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 할아비 바위 일몰 "미친 풍경 실화일까"

[문득여행] 충남 태안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풍경 전국 어디 내놔도 역대급
연륙교 개통 앞둔 섬 최남단 영목항 둘러봐야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18년 11월 12일(월) 16:47
바다가 간척지로 바뀐 평야가 끝이 보이지 않았고, 방조제 도로 역시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뻗어 있었다. 마치 바다를 길이 반토막낸 듯했다.
충남 태안의 안면도는 몇가지 역대급인 것이 있다. 국내 최고로 꼽히는 것들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곳의 일몰은 국내 그 어디에 내놓아도 뒤쳐지지 않는다. 생전 인연이 닿은 바도 없고, 갈 기회도 없었다. 충남을 가더라도 계룡산 일대의 마곡사와 갑사, 동학사 등의 천년고찰, 보령 머드 축제 및 무창포 해변, 온천이 유명한 대전 유성, 워터파크가 있어 애들이 강추하는 예산 덕산리솜스파캐슬 등까지만 필자에
게 허용됐다. 오십줄에 접어들었으면서도 한번 가보지 못한 곳이 안면도였다. 물론 대한민국 땅 작다고 푸념하더라도 가보지 못한 곳이 지천에 널려 있지만 말이다.
9월로 접어들었지만 날씨는 후덥지근하다. 마치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여름이 몽니 부리는 듯하다. 광주에서 230여 km로 대략 세네시간이 족히 소요된다. 날씨가 너무 무더웠던 8월의 악몽 때문인지 쉬이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안면도에 있는 리조트에서 호캉스를 하자는 일념으로 찾아갔다. 기아챔피언스 필드에서 출발해 장성, 고창을 거쳐서해안고속도로에 진입해 한참을 달려가야 했다. 군산을 지나 금강을 건너 충남 장항으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안면도는 사정권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운전이 조바심스러워졌다. 그래서 규정 속도를 지키며 달리다 보니 더 오래 소요되는 측면도 있다.
안면도는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곳이어서 싸목싸목 가도 좋았다. 장거리임에도 힘을 내 운전하며 갈 수 있었던 곳이 안면도였다.
보령 아래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서산 방조제까지 올라가 다시 내려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오는 2020년께까지 무창포에서 안면도를 있는 해저터널과 연륙교가 들어선다고 한다. 대천항과 원산도 구간(8.0㎞)은 해저터널로, 원산도와 영목항 구간(6.1㎞)은 해상교량으로 연결한다는 후문이다. 해저터널과 연륙교 공사가 마무리 되면 호남에서 안면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소 1시간여의 거리 단축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서산방조제는 듣던 대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뉴스나 각종 매체로 접했던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의 뚝심의 단면을 읽을 수 있는 곳이다. 바다가 간척지로 바뀐 평야가 끝이 보이지 않았고, 방조제 도로 역시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뻗어 있었다. 마치 바다를 길이 반토막낸 듯했다.
기억은 참 묘하다. 중독적 일수록 갈구하기 마련이다. 낚시가 그렇겠다 싶었다. 어쩌면 안면도는 낚시의 천국이 아닐 수 없다. 안면도의 최남단 영목항에서의 결코 지울 수 없는 풍경 하나도 낚시꾼들이었다. 선착장을 포함한 바다 초입에서 손맛을 맛보려는 사람들로 인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앞서 밝혔듯 영목항에 가면 조만간 개통될 아름다운 연륙교가 섬과 바다에 선처럼 그어져 있다. 그리 나쁘지 않았다. 바다와 어우러진 섬과 연륙교, 낚시꾼들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지 않을 수 없었다.
영목항으로 가는 도중 미로공원이라는 곳을 들렀다. 여행을 갈 때마다 아이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는 것은 아니다. 안면도행 역시 어른들은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힐링하기 위해 나서지만 아이들은 풍경에 별 관심이 없다. 여행을 가면 공부를 하라는 소리를 안하니까 좋고, 맛있는 것을 먹을 확률이 높아지는 이유로 여행에 기꺼이 동조한다.
자신들에게 맞는 놀이시설이 우선이다. 미로공원은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확률과 놀이시설로서 애들에게 지지를 받았다. 미로공원은 명칭이 암시해주듯 미로찾기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북카페가 있으며, 수영장과 멋있는 펜션을 갖추고 있어 아이들의 관심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영목항을 가는 길에 우연하게 들른 곳이 미로공원이었다. 바람아래 관광농원이 정획한 명칭이다. 애 엄마는 빠지고 아이들이 미로찾기 파트너로 필자를 선택하는 바람에 뙤약볕에 땀을 흘리며 미로를 열심히 찾아야 했다. 이날 무더운데 하필 미로에 오랫동안 갇히면서 애들의 타박을 모두 받아내야 했다. 50분 동안 허우적대다 큰 아이가 미로를 찾아 종을 울리면서 어렵게 미로찾기를 끝낼 수 있었다.
카페로 들어와 그집만의 팥빙수를 주문해 폭풍흡입하며 무더위를 식혀야 했다. 주인장의 취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카페의 풍경은 아기자기하게 꾸며졌다. 오래된 재통틀과 전통 다리미 등 골동품이 전시돼 있었고, 2층에는 아이들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읽을만한 다양한 책들이 구비돼 있었다.
애들은 마음에 든 책을 읽으며 팥빙수 바닥을 볼 때까지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미로공원이나 영목항도 안면도를 찾은 고생스러움을 달래주었지만 그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일몰이었다. 꽃지해변 일몰은 역대급 그 자체였다.
꽃지해수욕장의 할미 할아비 바위 일몰이 그것이다. 일몰의 성지 같은 곳 같았다.
해가 지기도 전부터 일몰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진을 친 사진가들이 안전펜스를 따라 줄지어 있는 모습 그 자체가 신기할 정도였다. 석양이 얼마나 아름답길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여기다 연인과 가족 등 방문객들도 펜스를 따라 해 저무는 순간을 기다렸다. 우리 일행 역시 늦을까 봐 서두르며 거기에 합류했다. 마치 그 일몰 풍경의 한 부분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발걸음을 재촉하게 했다. 너무 풍경이 아름답다보면 그 풍경과 동일시화하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하는 데 이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한낮을 달궜던 해가 서시히 저문다. 입이 쩍 벌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 풍경을 입장료 한푼 내지 않고 볼 수 있다니 행복감이 일었다. 연신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 저 일몰은 얼마 안 있어 지워져버릴 풍경화라는 것을 잘 알고 있
기에 그렇다.
어디만 가면 어서 가자는 아이들의 성화가 멎은 곳도 이 곳이었다. 안찍는 척 하며 핸드폰에 살짝 풍경을 담는 곳도 여기 일몰이었다. 아이들의 풍경에 대한 반응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미친 풍경에 반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영목항 가는 길에 잠깐 들렀던 고남패총박물관 체험실에서 일몰의 풍경을 부채에 다시 그렸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찍어두었다.
다녀온 지 꽤 시간이 흘러가지만 문득 사진 속 풍경을 간간이 꺼내 보고 있다. 이곳 일몰 풍경은 오랫동안 살아있는 풍경으로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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