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로비에서 책들에 빠져 기다림 조율하며 채움의 시간 갖다

[문득 여행] 고정관념 깬 별마당 도서관
스타필드 코엑스몰 B1층에 자리·도서관 쇼핑몰 지향
5만여권 장서·13m 높이 서재·850평 규모 시선 압도
싸이의 ‘강남 스타일’ 손 조각상 이어 봉은사도 관람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19년 09월 05일(목) 17:46
(2019년 6월호·제73호=고선주 기자) 매번 관광명승지로 향하던 시선을 돌려 이번에는 도서관을 찾아 나섰다.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을 도서관을 떠올렸다. 도서관이 책을 보는 곳으로만 한정된다면 별반 개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터다. 오늘날의 도서관이 50년전이나 30년전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면 도서관으로부터 느끼는 매력이 감소할 것이다. 현대인의 욕구는 발전하고, 거기에서 나아가 지능화되는 듯한 형국이다. 성냥각 같은 모양에 종합도서실, 그리고 학생들 공부방 기능을 하는 룸 등으로 짜여진 구조는 도서관에 대한 큰 관심을 유도할 수 없다.
그래서 도서관이 천편일률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어린이도서관이 어린이들의 정서를 감안해 건립되면서 도서관의 외형과 내부가 그동안 많은 변화를 거듭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수의 도서관들이 과거의 흔적을 벗어나지 못한 채 책의 창고처럼 놓여져 있다. 물론 다양한 관련 프로그램과 행사를 통해 인근 주민들의 문화향유 공간으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런 도서관들의 고군분투가 있었기에 오늘날 발상을 달리 한 도서관들이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겠지만 주민들의 수준은 높아지는데 도서관만 멈춰 있다면 시대의 낙오를 감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핫한 도서관의 한곳으로 떠오른 ‘별마당 도서관’. 기존 도서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배치의 미학과 고도의 신개념을 제시한다.
별마당 도서관은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513 스타필드 코엑스몰 B1층에 소재하고 있다. 이른바 도서관이 있는 쇼핑몰을 지향하고 있다. 지하에는 영풍문고와 영화관, 다이소와 식당을 포함한 각종 점포들이 즐비하게 자리하고 있다. 도서관이 로비에 구축돼 있어 신선했다. 보통 로비에 구축하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교차하기 때문에 산만해질 수 있는 단점도 있어서다. 한때의 정서라면 경계없는 도서관은 꿈꾸기 어려웠다.
로비에서 비움을 본 것이고, 도서관을 조성해 그 비움을 채운 것이니 기존 관념을 완벽하게 탈피했다고 할 수 있다. 또 로비는 기다림의 상징 공간이 아닌가. 기다리는 것은 만나는 일이다. 그 만남은 채움의 가능성을 높인다. 책을 읽는 것은 비워있는 내면을 채워넣는 행위와 같다. 그래서 기다림의 본래적 의미를 실속있게 채울 수 있는 매개가 다름아닌 책이다. 책을 통해 기다림을 조율하면서 채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로비의 도서관은 참신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비움과 기다림은 사색의 다른 이름이다. 이와함께 복잡한 일상의 번민을 잠시 뒤로 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등의 사색의 시간을 구가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는 생각이다.
코엑스 야외에 자리한 싸이의 ‘강남스타일’ 손 조각상

로비의 도서관은 각 코너에 세개의 거대한 서가가 들어서 있다. 일단 규모에 압도된다. 자그마치 서재의 높이가 13m다. 고개를 아예 뒤로 제껴야 서재의 제일 위쪽을 쳐다볼 수 있다. 망루나 봉화대, 거대한 굴뚝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모양이 흡사해 그런 상상을 했던 것이다.
인문과 경제, 취미 실용 등 5만 여권의 장서를 구비하고 있다. 외국원서 코너와 유명인의 서재 코너, 아이패드로 볼 수 있는 E-Book, 600여종의 해외 잡지를 모아놓은 잡지 특화 코너가 갖춰져 있다. 무역과 비즈니스 분야의 전문 서적 1000여권을 기증받아 꾸민 한국무역협회 비즈니스 코너도 별도로 배치돼 있다. 도서관 전체 크기는 2800㎡(850평)에 달한다.
신세계그룹이 인문학 프로젝트를 전개해온 가운데 풍요로운 삶의 뿌리가 되는 인문학의 즐거움을 일상 속에서 교감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하나로 시작됐다 한다. 편안한 서재 콘셉트에 다양한 테이블이 비치돼 있고, 노트북 작업이 가능하도록 해 이용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되도록이면 편안한 심리로 책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층에서는 지하 1층의 ‘선큰’(Sunken) 광장을 조망하면서 여유롭게 독서가 가능한 독립적인 공간으로 구성됐다.
필자가 방문한 날은 운이 좋았다. 피아니스트 서혜경씨의 연주가 열렸기 때문이다. 책도 읽고, 음악회도 감상하는 행운까지 잡아 환상적 분위기가 더해졌다. 이처럼 다채로운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가동 중이었다. 5월에만 명사초청 특강과 컬처클럽, 패밀리 콘서트 시리즈, 아티스트 쇼케이스 등이 진행돼 도서관이 할 수 있는 기능을 이미 넘어선 듯한 느낌이다. 사색도 냄새로 측정된다면 이곳은 어마 어마한 향내가 풍겨져 나왔을 것이다. 지방러(지방사람)에게 별마당 도서관은 충격 그 자체였다. 한번도 생각 못한 모습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경계없는 도서관 그 자체였다.
한참동안 강렬한 인상이 지워지지 않아 별마당 도서관을 나와서도 마음 속에서의 여진은 지속됐다. 도서관을 나와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손 조각을 관람했다. 말춤을 추는 손 조각상이었다. 어쩌면 한류의 매개이자 노래 속 공간 강남을 두드러지도록 전세계 팬들에게 호소하는 상징물이 아닐까 싶었다.
코엑스 건너에는 12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봉은사가 자리하고 있어 쉽게 둘러볼 수 있었다. 도서관에 고건축물까지 접할 수 있다보니 문화적으로 가득 충전되는 듯했다. 수많은 연등들이 봉은사를 더욱 경외하게 만들었다. 판전의 편액은 말년에 봉은사에 머물렀던 추사 김정희 절필(絶筆)로 알려져 있다. 진여문을 따라 올라 사천왕과 부도전, 법왕루, 선불당, 대웅전, 지장전, 영산전, 북극보전, 미륵대불, 판전, 종루, 연지관세음보살 등 사찰의 건축물들을 모두 둘러볼 수 있었다. 이름만 알고 있었던 봉은사를 관람한 것은 행운이었다. 애초 별마당 도서관만 겨우 파악하고 갔던 길이어서 무언가 듬뿍 얹혀진 듯한 느낌 말이다. 이번 서울 여정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보물들을 한꺼번에 마음에 저장할 수 있었다. 무언가 꽉 채운 채 광주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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