부에는 널마루천장 위로 다락이 있다. 위쪽으로는 2칸을 터서 사용하는 안방과 우물마루를 설치한 고방이 있다. 안방 오른쪽으로 3칸을 터서 넓게 사용하는 대청이 있고, 작은방이 있다.

사랑채

약간 다듬은 자연석을 세벌대 높이로 쌓은 기단 위에 막돌초석을 놓았다. 기둥은 모두 네모기둥을 사용했고, 1고주 5량의 가구구조를 하고 있다.
사랑채는 정면 4칸, 측면 2칸 규모이다. 겹집의 형태이고 가운데 2칸의 앞쪽에는 툇마루를 설치했다. 내부 구성은 왼쪽은 앞뒤를 터서 사랑마루를 두었고, 사랑웃방과 사랑아랫방으로 나눠져 있다. 사랑웃방과 사랑마루의 사이에 열개문을 설치해 크게 개방할 수 있도록 했고, 사랑웃방과 사랑아랫방의 사이에도 4분합 문을 설치해 역시 사랑웃방과 같이 언제든 넓은 공간을 연출할 수 있도록 했다. 요즘 같으면 마을 주민들의 회의장소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내부를 꾸민 것이다.
남도지방의 살림집들이 대개의 경우는 一자형인데 반해 이 가옥은 일자형 사랑채에 H자형 안집이 앞뒤로 위치하고 있다. 즉 폐쇠적인 살림집을 지으면서 마을 사람들을 위한 개방적인 사랑방 공간을 마련한 특징을 갖고 있다.
타지로 이사를 간 김효병씨의 아들이 이따금씩 들러 고택을 돌보고 있다고 한다. 오랜 시간 빈집으로 남은 탓인지 퇴락한 가옥 색깔 탓인지 고택 공간엔 먹먹한 적막감이 감돌았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