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감 깨워 ‘움직임’을 이끌다

[신문화탐색] 이정현 1%공작소 대표
콘텐츠 개발부터 공동체 사업까지 활동 '활발’
교육 강연장 탈피해 퍼포먼스·프로젝트 승화
"청년기획자 활동 장 열려야…방법 구상 중"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18년 10월 04일(목) 16:21
그들은 1%의 영감에 주목한다. 99%의 노력을 이끌어 낼 단 1%의 ‘힘’을 건드리는 것이다. 그 힘은 때로 강연이나 교육·문화 콘텐츠를 통해 전해지기도 하고, 그냥 툭 던진 말 한마디에서 건져지기도 한다.
이정현 ‘1%공작소’ 대표는 인간 내면에 잠재된 1%를 깨우는 사람이다. 무엇이 사람을 열정적이고, 또 자발적으로 행동하게 하는지를 고민한다. 이 대표는 이 같은 힘을 ‘교육’과 ‘문화’에서 찾는다. 끝없는 배움은 ‘밥심’과 같고, 삶을 멋스럽게 변화시키는 것은 곧 문화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범위는 끝이 없다. 실제 교육현장에서 활용하는 도구 제작부터 한 마을의 꽃밭을 만드는 일까지. 업무 영역의 한계를 두지 않는다.
이처럼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할 수 있는 힘은 이 대표의 기획력에서 나온다. 그는 자신이 직접 만든 교육 콘텐츠를 가지고 사람들 앞에 서는 멘토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광주문화재단 등에서 진행하는 문화기획양성과정에서 기획자들을 교육하는 강연자로 오랜 시간 활동해 왔다.
그는 강연을 진행하면서 ‘말’로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함에 있어 한계를 느꼈다. 강연자는 서서, 배우는 자들은 앉아서 마주보고 있어야 하는 것에서 왠지 모를 권태로움을 경험한 것이다. 그때 그는 "배움은 움직임으로 연결돼야한다"는 철학을 세웠다.
"일방적인 정보전달의 현장이 진짜 교육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단에 서서 아무리 ‘소통’을 외친다 한들, 실질적인 쌍방향 교육은 어렵다고 느꼈죠. 이후, 시작한 것이 교육에 움직임을 넣는 작업이었습니다. 박스나 소도구를 활용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아예 이 같은 강연을 기획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1%공작소는 그렇게 시작됐어요."
최근 1%공작소는 벤처 인증을 받은 교육 콘텐츠 하나를 세상에 내놓았다. 바로 ‘스마트 큐브’가 그것이다. ‘스마트 큐브’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빛을 컨트롤 하는 장비다. 실제 100개의 큐브가 강연장에 놓여지고, 각기 다른 색의 빛을 낸다. 큐브들은 각 교육생의 앱과 연결, 질문에 대한 답이 색으로 표현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지금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란 질문에 응답자들이 색으로 의견을 표현합니다. 그러면 100개의 큐브가 지금 여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행복지수를 시각화 해주죠. 더 나아가 강연에서의 질의응답 결과가 보고서로 작성돼 제공됩니다. 자신의 응답이 ‘빛’으로 실시간 전해지니, 반응이 정말 좋아요. 이 큐브의 빛을 활용한 프로젝션 맵핑 영상도 준비 돼 있습니다."
살아있는, 깨어있는 교육을 좇자 강연 무대는 한 없이 넓어졌다. 그는 강연장을 넘어 지역공동체로 시선을 넓혔다. 바로 각 마을의 색을 살려내는 도시재생사업에 발을 디딘 것.
이씨는 최근 무등산 충효마을에 주목하고 있다. 충효마을은 김덕령 장군이 나고 자란 곳이라 해 ‘충효리’라 불리다 지금의 충효마을이 됐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김덕령 장군 생가는 물론 담양으로 넘어가는 경계에 왕버들나무, 호수생태공원, 누정문화 등 지역 역사문화자원들이 넘친다.
"무엇보다 도시재생사업 성공 키는 주민들과의 밀접한 스킨십에 있습니다. 사업을 소개하고 일을 벌이기 전에 우선 주민들이 우리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죠. 지난 봄부터 마을 제초 작업에 참여하고, 마을회관 청소를 하는 등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애썼어요. 그 끝에 충효마을 수제 맥주·나물 좌판 디자인 작업·스몰웨딩 프로젝트 등 사업이 추려졌죠."
처음엔 "만들어서 어떻게 팔거냐", "마을 막걸리 판매 성공 사례가 드물다" 등 회의적인 반응이던 주민들이 달라졌다. 이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매주 일요일 마을회관에 모여 수제 맥주 만드는 법을 배우고, 맛본다. 최상의 마을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주민들이 먼저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곳도 있다. 여러 차례 그의 강연을 들었던 주민들이 "함께 마을을 살려보자"고 요청한 농성1동 벚꽃마을이 그곳이다.
"주민들과 함께 공동체정원 ‘활짝’ 프로젝트를 기획 중에 있습니다. 마을이 원래 벚꽃마을인데, 벚꽃은 봄 딱 한 철이라서 지나고 나면 관리가 영 안됐어요. 그래서 사계절 꽃이 피는 동네로 만들어야겠다 싶었습니다. 수국·장미·포도나무 등 상시 꽃이 피는 식물들로 ‘꽃길’을 만들 작정이에요. 국토부 사업에 선정돼서 아마 내년이면 꽃길을 걸을 수 있을 겁니다."
마을 주민들은 정원관리사 양성과정 교육을 수료해야 하고, 마을 곳곳 하드웨어도 정비될 것이다.
이 대표는 이처럼 도시재생사업 또한 움직임과 함께하는 교육이라는 시각이다. 주민들과 이야기하고, 새로운 마을 문화를 꾸려나가는 것이야 말로 ‘내 삶’을 변화시키는 솔루션이라는 말이다. 그에게 ‘문화예술’ ‘교육’ ‘테크닉’ 따위는 모두 사람들 내면의 동기를 끌어내기 위한 오브제인 셈이다.
"우리는 동기를 찾도록 돕는 겁니다. 마을의 경쟁력 있는 콘텐츠들을 제안·제시하고 주민들이 직접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그 동기에 불을 붙여주는 일이 우리들의 주요 역할이라고 봅니다. 동기가 자기적 의지로 이어질 때 실질적인 움직임이 일어납니다. 그땐 하지 말라고 해도 더 열심히 움직이게 된다고 믿어요."
동기를 찾아주는 일은, 생각보다 무모한 일이다. 바꿔 말해 무모해야만 가능한 일일 터다. 그는 2009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 프로그램에서 셀럽들을 찾아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청소년들이 만나고픈 인물들을 정해, 이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만남을 요청했어요. 무모해보일지 모르는 프로젝트를 통해 청소년들은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센델 교수의 초청을 받아냈어요. 미국으로 건너가서 만남이 성사됐죠. 무엇을 ‘하고 싶다’하는 동기가 어떤 움직임, 결과를 이끌어내는지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사건이었죠."
이 대표는 또 하나 일을 벌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는 광주의 문화 기획자들이 자신들의 전문성을 펼쳐 낼 장이 없다고 지적한다. 양성과정이니, 교육이니 해서 늘 배우고 있지만 실제 써먹을 데가 없다는 말이다. 문화기획자를 양성·교육하는 그에게 이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업이다.
"늘 책임감을 가지고 있죠. 4050 선배들 또한 문화 판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한 형국이에요. 때문에 새로운 세대가 올라와서 일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없는 악순환인 것이죠. 이런 것들을 열어주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엇으로 풀어낼 지는 구상 중에 있어요. 어떤 퍼포먼스가 될 수 도 있고, 국제 콘퍼런스를 마련할 수도 있겠죠? 다양한 방법을 연구 중에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1%의 영감에 주목한다. 1%의 영감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내는지를 꾸준하게 들여다 볼 작정이다.
"천재 과학자 에디슨은 ‘천재는 1%의 영감, 99%노력으로 이뤄진다’고 했죠. 많은 사람들이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저는 1% 동기가 불러일으킨 99% 자발적 노력이 천재를 만드는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1%를 깨우는 일, 인간 내면의 동기를 건드리는 일이 우리들의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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