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호·제72호=고선주 기자)"책에 담긴 질문을 가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질문독서모임’인 셈이죠. 이 질문을 기반으로 서점이 운영되고 있어요. 전국 네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데 광주도 그곳의 한곳이죠. 책 하나와 질문 하나를 기부받아 서점 에디터들이 질문기부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해 소책자를 만들어 다시 네 곳의 서점에 기부를 하게 됩니다."
이는 주부와 직장인, 교사, 학생, 의사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모여 독서토론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8년 9월 첫 모임을 가진 이후 매달 세차례 모임을 광주시 광산구 운남동 771-3 대영빌딩 5층에서 진행하고 있는 독서모임 ‘인공위성 광주’를 이끌고 있는 서은선 대표(한국화가)가 소감을 대신해 밝힌 운영방식이다.
‘인공위성 광주’는 참신한 콘셉트로 독자들의 인문학적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그냥 책만 읽고 단순한 느낌을 말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궁금한 책의 내용을 질문하는 것으로 시작, 질문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 운영방식으로 인해 한층 더 깊이있는 독서모임을 구축 중이다.
이들은 매달 1∼3주 목요일 저녁에 모여 한권의 책을 보면서 거기에 담긴 질문을 가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의 ‘질문독서모임’을 지향한다.
인공위성은 처음 서울에서 시작됐다. 책을 좋아하는 한 건축가에 의해서였다는 것이 광주 인공위성을 이끌고 있는 서은선 대표의 설명이다. 인공위성은 서울에서 문을 연 뒤 광주를 포함해 부산, 제주 등 4곳에서 서점을 매개로 운영 중이다. 질문을 토대로 하는 서점으로 책을 기부받으면서 질문까지 기부받는 형식이다. 서점 에디터들이 질문을 보고 질문 기부자를 인터뷰해 소책자를 만들어 전국 4곳의 서점과 공유한다. 패키지를 바꿔 판매한다는 점도 잊지 않았다.
서은선 대표는 "책을 보면서 많은 질문을 끌어낼 수 있다. 서점을 운영하면서 인문학 등 질문을 얻게 된다"며 "그냥 책을 읽는 것이 좋아 글만 있으면 상상할 수 있다. 글과 그림은 서로 떨어질 수 없다. 그림을 그리면 모방확률이 높아지는데 책을 읽고 그리면 독창적인 그림이 나와 좋다"고 책이 가져다주는 장점을 들려줬다.
독서모임에는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10명 안팎까지 참여한다. 이들은 이처럼 매주 책을 통한 상상의 세계를 열어 젖힌다.
이 독서모임을 가능하게 한 장본인이 서 대표다. 전남대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그는 화가와 그림동화 작가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림과 글을 넘나들고 있다. 그림 하나로도 힘들 법 하지만 그렇다고 글에 대한 시각 자체를 바꾸지는 않는다. 어느새 그는 글의 소중함까지 깨쳐버린 셈이다.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광주아틀리에 입주작가들

서 대표는 이 인공위성만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하나도 어려울 것 같은데 여러 가지의 일을 한꺼번에 병행해 가고 있다. 미술 공부와 소통 공간 그리고 함께 작업을 펼치는 공간인 ‘서반장의 상상공작소’ 뿐만 아니라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광주아틀리에’ 입주작가로 활동을 펼쳤다. 색칠이야기 책인 숲속 이야기 ‘소풍’ 일러스트북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회화작업을 펼치면서 동화 창작을 틈틈이 하고 있다. ‘볼로냐’를 꿈꾸고 있다. 젊은 그림책 작가들이 입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이고 편견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글을 안쓰고 그림으로만 응모가 가능하다. 그래서 세계 유수의 동화작가들이 볼로냐로 몰려들고 있는데 그도 이곳을 바라보고 있다. 볼로냐는 이탈리아 중북부 고대도시로 세계 최대 규모의 어린이 도서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만큼 어린이책 분야에서는 그 권위가 정평이 나있다. 그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볼로냐를 통해 어른을 위한 그림동화를 집필하는 계기를 마련해볼 작정이다.
오는 8월 그는 스승인 노정숙 작가 등과 함께 몽골에서 열릴 ‘국제여성미술제’에 참여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한국화와 판화를 접목해 ‘국제여성미술제’에 참여한 바 있다. 이처럼 그가 그림을 다시 하기까지는 오랜 공백을 견뎌야 했다. 물론 그가 붓을 잡고 창작으로 복귀하는데는 네이버가 큰 역할을 했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고향 광주를 떠나 코오롱에 입사해 패션디자이너로 옷 만드는 일을 했다. 자연히 그림은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작가로 복귀하기까지 네이버에 항상 고마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상제작부터 홍보, 수업까지 모두 제작을 하거나 알선을 해주는 등 일체 비용을 부담해 작가가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주더군요. 저는 광주에서 작가로 활동 중인 노정숙 선생님만 알고 있는 상태였죠. 노 선생님이 광주화가와의 만남 등 인적 교류에 큰 도움을 줬구요. 그림을 시작하게 한 것도 제 스승님 덕분이라고 봅니다."
코오롱을 퇴사하고 경기문화재단 어린이창의미술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어린이미술 쪽에 몸을 담게 된다. 그러나 창작을 하고 싶은 열망은 충족되지 않았다. 창작에 대한 갈망은 지속된 것이다. 순수회화에 대한 열망이 광주로 돌아오게 한 계기가 됐다. 어린이미술에 대한 경험 때문에 지금도 어린이미술을 계속하면서 자신의 작업을 펼쳐간다.
또 그에게는 인공위성이나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광주아틀리에 외에도 중요 활동 공간인 상상공작소가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상상공작소는 아마추어 화가들을 모아 작가적 마인드를 심어주고 있다. 이 상상공작소는 그에게 의미가 깊다. 광주에 내려와 맨 먼저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 상상공작소의 참여자들의 단체전이 지난 3월 광산구청 뒤 라라갤러리에서 열리기도 했다.
"인공위성이 철저하게 문화와 예술을 나누는 공간이라면, 상상공작소는 주수입원이 나오는 곳이죠. 그렇지만 이윤창출은 크게 개의치 않고 있습니다. 어린이작가미술과 주·야 성인반으로 나눠 운영 중에 있죠."
그는 매일 매일 분주한 일상을 살아간다. 월·화는 주로 상상공작소에 매달리고, 수·목·금은 외부출강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그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록되기를 바라는가를 물었다.
"그림을 잘 그려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제 마음을 잘 담을 수 있어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게 그림밖에 없더군요. 저는 ‘소녀’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데 제 그림을 보고 요즘 아픈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이 공감하고 치유의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림 안에 진짜 제 진심을 담을 수 있는 그림을 그리면서 진정성이 있는 예술가이자 본질에 충실하는 예술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예술가라고 말하기가 좀 그래서 그렇죠. 저는 그림 그 자체로 엄청 행복해요."
그는 지난 4월28일까지 소아르미술관에서 열린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광주아틀리에’의 첫 전시인 제1기 입주작가들의 작품전에도 참여했다. 그는 2018년 9월부터 올 3월까지 입주작가로 활동을 펼쳤다.
이처럼 그의 다채로운 활동과 작업이 향후 어떤 결실을 맺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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