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도시 광주, 의술로 아시아를 품다

해외진출 광주진료소 현황과 개선방향은
지자체·의료계 협심…해외진료소 설립
캄보디아·네팔·몽골서 ‘5·18정신’ 전파
조직·예산체계 등 전략적 추진은 과제

고귀한 기자
2017년 08월 31일(목) 15:11
1980년 5월, 광주는 뜨거웠다. 광주시민들은 불의에 저항하는 한편 자발적으로 주먹밥과 피를 나누며 서로를 지켰다. 인권·평화·나눔으로 대표되는 ‘5·18정신’의 실체다. 광주시는 역사와 긍지를 간직한 도시로서 5·18정신을 국제사회에 실천하고 있다. 굶주림과 질병으로 쓰러지는 어린 생명을 보듬고 인간의 존엄성을 받드는 해외의료봉사를 지속한 지 3년. 아시아 광주진료소 현황과 개선방향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캄보디아에 심은 희망
"어쿤(캄보디아어 ‘고맙습니다’), 광주!"
지난 7월, 캄보디아 캄퐁스퓨 주(州) 트라패잉 마을에 광주 지역 의료인들이 모였다. 제1호 아시아광주진료소(이하 캄보디아 진료소) 개소 3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기념식에는 베이삼낭 캄퐁스푸 주지사와 주민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광주가 전한 연대의식과 5·18 정신에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캄보디아 진료소는 광주 최초 해외의료봉사 상설 진료소다. 2014년 6월 1층·231㎡ 규모로 설립돼 진료실 4실, 회복실, 수술실, 약국을 갖췄다. 현지인인 의사, 간호사, 관리인, 경비원 각 1명의 단출한 구성이지만 진료과목은 9개(안과, 내과, 외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피부과, 치과, 한방)에 이른다.
캄보디아 진료소는 광주시와 의료계의 뜻있는 마음이 모여 탄생했다. 광주시는 2013년 ‘5·18정신 국제화 실천 활동 지원 조례안’을 제정해 법적기반을 다졌다. 사단법인 희망나무와 광주시 의약5단체(의사회·치과의사회·약사회·한의사회·간호사회)는 같은 해 광주진료소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사)희망나무는 다문화 가정 지원 및 해외의료봉사활동과 의료 네트워크를 인정받아 진료소 운영 주관단체로 선정됐다.
진료에 필요한 치과체어(미르치과), 초음파(서광병원·미즈피아 산부인과), 세극동현미경(보라안과병원) 등은 각 병원에서 기증했다. X-Ray장비와 이비인후과 석션(의료용 흡입기)은 진료소 운영비로 구입했다. 조선대 병원과 광주시약사회는 3000만원 상당 의약품을 기증했다. 지역 의료계는 단기 후원에 그치지 않고 1년에 6차례 정기 봉사가 현지에서 직접 선진 의술을 전파하고 있다.
그 결과 캄퐁스퓨 지역주민 의료혜택 비율은 3년 만에 10배 높아졌다. 베이삼낭 캄퐁스퓨 주지사는 캄보디아 진료소 개소 당시 2.5%(2640명)에 불과하던 의료혜택 비율이 현재 25%(2만6000명)로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기존 캄퐁스퓨 주는 대형병원 등 의료서비스 전달체계가 미흡해 이 지역 주민들은 상시적인 결막염, 감기, 이질, 피부염 등 질환에 노출돼 있었다. 오늘날 캄보디아 진료소는 일 평균 30여명의 환자를 진료?치료하고 있으며 3년간 4만 5000여명이 의료혜택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캄보디아 진료소 운영위는 의료 외에 현지에 필요한 활동도 수행한다. 2016년 캄퐁스퓨 주에 폭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자 (사)희망나무는 봉사단을 꾸려 긴급 구호활동을 벌였다. 평소에는 캄퐁스쥬 프놈스로 우윗 고등학교 컴퓨터 교실, 벽화작업, 마을 방역 등 교육·환경 분야를 지원하고 국제 NGO 단체와 협력해 의료예방활동 등을 펼친다.

네팔 이어 3호도 추진
제2호 아시아광주진료소(이하 네팔 진료소)는 올해 2월 네팔 파르밧현 디무와 마을에 2층·231㎡ 규모로 정식 개소했다. 네팔 직업교육기관인 CTEVT가 무료로 빌려준 건물에 일반진료실, 입원실, 치과치료실, X-Ray실, 임상병리실, 접수?대기실 등을 마련했다. 최신 의료검진장비를 구비해 파르밧 지역에서 유일하게 심전도,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다. 국내 의료진들이 화상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인터넷, 전화, CCTV 등도 설치했다.
네팔이 제2호 아시아광주진료소 건립지로 선정된 데에는 의료여건 열악함과 더불어 광주와의 인연이 고려됐다. 네팔 디무와 마을은 현지 사전조사 단계에서 의료시설이 전무하고 작은 약방 1개소만 있는 의료사각지대로 드러났다. 인근 마을도 비슷한 보건환경으로 의료수요인원은 약 9만명으로 예상됐다.
2015년 4월 광주시가 네팔에 긴급구호단을 파견하면서 맺은 인연은 건립지 선정에 결정적이었다. 당시 네팔은 7.8규모 대지진으로 9000여 명이 사망하고 주택 90만 채가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광주는 지자체 유일 3차례 긴급 구호단과 구호물품을 보냈고 같은 해 7월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에 참석한 네팔 선수단에 항공비, 경기복 등을 지원했다. 긴급구호단 파견으로 형성된 현지 의료네트워크 활용도와 네팔 주요 관광지인 안나푸르나 초입 인근에 위치해 전세계 관광객들에게 광주 도시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는 측면도 참작됐다.
네팔 진료소 운영은 사단법인 광주국제협력단(OGIC·Organization for Gwangju International Cooperation)이 전담한다. OGIC은 현지 의료인 채용, 의료장비 및 의약품 구입, 정기 의료봉사를 실시하며 광주시는 운영예산을 지원한다. 캄보디아 진료소와 마찬가지로 현지인 의사, 간호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관리인이 근무한다.
광주시와 지역 의료계는 제3호 아시아광주진료소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몽골에는 고정된 건물에 의료기관을 입주하는 방식이 아닌 이동식 차량 모델 도입이 검토된다. 몽골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150만여명이 초원지대에 게르(Ger·이동식 집)를 설치하고 유목생활을 한다는 점이 반영됐다. 한반도 면적의 7.6배에 이르는 광활한 국토 곳곳에 흩어져 거주하는 유목 생활의 특성상 의료 대상자를 직접 찾아다니며 진료하는 차량 이동식 진료소가 보다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몽골 광주이동식진료소 개소에 예상되는 비용은 차량구입 및 개조비 2000만원, 운송비 5000만원, 치과장비 2500만원이다. 광주시가 치과장비를 갖춘 진료차량을 몽골에 보내면 현지단체가 의료진과 운전기사를 채용해 운영할 예정이다. 지역 의료진은 정기적인 몽골 의료봉사활동 의사를 밝혔다. 몽골 치과협회와 여성경제인봉사대에서 상설운영 참여의사를 적극적으로 개진한 덕에 추가 소요예산 없이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3호 아시아광주진료소를 추진 중인 전성현 네팔 광주진료소장은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을 아시아에 실천한 것에 강한 자부심을 느낀다"며 "캄보디아와 네팔에 세워진 광주진료소를 중심으로 학교, 도서관, 문화센터 등이 생겨 작은 광주타운이 만들어지고 나아가 세계에 광주정신이 널리 퍼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원체계·분야 과제로 남아
세 번째 아시아 광주진료소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조직?예산 체계화와 지역 정체성을 고려한 지원 분야 선택을 조언한다.
광주시는 해외의료봉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부서는 없다. 국제교류업무 부서에서 취급하며 예산 출처도 막연하다. 5·18정신 국제화 실천 활동 지원 조례안 6조 1항 (시장은 국제화 실천활동을 추진하는 광주광역시 관내 단체 등에 대해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에 예산 지출이 언급됐지만 구체성이 부족하다. 서울시와 경기도, 경상북도가 별도의 기금 조례안을 근거로 안정적인 국제교류협력 사업을 진행 중인 모습과 대조적이다.
현재 해외의료봉사는 민간단체나 비영리법인을 대상으로 사업자를 선정하는 민간자본-경상보조 형태로 이뤄진다. 물론 민간위탁방식은 지자체 교류협력 관련 인력과 재정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수행기관에 대한 사후 평가가 힘들고, 지자체 고유의 브랜드로 통일성 있는 사업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광주시는 각 주관기관에 연간 4000만원씩 지금까지 2억 원을 지원했지만 사후평가는 없었다. 사업에 대한 검토·평가 시스템 부재 시 사업이 자칫 의전성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자체 고유의 특성이 반영된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과제로 남아있다. 지자체는 중앙정부에 비해 정책결정-집행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자율성과 민첩성을 갖는다. 이 같은 이점을 활용해 지자체가 보유한 고유의 자원을 발굴해 특화하는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다. 해외지원사업을 진행하는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가 도시브랜드 제고라는 측면에서, 지원분야 특화를 통해 브랜드가치를 만들거나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의 전자정부, 경기도의 농업개발, 경상북도의 새마을운동 사업 등이 모범사례로 꼽힌다.
경기개발연구원 신종호 통일·동북아센터 연구위원은 "국제교류사업은 지역간 우호협력 강화 및 지자체의 글로벌 이미지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자체 차원의 미래가치 선점 및 기업의 해외진출 확대를 위한 전략적 추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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