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주 편집장·문화특집부장

(2020년 8월호 제87호=고선주 기자)또 하나의 타이틀 ‘플라스틱 소비량 세계 1위’. 별로 자랑스럽지 않은 타이틀이다. 이중 지구촌에서 가장 많은 빨대가 일회용으로 쓰인 뒤 버려진다. 인간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폐기되는 빨대지만, 다른 생명들을 파괴하는 무기가 되고 있다. 바다 생명들의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썩지도 않아 골치아픈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지 오래다.
빨대는 현대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너무 흔하게 주변에 있어 아무런 느낌이 없었을 터다. 공기처럼 너무 흔하면 느낌이 없어지는 이치와 같다. 국어사전을 뒤져보면 빨대는 대략 다섯가지로 풀이된다.
‘담뱃대’의 방언(전북), ‘물부리’의 방언(전남), 유형동물의 주둥이에서 볼 수 있는 바늘 모양의 구조물로 주로 먹이가 되는 다른 동물을 찌르는 데 이용되며, 이 구조물에 의해 주둥이의 뒤쪽에 쌓인 독물이 주입된다, ‘감언이설’(甘言利說)의 방언(함남), 물 따위를 빨아올리는 데 쓰는 가는 대 등이다.
전남 방언인 물부리(담뱃대의 입으로 무는 부분)나 전북 방언인 담뱃대를 제외하면 부정적 의미로 구사된다. 어찌보면 물질만능의 현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함남의 방언 감언이설일 듯 싶다. 귀가 솔깃하도록 남의 비위를 맞추거나 이로운 조건을 내세워 꾀는 말을 뜻하기 때문이다. 독극물 주입시 활용되는 것 역시 지극히 부정적 의미다.
이처럼 빨대의 의미들을 모두 되짚어보는데는 그만큼 빨대의 심각성 때문이다.
어쩌다 사망한 고래니, 상어니, 바다표범이니, 물개니 하는 뭇 생명들의 배 속에서 빨대가 나왔다는 뉴스를 종종 접한다. 우리가 무심코 쓰고 버렸던 빨대가 살상무기와 환경오염의 주범이자 표상이 된 것이다.
이 빨대를 서슴없이 버리는 사람들 중 상당수 현대인들은 감언이설을 밥 먹듯 하거나 감언이설에 당하곤 한다. 일명 중의적 의미를 내포하는 ‘인간 빨대’는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감언이설에 당한 부류에는 ‘눈뜨고 코베인다’는 속담이 어울릴 것이다. 뻔히 알면서도 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빨대를 밥 먹듯이 애용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을 속여 이득을 취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빨대 인간’일 터다. 둘 다 퇴출이 답이 아닐까. 혹시 당신은 ‘빨대 인간’이 아닌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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