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기 광주시봉선청소년문화의집 관장

(2020년 10월호 제89호)장면1. 지난 5월16일,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쓴채 5·18민주광장에 모여 있는 한 무리의 청소년들. 그들의 손에는 종이상자로 손수 제작한 손피켓들이 들려있다. ‘오월 그날의 태양은 뜨거웠다’ ‘오월 광주, 기억을 잇다, 평화를 품다’ ‘숭고한 희생 기억하겠습니다’ ‘기억해야 할 자랑스러운 역사 5·18민중항쟁’ 등. 잠시 후 스피커에서는 음악소리가 흘러 나온다. 청소년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에 맞춰 하나의 몸짓을 만들어낸다.
5·18민중항쟁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그들의 다짐이 5·18민주광장을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전달된다.

장면2. 8월14일, 양림동 평화의 소녀상 주위에 청소년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소녀상 포토존’ ‘소녀상 핀버튼 만들기’ ‘기림의날 기억판화’ ‘노란나비 희망메세지 남기기’ 등 뜨거운 날씨를 이겨낸 청소년들이 기림의날을 기억하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그 동안 청소년들의 참여가 부족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 행사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잊으면 지는 것"이라는 위안부 할머니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기억하고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2020년 올해는 5·18민중항쟁 40주년이 되는 해이자 광복 75주년이 되는 해로 함께 활동하는 청소년들과 우리의 역사와 민주주의를 기억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실천활동을 준비하자는 다짐을 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역사를 기억하고 실천하는 청소년활동은 그 빛을 발하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청소년들은 가만히 있을순 없다는 생각으로 코로나19라는 악조건 속에서 ‘세월호 참사’ ‘5·18민중항쟁’ ‘기림의날’ 등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기억들을 시민들과 함께 되새기며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역사를 기억하였다. 지금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지금이 바로 그 기억행동을 실천하는 출발이라는 마음을 함께 나눈다.
역사를 기억하고 실천하는 움직임에 함께한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가르쳐 주진 않지만,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고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라고 말한다.
역사는 어른들만의 기억으로 머물러서는 안된다. 역사는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를 향한 목소리기이기에 함께 기억하고 함께 실천해야 한다.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자랑스러워 하기 위해 우리의 소중한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청소년들에게 충분히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청소년들은 역사를 기억하고 실천하기 위한 새로운 궁리를 모색한다.
광복 75주년, 오늘도 청소년들은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그리고 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