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낮추고 미래 대비 법 개정해야"

편차크고 적은 강수량…가뭄 장기화 되풀이
피해 70% 태풍에 집중 등 기후변화도 위험
"시군별 장기계획 토대…체계적 관리 필요"

고귀한 기자 사진=최기남 기자
2017년 08월 29일(화) 14:24
농촌의 여름은 성장이다. 논밭의 작물이 자연의 혜택을 입어 생육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록을 뽐내는 여름의 또 다른 이름은 시련이다. 가뭄으로 여름 내 물 부족사태에 시달린 후에는 태풍이 할퀴고 간 강풍·홍수·산사태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 여름철 집중되는 자연재해가 매해 되풀이 되고 있다. 쩍쩍 갈라진 논바닥을 하릴없이 바라보는 농민의 시름은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농·축·어업 비중이 큰 광주·전남의 최근 10년간 자연재난 피해 실태를 파악해 그것을 바탕으로 오늘날 재해대책 시스템을 점검하고 남은 과제를 짚어본다.

가뭄·우박·AI…3중고
올해 가뭄은 1915년 이후 최대 수준 가뭄이다. 2014년 2월 시작된 가뭄은 40개월째 지속돼 피해가 커지고 있다. 장마가 시작됐음에도 평년에 크게 못 미치는 강수량인데다 지역별 편차도 커 전남지역 단기가뭄은 심각한 수준이다.
7월1일부터 11일까지 전남 동남부에는 평균 150mm의 비가 내렸지만 서부지역은 평균 60mm의 누적 강수량을 보였다. 수도권 등 중부지방 평균 265mm에 비하면 턱 없이 적은 수준이다. 전남 최대 농업 용수원인 나주호 저수율은 28%로 장마 전인 27.7%에 비해 오히려 줄었고 장성호는 30.3%에서 2.5% 증가하는데 그쳤다. 용수댐인 장성군 평림댐은 예년 평균(61%)에 크게 못 미친 16% 저수율로 나타났다.
농업용수 공급 차질로 아직 모내기를 못한 전남지역 논 면적은 811ha에 달한다. 피해는 신안, 무안 등 비가 적게 내린 서부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간척지가 많은 서남권은 용수공급이 안될 경우 땅에 염분이 올라와 대체작목도 키울 수 없다. 물이 부족해 농사 시작도 못한 마당에 장마전선은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폭염이 시작될 전망이다.
국민안전처가 7월14일 발표한 가뭄 예·경보에 따르면 광양시, 진도군, 신안군, 무안군, 함평군, 영광군은 향후 3개월까지 ‘주의’단계에 속해 피해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지난 5월31일엔 골프공만한 우박이 내려 전남 지역 1891ha(572만 평)에 피해를 입혔다. 여의도 면적의 2배를 넘는 규모다. 전남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순천시(659ha), 곡성군(581ha), 담양군(339ha), 화순군(124ha), 장성군(188ha) 등에서 과실 피해가 주로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순천은 출하시기를 맞은 매실 농가 피해만 320ha에 달해 한 해 농사가 물거품이 됐다. 매실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하루아침에 생업을 잃어 생계비 마련도 어려운 처지다. 더구나 우박을 맞은 나무가 말라죽는 등 산림 고사도 발생해 2차 피해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부터 창궐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올해까지 이어져 단일 지속기간 기준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다. 2016년 11월 해남에서 H5N6형 AI 첫 의심신고가 접수된 뒤 진정국면에서 H5N8형이 시차를 두고 재발해 지난 5월 31일에야 AI특별방역대책이 종료됐다. 방역기간 살처분 된 가금류는 213만 마리에 달했다.

전남, 태풍·해수면 상승 취약
2015년 국민안전처가 발행한 재해연보를 분석한 결과 광주·전남 지역은 태풍에 특히 취약하고 피해가 전남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광주전남이 가뭄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여름철 자연재해 주범은 아직 등장하지도 않은 셈이다.
최근 10년(2006년부터 2015년)간 광주·전남에 발생한 자연재난 피해액은 2015년 환산 가격 기준 7633억원에 이른다. 연 평균 763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은 셈이다. 2012년에는 지역을 강타한 태풍 볼라벤으로 한 해에만 4095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10년간 자연재난의 원인별 피해액은 태풍이 5582억원으로 전체 재산 피해액의 73%를 차지했다. 호우(1498억원), 대설(244억원), 풍랑(196억원), 강풍(114억원)피해가 그 뒤를 이었다. 태풍 피해는 전국 피해액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컸지만 상대적으로 호우피해는 덜했다.
자연재난 발생에 따른 피해복구비용은 총 1조 3962억원으로 피해액의 1.8배다. 역시 태풍 피해 복구 비용이 1조 6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2014년 이후부턴 AI 관련 재해비용이 큰 폭으로 늘었다. 전남도는 AI를 수습하기 위해 2014년 98억원, 2015년 41억원을 예비비에서 지출했다. 이는 살처분 비용을 비롯해 방역비, 농가 생계소득 안정 지원금 등에 사용됐다. 이례적으로 여름철에 AI가 처음 발생한 2014년 이후 AI 피해규모가 커져 소요비용도 함께 늘었다. 일반적으로 AI는 중국 등지에서 철새가 들어오는 겨울이나 봄에 집중적으로 발생했었다.
광주지역에 비해 전남지역이 유독 자연재난에 취약한 것도 특징적이다. 국민안전처가 지난해 지역별 안전등급을 평가한 결과 광주는 2등급의 상대적 안전지역에 분류됐지만 전남은 자연재해 4등급의 상대적 취약지역으로 구분됐다. 해남, 완도, 진도, 함평, 담양군은 가장 취약한 5등급에 속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광주지역 자연재해 피해액은 217억원에 그친 반면, 전남지역은 7417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구온난화는 전남지역 자연재해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및 해안침식은 해안선에 인접한 육지소실, 방파제와 옹벽 등 시설물 파괴·훼손, 저지대 침수 등을 야기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기후변화가 자연재난 발생빈도와 규모를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해수면 상승이 바다에 인접한 전남 지역에 이상고(저)온, 가뭄, 호우, 태풍, 폭설 등 자연재해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과거 연평균 해수면 상승은 3.57mm로 지구 연평균 3.15mm보다 높다. 전남 지역과 인접한 남해와 서해의 연간 해수면 상승은 각각 4.3mm, 3.9mm로 전남도 발표에 따르면 21세기 말 최소 53cm에서 최대 65cm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KEI)은 2100년까지 전남지역 1434㎢가 침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연재해…해법은 있나
자연재해는 개인의 힘으로 막을 수 없고 시민의 안전과 재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분야다.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이 6월부터 10월 사이에 집중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지자체의 기민한 움직임이 필요한 시기다.
광주시는 지난해 국비 1275억원을 확보해 풍수해저감종합계획 수립 및 추진사업에 나섰다. 광주시 전역을 대상으로 자연재해(호우, 태풍, 폭설 등) 위험 요인을 조사·분석해 풍수해위험지구사업 대상을 선정하고 시급성과 난이도를 고려해 연차적으로 방재분야 사업을 이끌 최상위 계획이다. 2025년까지 총 사업비 2550억 원을 투입해 하천, 내수, 사면, 저수지 제방 등 5개분야 총 63개 풍수해위험지구에 대한 개선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전남도의 경우 자연재해대책법의 ‘기초단체단체에서 수립’ 조항에 따라 각 시군별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장기적 시각에선 기상·기후에 대한 정확성과 신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관·학·연 TF팀 구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태풍, 해일 등 자연재난을 초래하는 대부분 원인들은 기상요소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기상·기후 지식은 물론 광주·전남 지역의 지리적·계절별 특성에 대한 과학적 이해 증진으로 불확실성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피해 발생 시 지역민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론 ‘재해지도’가 제안된다. 재해지도 종류는 침수흔적도, 침수예상도, 재해정보지도로 구분된다. 침수흔적도는 태풍, 호우 등으로 인한 침수흔적을 표시해 과거 자연재해 취약성을 보여주는 지도다. 침수예상도는 현 지형을 기준으로 예상 강우 및 태풍, 호우 , 해일 등에 의한 침수범위를 예측해 표시한 지도로 홍수범람위험도와 해안침수예상도가 있다.
재해정보지도는 침수흔적도와 침수예상도를 토대로 재해 발생 시 대피요령, 대피소 위치 및 대피경로 등을 표시한 지도다. 피난활용형, 방재정보형, 방재교육형 등으로 나뉜다.
이외에 정치권의 협력이 필요한 법안 개정 필요성도 제기된다. 각종 재난을 총괄하는 현행법인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 자연재해 정의 조항(3조1항)에 ‘해수면 상승과 해안침식으로 인한 피해’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전남 피해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원인규명, 피해예방조치 등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전남은 특히 해안선이 길고 의존성이 높다는 지역적 특징이 있고 태풍, 해일, 고파랑 등이 간헐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다른 원인들과 합쳐져 더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법 제도적 기반을 발판 삼아 예방적 대응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다.
AI의 경우 AI 유입 방지 및 조기 검색 시스템을 구축해 예찰 관리시스템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살처분 등 사후적 조치보다 사전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대한 양계협회 이홍재 회장은 "AI 방역 정책은 신속한 예찰, 빠른 신고와 살처분 등 AI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는 현장 중심적 근본 대책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상황별 방역단계 체계를 개편하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모든 권한을 부여하는 등 초동 대응 시스템 강화, 24시간 기준 머릿수에 따른 매몰기준 마련·발생 농장으로부터 3km 이내 종란 및 식란 원천폐기 등 대책을 설명했다.
김동주 광주전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연재난은 우리의 노력과 철저한 관리로 피해를 상당부분 경감시키거나 해소할 수 있다"며 "자연재난 피해를 감소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원인조사와 규명을 전제로 지역의 지리 및 기상·기후, 사회경제적 여건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최선의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해수면 상승과 해안침식을 중장기적이고 점진적인 자연재해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고귀한 기자 사진=최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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