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본연의 맛 잃지 않는 연주회 꾸준히 열 터

[예술기획] 광주간판예술단체를 찾아서 <31> 대금연주단 여울림
2008년 창단…광주에서 현재까지 유일한 대금 연주단체
채광자 단장 주축 제자 20여 명 구성 11년째 연주단 활동
서용석류 대금산조 발전·다양한 예술 접목한 실험 무대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19년 12월 02일(월) 17:14
(2019년 10월 제77호=글·정채경 기자)곧게 뻗은 대나무에 구멍이 송송 난 대금을 손에 쥔 이들이 무대를 채운다. 이들은 취구에 숨을 불어넣고, 손가락으로 나머지 지공을 막고 열기를 반복한다. 그러자 반질 반질 잘 다듬어진 대나무에서 마침내 호소력 짙은 소리가 흘러나온다. 평온하면서 중후한 대금 소리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그러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폭포를 이루듯 대금 소리가 한 데 모여 가슴을 후빈다.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대금이 주가 된 연주단의 무대를 지루하다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수 대의 대금이 연주자의 호흡아래 지공을 열고 닫는 모습과 그 움직임은 한 편의 퍼포먼스를 보는 듯하다. 거기서 흘러나온 구슬픈 선율은 가슴에 닿아 콕 박힌다. 듣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건 당연하다. 특유의 선율로 인해 마음이 동했기 때문일 터다.
국악합주 무대에서 여러 악기 중 하나로 대금을 만나거나 대금 연주 독주회를 통해 연주를 접한 적은 있지만, 여 러 대금 연주자들이 한 데 모여 대금 선율을 들려주는 무 대는 낯설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정기공연을 할 때면 객석 의 빈 자리를 찾기 힘들다. 채광자 단장이 이끄는 대금연주단 여울림이 그 주인공이다. 단체 이름에는 ‘여럿이 함께 어울려 연주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전통 예술 음악을 계승하고자 2008년 창단했다. 우리가락회라는 국악연주단이 전신으로, 대금 연주 를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결성됐다. 대금 연주단으로는 광주에서 현재까지 유일하다.
대금은 궁중음악과 정악에 사용되는 정악대금과 산조 나 민속무용 반주 등에 사용되는 산조대금으로 나뉘는 데 채 단장은 국가무형문화재 제20호 대금정악 이수자다. 현 재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상임단원이기도 하다.
채광자 단장

"호남 지역은 예로부터 민속음악이 발달돼 왔죠. 민속 음악의 본고장인 셈입니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전통 음악을 발전시키고, 계승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금연주단 여울림이 그 시작이었던 거죠."
채 단장은 "대금은 목관악기 중에서도 소리가 아름답기 로 꼽힌다"며 "국악연주와 독주회에서는 이를 제대로 보 여주기에 한계가 있어 대금연주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여울림의 구성원들은 전공자를 비롯해 국가무형문화재 대금정악 이수자 등 그가 길러낸 제자들로 구성됐다. 누구보다 대금을 사랑하고, 보존과 계승을 바라서다. 20여 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11년째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제12회 정기공연을 비롯해 초청·재능기부·나눔 등 80여 회에 달하는 비정기 공연을 선보였다.
단원들은 공연이 정해지면 시간을 쪼개 매일 모여 연습 에 돌입한다. 평소에는 각자 하고, 매주 화요일 오후 8시 에 모여 2~3시간씩 함께 연습한다. 늦은 시간에 함께 맞 춰보는 이유는 대금 강사 활동과 프리 연주 등 각각 개인 활동을 병행하고 있어서다.
지금까지 선보인 공연의 레퍼토리는 모두 채 단장의 손을 거쳤다. 다양한 무대에 오르기 전 어떤 연주를 들려줄 지 고민을 거듭한다는 그는 ‘대금이 지닌 색을 존중하자’ 고 되뇌인다고 했다.
"사실 연주만 하면 고민이 덜하죠. 작품에 몰입해서 연 습하고 다른 연주자들과 맞춰보면 되니까요. 하지만 연주단을 끌고 가야하기 때문에 어떤 콘셉트로 무대를 기획하고, 어떤 레퍼토리로 내용을 구성할 지 고민하죠. ‘대금이 지닌 색을 존중하자’는 생각을 근간으로, 어떻게 하면 더 기억에 남는 무대를 선보일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금 본연의 맛을 가장 중시한다. 그 맛을 살린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새로움을 입힌다고 언급했다.
"연주의 성패는 대금 본연의 맛을 잘 살리는가가 관건이에요. 대금이 전할 수 있는 매력을 강조하려면 본연의 색을 잃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죠. 물론 요즘 작곡된 창작 음악이나 대중가요를 무대에서 들려드리기도 하지만 주 된 레퍼토리는 전통 그대로를 연주합니다. 그 다음 관객들 의 호응을 위해 새로움을 입힌 무대를 선보이죠."
이와 함께 여울림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조화’다. 다양한 소리가 어울려 함께 어우러질 때 두루 돋보일 수 있어서라는 설명이다. 대금의 매력으로는 ‘다른 악기든, 관객이든 단박에 휘어 잡는 힘’과 심금을 울리는 ‘울림’을 꼽았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데 차이는 있기만 연주를 들은 관객들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소리’라거나 ‘화가 났다가 도 대금 소리를 들으면, 금방 가라앉는다’고 말할 때 대금 의 매력을 다시금 깨닫죠. 사람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하는 게 대금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또 합주곡에서 악기 들이 대금에 음을 맞추는데, 편종이나 편경처럼 고정음을 가진 악기가 구성에서 빠질 경우 연주하기에 앞서 대금이 그 역할을 맡는거죠. 가냘픈 것 같은데 사실은 단박에 휘어잡는 힘이 있달까요.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죠."
11년 동안 대금 선율을 전하는 길을 달려온 여울림은 앞으로 더 많은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선배 연주자로서 사명감을 갖고, 후배들을 끌어주는 역할을 해야해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협업과 도전의 무대를 가져보고 싶다고 했다.
"서용석류 대금산조를 더 발전시켜보고 싶은 바람입니 다. 발레와 교향악 등 다양한 예술 장르와 접목한 실험 무 대를 펼쳐보고 싶기도 하죠. 앞으로도 기회가 찾아올 때 마다 대금 본연의 맛을 잃지 않는 연주회를 꾸준히 선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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