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우리 근현대사 예술로 승화할 터"

[아트대담] 승지나 MSC잡아트프로젝트 대표
음악·무용·미술 등 ‘융합 퍼포먼스’로 평화 알려
창조의 불꽃으로 과거 되짚는 역할 하고파
자발적 참여 예술로 올바른 민주주의 알릴 작정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18년 12월 05일(수) 13:50
얼마 전부터 한 지역예술가 그룹의 소식이 솔솔 들려왔다. 이들은 지난 5월 구, 전남도청 민주광장에서 100인의 릴레이 시민참여전을 펼치더니 8월에는 광주 정신을 알리러 뉴욕타임스퀘어로 떠나 대대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무용을 비롯해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결합된 데다 탄탄한 기획력이 더해져 빛을 발한다는 후문이다.
작곡가 승지나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MSC잡아트프로젝트’의 이야기다. 지난 9월3일 승지나 대표를 작업실에서 만나 그가 이끄는 단체와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먼저 승 대표는 ‘MSC잡아트프로젝트’ 그룹에 대해 소개했다.
"처음에는 ‘JAAP(잡)당 아트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사용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해외에서 활동을 하려다보니 발음하기 쉽지가 않다는 의견이 있어 ‘MSC(Multi Spark Creation)잡아트프로젝트’로 그룹명을 결정했죠. 다양한 분야 예술인들이 공통 주제를 가지고 창작해 창조적 스파크를 일으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지역을 거점으로 음악, 미술, 문학, 무용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모였다는 이 그룹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냐에 따라 그때마다 구성원이 달라진다는 특징이 있다. 매번 달라지는 멤버들 중 그룹을 이끌어 간 초기 멤버는 승 대표를 비롯해 무용가 나은영, 미술가 주홍, 주라영 이렇게 4명이 있다.
"5년 전 우연히 광주예총에서 발간하는 잡지 ‘예술광주’에 편집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음악 장르의 칼럼을 써오고 있어요. 우리 그룹의 주요멤버는 이때 다 만나게 됐어요. ‘예술광주’가 우리를 이어준 셈이지요."
이렇게 만난 이들은 ‘절친’이 됐다. 2016년부터 끼리끼리 창작 활동을 시작하다 2017년 지금의 ‘MSC잡아트프로젝트’ 단체를 등록하기에 이른다.
퍼포먼스를 펼칠 때 주로 즉흥적으로 연주한다는 그는 피아노로 연주하거나 생활용품을 두드려서 소리를 낸다고 한다. 이때 미리 바탕곡 작업을 준비해간다는 설명이다. 이와 결합해 무용가는 춤으로 생각을 표현하고 미술가는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퍼포먼스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자신이 대표를 맡은 것에 대해서 승 대표는 다들 너무 쟁쟁한 전문가들이라 서열을 정리하기가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음악에서 작곡은 모든 장르와 결합이 가능함과 동시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는 회원들의 의견에 따라 대표가 된 것이라며 겸손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최근 그룹 멤버들은 기획 분야에 노정숙 화가와 촬영을 담당하는 김창호 작가를 비롯해 의사이면서 시각예술 작품 활동을 병행하는 이선영 원장, 문학을 담당한 한경숙 작가, 미국에서 활동해 통역을 도와주는 화가 조인자 등으로 주요멤버가 늘면서 복합적이면서도 탄탄한 구성력을 지니게 됐다.
‘MSC잡아트프로젝트’는 지난해 부지런한 활동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평화의 소녀상 건립 기금마련에 나서거나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식을 위해 퍼포먼스를 벌인 것을 비롯해 100인의 릴레이아트전을 펼치고 명량대첩축제에서 새로운 형식의 ‘약무호남가’를 발표하는가 하면 제주비엔날레 ‘43518 MAMA道’에 참여했다. 또 뉴욕타임스퀘어와 9·11메모리얼 뮤지엄 추모공원, 유니언스퀘어에서 평화의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걸어온 길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공통점이 있다. 바로 우리의 근현대사와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뉴욕광장퍼포먼스 프로젝트의 근간이 되는 100인의 릴레이아트는 5·18민주항쟁 당시 전남도청에서 마지막 사투를 벌인 5월29일을 기리기 위해 그때의 시간대로 전세계인이 모여 퍼포먼스를 펼치는 프로젝트다.
승 대표는 올해 각종 민원으로 인해 날을 새며 행사를 하지는 못했지만 5·18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의 많은 참여가 이뤄져 의미가 있었다는 설명을 잊지 않았다.
"광주의 역사, 국가 폭력 등과 같은 지난 과거를 예술로 알리고 대변하는 역할을 예술인이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맥락에서 구, 전남도청 앞에서 벌인 100인의 릴레이 아트와 이때의 작품을 전시하고 또 광장에서 평화를 노래하는 새로운 퍼포먼스를 펼친 뉴욕 광장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죠."
예술가이기에 예술로 사명감을 전달하겠다는 의지로 이해됐다. 그는 그러면서 제주비엔날레에 참여했던 기억을 회상했다.
"43518 MAMA道’는 제주4·3사건과 광주5·18민중항쟁을 연결 짓는 프로젝트였어요. 다랑쉬굴로 대표되는 제주4·3유적지를 그 당시 몸을 피했던 피난민의 입장이 돼 걸어서 다 돌았어요. 덮으려고만 하는 역사는 사실 덮을 수가, 숨길 수가 없다는 걸 걸으며 생각했지요."
승 대표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험난한 곳이라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유적지를 돌며 까마귀 울음소리를 비롯해 바람에 풀이 스치는 소리 등을 녹음하고 제주 작가들의 도움으로 생존자들의 증언을 녹취했다고 말했다.
‘MSC잡아트프로젝트’는 서울에서 열린 제주·서울프로젝트에서 ‘43518 그 길위의 춤’을 선보였다. 승 대표는 채록한 소리를 기반으로 이때의 감정을 즉흥적으로 연주하고 다른 작가들은 이 소리에 맞춰 퍼포먼스를 펼쳤다. 승 대표는 퍼포먼스가 끝나지 않아 즉흥연주를 계속 했다고 그때를 소회했다.
이어 제주비엔날레의 참여가 ‘MSC잡아트프로젝트’의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는데 큰 방향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위안부 문제, 4·19사건, 여수·순천반란, 5·18과 촛불집회 등 지나간 역사들이 이어진다는 걸 느꼈어요. 그러면서 각기 다른 사건이 사실은 한 가지 사건으로 인식이 됐지요. 감추고 싶은 부끄럽고 아픈 우리 근현대사를 끄집어내 예술로 승화하게 됐고요. 감춘다고 해서 있었던 일이 없어지게 되는 건 아니니까요."
이렇듯 풀뿌리 민주주의 정신을 되새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역사에 눈을 뜨게 됐다는 그는 이전까지 역사에 관심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돌이켜보면 음악에 열중하며 산 삶이었어요. 작곡을 하고, 연주를 하고. 음악에 빠져 살았지요. 솔직히 학창시절에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이 없었어요. 민주주의나 저항의식은 저에겐 무겁고 어두운 개념으로 다가왔죠."
그런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5·18을 경험했다. 어린 맘에 학교를 안가도 돼 신이 나 있었고 부모님이 목포에 동창모임을 가셔서 동생과 둘 뿐이라 더 신이 났었다고 소회했다. 창가에 의자를 놓고 올라가 송정리에서 금남로 쪽으로 하염없이 지나가는 탱크가 그저 신기했다는 것이다. 들리는 소문에 자기처럼 창가를 내다 보던 또래 아이가 군인이 쏜 총알에 맞아 안타깝게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 당시에 집이 있었던 곳이 현재 호남대 바로 옆 자리였어요. 부모님이 동창모임을 가면서 집을 비우셨는데 길이 막혀 집으로 돌아오시질 못했어요. 며칠이 지나서 트럭을 얻어 타고, 걷고 또 걸어서 집에 도착하셨는데 한 손엔 무화과 나무 묘목이 들려있더라고요. 그 묘목을 집 마당에 심었어요. 우리 집 사람들은 그걸 ‘5·18 무화과’라고 불렀죠. 그 나무와 열매가 우리가 살아서 만난 것을 증명하고 그 때를 기억하게 해줬어요."
그는 무화과에 얽힌 이야기를 ‘빛의 무화과’라는 피아노곡으로 승화하기도 한다.
어릴 적부터 그의 마음속에는 미술을 향한 뜨거운 애정이 가득했다. 러시아 국민작곡가인 무소르그스키(Musorgsky Modest Petrovich, 1839~ 1881)의 피아노 모음곡인 ‘전람회의 그림’을 접하고 각 예술이 융합된 작품을 하리라고 마음먹는다.
승 대표는 어린이들이 쓴 시를 토대로 작곡을 하거나 어린이 창작 오페라를 쓰는 등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과 올바른 가치관을 알릴 작정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예술로 사회와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고 싶어요.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의식이 없는 게 아니라 깨닫지 못해서 그런 것이거든요. 이런 세대를 위해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흔들리지 않고 하고자 하는 대로 계속 해나갈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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