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광주 ‘제2의 클래식 붐’ 이끌 것”

김홍재 광주시립교향악단 지휘자
제12대 지휘자 첫 발…27일 취임연주회 ‘합창’ 선봬
“지휘자·단원 간 ‘신뢰’ 오케스트라 이끄는 원동력”
2017년 나라별 명곡 위주…향후 작곡가‧시리즈 ‘집중’

박세라 기자
2016년 12월 06일(화) 16:12
광주시립교향악단의 지휘봉이 그의 손에 맡겨졌다. 국내 최고 지휘자로 평가받는 거장 김홍재 지휘자다. 그는 지난 11월1일자로 광주시향 지휘자로 임용, 제12대 상임지휘자로 첫 발을 뗐다.
정식 임용된 날 광주 한 한정식 집에서 만난 그는 생각보다 왜소했다. 저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을 수 있는지, 무대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로 통한다는 게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음악인으로서의 철학을 털어놓자, 과연 거장이다 싶다. 흔한 말 ‘내유외강’은 그를 아주 잘 대변하는 말이다. 김 지휘자는 여느 세계적 지휘자들이 그렇듯 치아가 좋지 않다. 담당의 말을 빌리자면 “날아오는 공 없이, 최대 힘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과 같다고 한다. 차라리 강속구를 멀리 쳐 버리면 나을 일을, 허공에 온 힘을 실어내기 때문이란다. 그가 품고 있는 음악적 에너지가 얼마나한 크기인지 가늠조차 어렵다.
마에스트로 김홍재 지휘자에게 앞으로 연주 계획‧방향성‧음악인으로서의 철학 등을 들어봤다.

-광주시립교향악단의 첫인상은 어땠는지요.
광주시향과는 2013년에 객원 지휘로 처음 호흡을 맞췄었죠. 지난 6월 동경연주회 이전 광주공연이 두 번 만남이었어요. 사실상 광주시향 상임지휘자 자리를 제안 받은 후에 한 첫 연주라서 특히 기억에 남아요.
이후, 창단 40주년 기념 동경연주회에서 성공리에 공연을 끝마치고서 결심이 섰어요. 특히 단원들이 각자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어요. 단원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런 마인드를 가진 단원들이라면 앞으로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가꿔나갈 수 있겠다 판단했습니다.

-광주시향, 창단 40주년을 맞았다. 광주시향만의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광주시향은 차이콥스키 작품과 같은 낭만곡을 잘합니다. 전체적으로 음악성이 있고 감성적인 부분들을 캐치하고 표현하는 데 장점이 있어요. 각 단원들의 개인적인 연주 테크닉은 차이가 있지만 ‘예향’이 가진 음악성에 조화가 돋보여요.
특히 젊은 연주자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어서 연주 실력도 크게 향상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짧으면 4년 안에 수도권 오케스트라 실력으로 끌어올릴 수 있겠다 하는 가능성을 봤어요.

-광주시향과 펼치고 싶은 연주‧특별한 계획이 있다면요.
2017년에는 명곡들 위주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프랑스‧러시아‧이탈리아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명곡들로 합을 맞춰볼 생각이죠. 이후, 광주시향의 장단점을 파악한 뒤에는 베토벤‧모차르트‧차이콥스키 등 작곡가별로 심도 있는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광주는 저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애착이 있는 곳입니다. 스승인 윤이상 선생의 곡이 ‘광주여 영원하라’였기 때문에 그 작품은 늘 ‘내가’ 지휘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죠. 특히 서양악기를 이용해 ‘한국적 색’을 내보이는 데 관심이 많아요. 동서양의 조화가 이색적이잖아요.
‘의향’ ‘예향’인 광주시향과 의미 있는 곡들을 연주하는 것도 기대가 됩니다. 2017년 5월 18일에 올리는 특별공연에는 쇼스타코비치의 ‘혁명’을 올릴 계획입니다. 광주정신과 맥을 함께하는 레파토리로 의향 광주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일조하는 한편, 더 가까이 광주시민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데뷔 38년차를 맞는 지휘자로서, 가장 지향하는 가치‧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뽑아내는 것이 지휘자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지휘자가 모든 면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죠. 지휘봉을 잡은 지 38년이지만 한 번도 연주회 연습에 지각하거나 결석 한 적이 없어요. 그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소한 것들에서 단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또 늘 공부해야 해요. 단원과 관객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지휘자가 작품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어야 해요. 단순히 ‘이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곡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음악적인 ‘소울’(soul)을 불어넣어 음악에 ‘꿀’을 발라야 해요. 그래야만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울산시향 단원들이 연임을 바라면서 ‘청원서’를 낼 정도였다고요. 9년 간 이끈 울산시향에서 불협화음 없이 단원들을 이끌어 온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지요.
울산시향의 단원들은 대체적으로 나이가 어려요. 그래서 처음부터 음악적 기량을 손대는 것 보다는 무대에 서는 음악가로서 마음가짐 즉, 예술인으로서의 자세에 대해 가르치려고 노력했어요. 어떤 무대에서건 긍지를 가져야 한다는 것. 이를 가장 강조했죠.
또 지휘봉을 잡았을 때는 늘 정돈된 모습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땐 ‘다시’ 이 말 한마디면 연주자들 스스로가 자각할 수 있도록 믿음을 줘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단원들이 지휘봉만 잡으면 그렇게 제가 무섭대요.
광주시향도 마찬가지겠죠. 지휘자와 단원들 간의 믿음은 교향악단을 이끌어 가는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고 믿습니다. 서로를 완전히 믿어야 해요. 모두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고 나아간다는 마음을 공유해야 합니다.

-취임연주회에서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선보인다고.
베토벤 교향곡 합창은 인류가 만들어낸 교향곡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힙니다. 그 중에서도 취임연주회에서 선보이는 9번은 가장 어려운 곡이죠. 대규모 합창단도 함께해야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창 9번을 선택한 이유는 ‘소통‧화합’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입니다. 저와 단원들 간, 또 교향악단과 시민들 간, 소통과 화합의 메시지가 이번 작품 ‘합창’을 통해 곳곳에서 발현되길 기대합니다.

-광주시향 단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앞으로 계획·바람이 있다면요.
단원들에게는 광주시향에 소속된 음악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지자고 하고 싶어요. 어떤 음악적 기량‧테크닉 보다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연주는 바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연주자의 열정이거든요. 관객이 몇 명인지, 어떤 무대인지와는 상관없이 음악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자는 것입니다.
지휘자이자, 음악인으로서의 바람은 좋은 공연장에서 연주를 선보이는 일이죠. 광주시향이 좋은 오케스트라로 성장해 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전용 콘서트홀이 필요합니다. 세계적 수준의 외국 교향악단을 초청해 선뵐 수 있는 좋은 클래식 공연장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또 해외공연도 되도록 많이 가고싶고요.
그 무엇보다 단원들과 함께 문화도시 광주에 또 한 번의 클래식 부흥기를 이끌고 싶어요. 광주시향의 음악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멋진 공연으로 시민들에게 보답하고 싶습니다.

△김홍재 지휘자는
-일본 도호음악대학 졸업
-세계적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작곡가 윤이상 사사
-제14회 도쿄 국제 지휘 콩쿠르 2위
-‘사이토 히데오’ 특별상 수상
-요미우리 니폰 심포니‧교토심포니‧나고야 필하모닉 지휘자 역임
-울산시향 지휘자 역임
-현 광주시립교향악단 지휘자
박세라 기자
이 기사는 전라도인 홈페이지(http://www.jldin.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