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제85호=화순 구영규, 송대웅 기자) 광주민예총 "당신의 마지막 소원은 무엇입니까?"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근 웰빙(well-being·참살이) 만큼이나 웰다잉(Well-Dying·좋은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간은 생명체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늙고, 병들고, 죽는다. 웰빙도 필요하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웰다잉은 더욱 중요하다.
실제로 네덜란드(앰블런스 소원재단)와 호주(퀸즐랜드 앰블런스 서비스), 일본(소원차량)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한부 삶을 판정받은 환우들을 대상으로 마지막 소원 들어주기 등의 사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프로그램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순에 바람의료복지회의 바람(HOPE)호스피스지원센터가 설립돼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마지막 소원 성취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마지막 소원 성취 프로그램, 생사학 아카데미, 영적 돌봄사업 등을 통해 바람직한 웰다잉(Well-Dying) 문화조성에 앞장서고 있는 임영창 ‘바람(HOPE)의료복지회’ 회장을 만나 향후 사업 추진과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1년 노력 끝에 비영리단체 정식 인가
화순군 화순읍에 자리한 ‘바람(HOPE)의료복지회’(회장 임영창)가 지난 3월 전남도로부터 비영리민간단체로 정식 인가를 받았다. 바람의료복지회는 호스피스와 관련된 의료서비스 중 현실적으로 부족한 영역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월 ‘바람(HOPE) 호스피스 지원센터’를 설립했다. 호스피스사업을 진행하는 비영리단체로는 전국에서 처음이다.
바람호스피스지원센터가 있기까지는 화순 만나교회에서 목사로 활동하고 있는 임영창 바람의료복지회 회장(60)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임영창 회장은 지난해 1월부터 호스피스 지원을 위한 바람의료복지회 설립을 본격 추진해 1년여간의 노력 끝에 최근 인가를 받았다.
임 회장은 바람호스피스지원센터를 통해 호스피스 의료기관에 임종을 앞두고 입원 중인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뜻 깊고 행복한 추억을 이루게 하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임 회장은 "평소 ‘죽음학’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많았는데 인터넷을 통해 네덜란드의 ‘앰블런스 소원재단’을 알게 되면서 호스피스 센터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아직까지 국내에는 말기 암 환자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비영리 재단이 없어 호스피스센터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호스피스지원센터는 현재 광주·전남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576명의 회원과 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매월 회비(1만원)을 납부하는 회원이 187명에 달한다. 회원들은 주로 의사와 간호사, 변호사, 자원봉사자, 개인 등이 참여해 재능봉사와 후원에 동참하고 있다.

△생사학 아카데미·영적 돌봄사업 추진
바람호스피스센터의 3대 핵심사업은 웰다잉(Well-Dying)문화조성을 통해 죽음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업 ‘생사학 아카데미’, ‘영적 돌봄사업’, ‘마지막 소원성취 지원’ 등이다.
그동안 6차례에 진행된 생사학 아카데미는 세대·계층·직종별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진행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짚어보면서 생명의 존중과 죽음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의료 현장에서 부족한 영적 돌봄 영역에 대한 지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특히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마지막 소원성취 지원’ 프로그램은 지난 1년여 동안 8차례 신청이 접수됐지만 실행에 옮긴 사례는 2차례만 성사시킬 정도로 쉽지 않다.

임영창 회장이 환우를 만나 영적 돌봄지원서비스를 하고 있다.

소원성취 프로그램이 실행까지는 암 환자의 건강상태나 법적인 조치, 가족의 동의 등 다양한 고려사항이 모두 충족될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로그램 진행과정에서 환자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세상을 떠난 분들이 많았다.
지원센터는 지난해 8월 화순 모 병원 호스피스병동에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폐암 환자 A씨(59·작고)의 마지막 소원인 가족사진 촬영을 성사시켰다.
1주일간의 프로그램 준비 과정을 마친 센터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최찬 전남대 의대교수와 지승규 전남제일요양병원 원장 김민정 사회복지사 등 의료진이 동승한 가운데 임차한 구급차로 A씨를 모시고 광주에 위치한 스튜디오로 이동해 꿈에 그리던 가족사진을 촬영했다.
또 올해 3월에는 말기 암환자인 B씨(66·작고)의 살아 생전 고대했던 고향 방문의 꿈을 실현했다. 지원센터는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실행준비 기간을 보통 1주일 소요되던 것을 3일로 단축했다. 휠체어를 탄 B씨를 구급차로 모시고 고향인 장성을 방문해 집과 텃밭 등을 둘러보며 가족들과 마지막 한때를 함께했다.
마지막 소원성취 프로그램은 환자가 신청서를 접수하면 의사와 변호사, 자원봉사자 등 6명으로 구성된 실행위원회의를 거쳐 추진 여부를 결정한 이후 법원 공증과 병원 주치의의 협의, 가족들의 동의 등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참여한 가족들은 "마지막 소원 성취 프로그램은 의미 있는 프로그램으로 계속 발전해 여러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센터가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만큼 한 차례 프로그램 진행에 구급차 대여 등 100만원 정도의 경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구급차의 경우 의료기관과 응급구조단만이 운영할 수 있어 프로그램 운영 때마다 임대를 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센터 측은 휠체어를 타고 구급차를 이용하는 환자도 있지만 대부분 외상 환자여서 프로그램을 더 많이 실행하려면 지자체 차원에서 ‘와상환자 이용차량’ 지원이 절실하다고 얘기한다.
이와 함께 많은 환우들이 이 프로그램 이용을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 후원자들의 동참을 기다리고 있다. 호스피스지원센터 후원을 하려면 061-375-0991로 문의하면 된다. 회비·후원금 입금계좌는 (국민은행 797501-01-420461, 예금주:바람의료복지회).

△향후 사업과 추진 목표
호스피스는 임종이 임박한 환자들이 편안하고 인간답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위안과 안락을 베푸는 봉사 활동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2017년 8월부터 호스피스가, 2018년 2월부터는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작됐다.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이 국회에서도 ‘웰다잉 기본법안’을 발의했다.
호스피스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호스피스와 연명의료의 ‘협의의 웰다잉’을 넘어 ‘광의의 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9월 문행주 전남도의원이 대표 발의해 ‘전남도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존엄사 문화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됐고, 올해 3월 화순군의회에서 ‘웰다잉 문화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법적인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호스피스 관련, 다양한 사업 지원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네덜란드의 ‘앰블런스 소원재단’의 경우 기부금과 정부기금 등 1년 운영 재원이 5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 회장은 "환자와 가족이 마지막으로 감동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마지막 소원프로그램 사업이 점차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면서 "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개인 후원은 물론 의사와 간호사분들의 지원과 재능나눔 참여가 더욱 늘어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마지막 소원성취 프로그램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과 시민사회단체, 개인들의 관심과 후원이 절실한 상황이다"면서 "사회적인 관심 확대와 재원 등이 마련된다면 향후 호스피스병동 환자만이 아니라 입원 중인 노인환자를 대상으로 한 돌봄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