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국적을 바꾸는 일은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자국의 정세 불안과 그에 따른 인권 탄압 및 고문 자행, 살해 위협 등에 의한 것이라면 부득이하게 국적을 바꾸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필자에게 귀화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려온다. 지금까지 필자가 보아온 귀화는 난민 등에 따른 것을 뉴스를 통해 목도한 것이 전부다. 물론 유럽이나 북미 등 서양권의 나라에서는 귀화가 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반해 동양권의 나라에서는 정세 불안에 따른 난민이나 민주화 투쟁 등에 의해 귀화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군 복무를 회피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해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온 전력들이 많았다. 그래서 귀화는 부정적 이미지가 더 강하다. 민주화된 현재, 우리 입장에서는 한국 국적을 버리고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했다는, 일종의 ‘배신의 논리’가 끼어들어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그 나라가 그렇게 좋으면 한국에 오지를 말았어야지"나 "한국에서 돈만 벌고 튀었다" 식의 비판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2월 편파판정으로 세계인의 공분을 샀던 베이징동계올림픽은 귀화의 문제를 깊게 생각하게 만든 대회였다. 이제 더이상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는 경고음을 받아든 셈이다. 중국 쇼트트랙 팀의 코치, 국내를 한때 주름잡았던 선수 등 2명이 한국 국적을 버리고 중국으로 귀화를 선택해 브라운관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귀화는 하지 않았으나 한국인 감독 역시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자신들의 고국인 한국을 저격한 그 오명의 불명예스런 중심에 섰다는 점에서 그렇다.
경기에서 1위를 차지한 우리나라 선수에 대해 VR을 핑계삼아 실격 처리하는 황당한 장면이 연출됐음에도 이들은 고국을 망각한 듯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앞으로 귀화는 더 속출할 것이다. 차제에 귀화가 서로 윈윈하고, 상생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도록 하면서 국민들의 정서에 부합한 관련 법과 제도, 시스템을 시대에 맞게 정비하기를 기대한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