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안에 새겨진 풍경들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여행]이탈리아 베니스 <3·끝> 손에 꼽히는 명소들
성당·종탑·두칼레 궁전 등 ‘건축물의 보고’ 옛 영화 실감
16세 말 건립 리알토 다리…전체 400여개 다리 중 ‘으뜸’
1104년 건립 아르세날레 디 베네치아 한때 유럽 최대 산업시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4년 09월 01일(일) 14:01
(2024년 8월 135호=고선주 기자)
세계 여행을 가면 반드시 가봐야 할 곳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명소 무용론’을 제기하지만 명소는 그냥 저절로 명소가 되지는 않았을 법. 또는 패키지 여행이 명소 중심으로 코스가 짜여지다 보니 차별화를 위해 명소 무용론을 언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패키지 여행자들을 위한 코스를 구성할 때 그 지역의 가장 유명한 장소들을 중심으로 짤 수밖에 없다. 비용과 시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패키지는 보편적으로 유명한 곳 중심으로 코스가 짜여지기에 필수 코스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검증이 이미 끝난 경우가 대다수여서 방문해도 후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자유여행은 꼭 명소따라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교과서로 말하자면 여행 1과 2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여행 1은 패키지가 빠뜨리지 않고 방문하는 코스쯤 될 것이고, 여행 2는 패키지로 가면 반드시 가보기 힘든 공간들이 포함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논리가 이 여행지 앞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본다. 바로 이탈리아 베니스(베네치아)가 그런 경우에 해당하겠다. 베니스는 패키지와 자유여행지 코스가 거의 일치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호에서는 대표적 명소로 꼽히는 베니스의 산 마르코 광장 및 대성당, 리알토 다리, 아르세날레 디 베네치아 등을 다루고자 한다. 먼저 산 마르코 광장 및 대성당 일대는 베니스를 찾는 사람들의 방문 1번지로 꼽힌다. 방문했을 당시 산 마르코 광장은 숙소(2869 A 에어비엔비)에서 광주 출생 박소빈 작가의 전시장(2024.4.16∼11.24 산비달아트센터)을 찾아가는 길목에서 뜻하지 않게 우연하게 만난 광장이었다. 우연하게 발견했지만 보석같은 곳이었다.
그런데 필자에게 첫 인상은 그렇게 우호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박소빈 작가를 만나러 가는 길목에 나타난 공간으로 고풍스런 풍경에 압도됐다. 베니스 건축물의 보고이지만 광장에서 헤맸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아직도 아찔하다. 애초 길눈이 어두웠지만 더욱이 해외인지라 더욱 생경했기에 한때 막막함이 커졌다. 여기다 인터넷까지 먹통이 되다 보니 500m 안에 있는 공간조차 찾지 못하고 허우적대다보니 지쳤던 것이다. 광장에서 밖으로 빠져나가는 출구는 많았지만 구글맵은 연결이 원활하지 않았고, 날씨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거기다 모두 날씨가 더울 거라 했지만 갑작스럽게 마주한 비바람은 생쥐꼴로 필자를 만들어 놓았다. 여러 차례 카톡하고 보이스톡해도 전시장인 산비달아트센터 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갈팡질팡 갈짓자 행보를 몇번 하고서도 답을 찾지 못하자 행인들에 휴대폰 번역기를 돌려 가며 물었으나 박 작가가 기다리고 있는 산비달아트센터 입구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무슨 동상이 있고 거대한 크레인이 있다고 말했지만 상호간 꽤 오랜시간 대화가 겉돌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동상은 이탈리아 왕국의 초대국왕인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청동상이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어떤 동상인지 명칭을 정확히 밝혀야 했으나 그것을 구분하지 않은 채 “위쪽으로 올라오면 동상하나 보이죠” 이런 식으로 대화가 진행됐던 것이다.
산 마르코 광장 입구에는 2개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하나는 베네치아의 수호신인 날개 달린 사자상이고, 또 하나는 베네치아 수호성인 성 테오도르 상을 지칭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베니스의 모든 길은 산 마르코 광장으로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로같은 골목을 지나치며 계속 가다 보면 나오는 곳이 산 마르코였다. 산 마르코는 여행자들에게 베니스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불린다. 1723년 티랄리(Tirali)가 광장의 바닥을 설계해 모태를 세웠다고 한다. 산 마르코 광장에는 산 마르코 성당과 종탑, 두칼레 궁전 등 주요 건축물이 모두 모여 있다고 보면 된다.
형태는 ㄷ자 구조로 이뤄져 있다. ㄷ자의 터진 부분에 성당을 배치했다. 성당과 궁전 사이에는 골목이 자연스럽게 광장으로 흘러들어왔다가 흘러나가는 구조를 하고 있다. 1층에는 카페와 레스토랑, 선물샵 등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고, 나머지는 미술관과 박물관 등으로 쓰이고 있다. 성당 쪽에서 ㄷ자 왼쪽 방향 안쪽을 보면 하얀 천막의 카페가 하나 보인다. 그것이 이탈리아 최초의 카페인 플로리안(Florian)이라고 한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가면 도무지 이런 유서깊은 공간들을 모두 놓칠 수밖에 없다. 물론 이탈리아는 에스프레소라지만 그래도 의외로 쌀쌀해진 날씨 탓에 꿋꿋하게 박 작가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잔 할 수 있었던 것은 위안이 됐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한국예술위원회가 주최한 언론사 대상 조찬회가 이 언저리에서 진행돼 최초의 카페를 경험해본 셈이어서 플로리안도 잊을 수 없는 곳 중 하나가 됐다.
리알토 다리

광장에서 제일 높이 올라가 조망해볼 수 있는 곳은 종탑이다. 이중 산 마르코 성당은 로마네스크와 비잔틴 양식이 혼재된 15세기의 오리엔탈 느낌의 돔이 아름다운 성당으로 평가받고 있다. 828년 베니스 상인 2명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가져온 성 마르코 유골이 보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칼레 궁전 2층 난간으로 올라가 산 마르코 광장을 조망할 수도 있다. 처음 두칼레 궁전은 베니스공화국의 관저였다고 하니 옛 영화를 느껴볼 수 있기도 하다. 두칼레 뒷편에는 탄식의 다리가 있다. 이 탄식의 다리는 감옥 건물과 연결됐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범죄자들이 두칼레 궁전에서 재판을 받고 투옥됐던 공간이다. 이곳 산 마르코에 가면 플로리안 카페에 가서 꼭 커피 한잔 하면서 충분한 쉼의 시간을 가지고 광장을 둘러볼 것을 권한다. 광장 측면 바다 옆에 위치한 날개 달린 사자(현 수호성인)와 산테오도르(전 수호성인) 두 기둥 역시 눈길을 붙잡는다. 인근에는 베니스비엔날레 재단이나 산자카리아성당 등까지 위치해 있으니 수박겉핥기식으로 훑고 가면 많은 것들을 놓치는 우를 범하기 마련이다.
두칼레 궁전 뒤에 탄식의 다리가 있다고 해서 탄식의 역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붉은 머리 사제로 불리는 유명한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의 고향이 베니스라고 하니, 이 한 사례만 들어도 이곳이 얼마나 예술적 소양이 깊은가를 직감할 수 있다. 더욱이 세계의 미술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베니스비엔날레까지 열리고 있으니 둘러보면 볼수록 더욱 매력적인 곳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산 마르코 광장을 다 둘러보면 도보로 한 15분 이상 이동했던 것 같은데 그대로 리알토 다리는 꼭 방문해봐야 한다. 베니스가 운하 관광의 제일 명소로 꼽히기 때문이다. 16세기 말에 안토니오 다 폰테라고 하는 예술가 겸 기술자에 의해 건립됐다. 경간의 길이는 28.8m이고, 폭은 22.9m 규모다. 다리 위에 올라가면 그렇게 높지는 않은데 대운하를 한 눈으로 조망할 수 있다. 조망 풍경은 이 세상 풍경이 아닌 듯 장관이 펼쳐진다. 다리를 오르기 위해 계단을 타야 하는 게 다소 성가신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저 세상 풍경 하나 건지기 위해서는 그깟 무릎 아픈 게 대수일까 싶다.
다리의 양편으로는 지붕이 덮인 램프를 따라 문구점 사탕판매점 초콜릿 매장 등 쇼핑할 수 있는 공간도 널려 있다. 젤라또 아이스크림 하나 먹어보는 것도 강추한다. 베니스에는 아카데미아 다리 등 대략 400개의 크고 작은 다리가 놓여 있으나 단연 으뜸으로 치는 곳이 이곳이다. 어느 누구나 이 다리 위에서 운하를 배경으로 찍는 사진은 인생샷이 되고도 남을 것으로 확신된다.
마지막으로 추천드릴 공간은 베니스 본전시가 열리고 있는 아르세날레 디 베네치아 일대 건축물들과 운하 풍경이다. 조선소이자 병기창 복합단지이지만 일부 건축물이 전시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아르세날레 디 베네치아는 1104년 베네치아 공화국 시기에 건립되기 시작했으며 한때 유럽 최대 규모의 산업시설이었다. 전시동으로 쓰이는 아르세날레 건축물은 8세기에 비잔티움 양식으로 처음 건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배를 만드는 조선소였기에 그 일대의 풍경은 마치 우리가 생각하는 공장 건축물을 떠올리기 쉽지만 문제는 그마저도 아름다운 풍경 자체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건축물들이 줄지어 위치해 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으며, 바닷가 휴양지에 자리한, 전통을 그대로 살려놓은 아주 럭셔리한 고급 리조트 쯤으로 인식됐다. 붉은 색감에 가까운 건축 외관들이 바다 색과 잘 조화돼 이곳이 낙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베니스를 둘러보면서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여행지를 가 봤지만 이곳처럼 감성이 빠르게 충전되는 느낌과 다음 기회에 반드시 방문하리라는 다짐이 드는 곳은 없었다. 베니스는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 지구촌의 보배가 아닐까 싶다. 마음 안에 새겨진 베니스는 살아가면서 좀처럼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회사소개회사연혁회원약관개인정보보호정책제휴문의고충처리인광고문의기사제보
광남일보 등록번호 : 광주 가-00052 등록일 : 2011. 05. 02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광주 아-00193 등록일 : 2015. 02. 02 |회장 : 양진석|발행인 : 차재진|편집인 : 이승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무등로 254 (중흥동 695-5)제보 및 문의 : 062)370-7000(代) 팩스 : 062)370-7005 문의메일 : design@gwangnam.co.kr

본사이트에 게재된 모든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보유하며 “발행인” 의 사전 허가없이는 기사와 사진을 무단전재 복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