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즐거운 야구 볼 수 있도록 혼신 다하겠다"

'싸움닭’ 조계현 KIA 타이거즈 단장

현장의 숨소리 반영 선수 집중 육성 강팀 반열 유도
호랑이 구단서 데뷔 단장까지…韓프로야구 첫 사례
믿음·신뢰로 프런트 책임감과 능률 올릴 계획 밝혀

이산하기자
2018년 01월 01일(월) 15:01
조계현은 뼛속 유전자부터 ‘타이거즈맨’이다.
1989년 해태 타이거즈에 투수로 입단한 그는 ‘해태 왕조’를 만든 일등공신이다. 1993년과 1994년 2년 연속 다승왕에 올랐고, 5번의 우승을 경험했다. 타자들과 승부를 피하지 않아 ‘싸움닭’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당시 조계현을 뺀 ‘해태 타이거즈’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삼성, 두산을 거쳐 2001년 은퇴한 그는 2015년 쓰러져 가는 ‘타이거즈 왕조’의 부흥을 위해 고향 팀 에 수석코치로 돌아왔다. 그리고 올해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2009년 통합우승 후 8년 만이다. 그리고 지난 5일에는 구단의 깜짝 인사로 단장 자리에 올랐다. 수석코치가 단장에 선임된 것은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호랑이 구단에서 데뷔해 단장 자리까지 오른 조계현 KIA 타이거즈 단장을 만나 소감과 구단 운영 계획 등을 들어봤다.

-늦었지만 KIA 타이거즈 단장이 된 소감은.
△프로에 입단한 이후 줄곧 그라운드에 있다가 단장직을 맡게 된 것이어서 더 긴장된다. 잘 해 낼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하지만 항상 해왔듯 최선을 다하겠다. 한편으로는 선수단은 물론 프런트 직원들과 함께 움직여야 하는 자리인 만큼 기대도 된다. 현장에 대한 미련이 있지만 3년 임기 동안 열심히 하겠다. 허영택 대표께서 단장으로 풍부한 경험이 있는 분이라 잘 보좌하면 될 것 같다.

-단장에 선임되고 난 뒤 어떻게 지냈나.
△11월부터 12월은 한 시즌을 정리하는 시상식으로 가장 바쁜 시기다. 수석코치로 있을 때는 여유를 갖고 비시즌을 보냈지만, 단장직을 맡고 나니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 먼저 서울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모두 참석했다. 수석코치가 아닌 프로야구단 단장으로 참석한 만큼 긴장의 연속이었다. 지난 12일 ‘2017 일구상 시상식’에서 프런트상을 수상할 때는 떨리는 마음을 추슬러야 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다 보니 지금은 업무 파악에 시간을 쏟고 있다. KIA가 1월 31일 일본 오키나와로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때문에 12월 말에 가족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다. 이후 내년 시즌을 위한 구상 등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갈 것 같다. 특히 KIA를 사랑해주는 모든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을 생각이다.
전신 해태시절부터 KIA까지 타이거즈 구단은 전국의 관중을 몰고 다니는 ‘전국구’ 구단으로 유명했다. 팬들이 실망하지 않는 2018시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단장 직책을 맡기까지 고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유는?
△단장이라는 직책에 대해 상상만 했을 뿐 기대는 안 했었다. 1989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줄곧 그라운드에서 오래 있을 생각만 했다. 현장 지도자의 꿈도 있었다. 하지만 전임 단장인 허영택 대표이사로부터 단장을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고 잠시 고민에 빠졌었다. 단장이 워낙 중요한 자리이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3시간 가량 고민했다. 머리 속으로 ‘단장, 단장, 단장’만 되뇌었다. 김 감독의 조언을 구하는 등 주변 지인들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결국 현장과 프런트 양쪽 모두의 경험이 앞으로의 삶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기태 감독과 이제는 단장과 감독 관계다. 느낌이 다를 것 같은데.
△김 감독과는 1999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투수와 타자로 인연을 맺었다. 당시 큰 교류는 없었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인연이 이어졌다. 서로가 투수코치와 타격코치로 대표팀에 승선한 것이다. 이때부터 깊은 교감을 나누기 시작했다. 서로에게 끌렸고 밤새도록 야구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렇게 대표팀 선수들을 이끌었고, 올림픽 우승을 함께 맛보며 2012년 LG 트윈스에서 감독과 코치로 재회해 2014년까지 이어졌다. 이후 2015년 김 감독이 KIA의 새 사령탑에 올랐고, 나에게 수석코치를 부탁했다. 김 감독과의 ‘특별한 동행’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우린 6시즌을 보낸 동반자다. 그래서 부담은 없다. 수석코치 때는 선수단과 다리를 놓아줬다면 단장으로서는 선수단의 사령탑이 그라운드에서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서로 역할이 조금 바뀌었지만 감독을 지원하는 부분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현장에서 김 감독의 얼굴을 볼 일이 줄었다는 것이다.

-선수생활에 이어 코치까지 줄곧 필드에 있었다. 필드를 떠나게 됐는데 아쉽지 않은가.
△아쉬운 것은 없다. 1989년 해태 타이거즈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선수로서 1993년과 1994년 2시즌 연속 다승왕에 올랐고, 해태 시절 5번의 우승을 경험했다. 1998~2000년 삼성을 거쳐 2000~2001년 두산 베어스를 끝으로 12년 동안 프로 선수생활을 했다. 팔 상태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할 만큼 했다.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것을 모두 이뤄 후회하지 않는다.
현장 생활은 은퇴 후 곧 바로 KIA 투수코치(2002년)로 이어졌다. 코치로서도 많은 것을 이뤘다. 평코치(삼성 라이온즈 투수 코치)로 우승을 경험했고, 수석코치로 올 시즌 통합우승을 이뤘다. 특히 투수코치로 국가대표팀에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4년 아시안게임 두 번이나 승선해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역사적 현장에 있었다. 현장의 꿈이 있지만 잠시 배워가는 길이라 생각하겠다. 현장의 숨소리를 듣겠다.

-올 시즌 KIA의 ‘통합 우승’은 수석코치로는 첫 경험으로 알고 있다. 늦었지만 소감 한 마디 해달라.
△선수로 우승한 것과 수석코치로 우승한 것은 감동이 사뭇 다르다. 기쁨이 2배 이상이었다. 선수단과 감독, 코치 사이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자리라 고생한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선수 시절에는 마운드에 올라 내 공만 잘 던지면 됐다. 선수끼리는 ‘열심히 해보자’는 느낌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또 해태 타이거즈가 강팀이고, 팀원들의 이름값이 높아 ‘한국시리즈만 가면 걱정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또 투수코치로 우승할 때도 팀 내 투수들만 신경 쓰면 됐다.
하지만 수석코치는 선수단 전체를 관리해야 해서 정규시즌 내내 불안하고 걱정스러웠다. 선수들이 경기 중 다치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조마조마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이런 이유로 올 시즌 우승은 너무 감격스러웠다.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고맙다.

-수석코치와 단장으로서 마음가짐이 어떻게 달라졌나.
△수석코치는 그라운드에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 반면, 단장은 부서의 팀장이나 사원들까지 신경 쓰며 현장이 편안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자리다. 여기에 팬들이 즐겁게 야구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도전이나 일에 흥미를 느끼는 성격이라 부담은 있지만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허 대표이사를 보좌하며 이끌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프런트 각 부서의 목소리를 세심하게 들을 생각이다. 믿음과 신뢰가 기본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책임감을 주고 힘을 실어줘 능률을 올리겠다.
또 팬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무리 없이 한 시즌을 이끌어가겠다. 선수단을 강팀으로 만들어 팬들이 즐거워 할 수 있는 경기를 선사하겠다.

-올 시즌 KIA가 통합우승과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부담이 있을 텐데.
△KIA는 헥터 노에시, 로저 버나디나, 팻 딘 등 외국인 선수들과 재계약에 성공했다. 양현종, 김주찬과의 재계약이 남았지만 분위기가 좋다.
하지만 통합우승을 이룬 팀인 만큼 내년 시즌 상대 팀들로부터 견제가 예상된다. 실제로도 우승 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들어간다. 올 시즌 우승한 전력이 그대로 노출돼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어떻게 하면 상대 팀이 KIA를 까다롭고 강한 팀으로 느끼게 할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
경기에 나서는 것은 선수들이지만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프런트의 역할이다. 선수단과 프런트의 유연한 의견 조율로 신뢰감을 만들 것이다.
KIA가 처음으로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산술적으로 150만 광주시민의 대다수가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를 방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야구에 관심이 많은 광주시민들이 경기장에서 불편을 겪지 않도록 팬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전임 단장이 ‘Team 2020’이라는 장기 플랜을 추진했다. 조 단장도 구상하고 있는 사업이 있는가.
△‘Team 2020(100만 관중 돌파·20% 이상의 구단 가치 상승·3번 이상의 포스트시즌 진출)’ 사업은 지난 2015년 전임 허영택 대표이사가 추진한 구단의 장기 사업이다. 프런트와 선수단이 하나 돼 이를 조기에 이뤄냈다.
저도 선수단이 장기적으로 강팀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 이는 두산의 ‘화수분’ 야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두산이 새로운 스타급 선수들을 발굴해 강팀의 반열에 올라섰듯이 ‘선수 육성’에 중심을 두고 구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2~3년 뒤를 항상 준비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KIA의 투수진 리빌딩은 임기영, 김윤동, 홍건희 등으로 어느 정도 이뤄졌다. 반면, 야수진이 시급하다. 고참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주장 김주찬과 이범호, 버나디나 등은 적은 나이가 아니다. 김주형, 신종길 등 백업 선수들도 그렇다. 고참 선수들이 지금 당장 수비와 타석에서 힘을 쓸 수 있다 해도 2~3년 뒤에는 체력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팀에 입단한 어린 선수들을 2~5년 육성해 1군 로테이션에 합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1군에 합류할 수 있다는 것은 어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이는 팀 성장의 주춧돌로 작용할 것이다.
또 1군 선수 로테이션에 구멍이 나더라도 2군에서 메워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1군과 2군 선수들의 실력 차이를 좁혀야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KIA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올 시즌 넘치는 사랑을 주신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올 시즌 KIA가 통합우승으로 강팀 반열에 올라섰지만 내년 시즌에는 이보다 더 강한 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챔피언스필드를 방문하는 팬들은 물론 TV나 인터넷으로 시청하는 팬들이 즐거운 야구를 볼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 프로는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산다. 내년 시즌에도 더 많은 관심으로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이산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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