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에 갇히지 않은 라이프 즐기는데 기여하길

[신문화탐색] 광주서 카페 연 배우 한주영
롯데백화점 인근 ‘카페 아카이브’ 7개월째 운영 중
영감 충만 빈티지한 소품들 즐비 창의적 공간 표방
"자연스러운 연기의 맛 살리는 배우가 될 거예요"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0년 04월 19일(일) 17:27
(2020년 4월호 제83호 =정채경 기자)광주 동구 금남로 5가. 유난히 눈에 띄는 하얀 건물이 있다. 롯데백화점 광주점 인근 ‘이런 곳에 카페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좁은 골목길에 숨어 있어서다. 의외라고 생각되는 곳에 자리한 것. 골목길 한가운데 정면으로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카페에 가기 위해서는 골목 사이로 낡은 고시원 여러 군데를 지나야 해서 독특하면서도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문을 연 지 7개월 차에 접어든 이곳은 영화 배우로 알려 진 한주영(39)씨가 운영하는 ‘카페 아카이브’다. 그는 "배우로서 한참 부족하다는 걸 알기에 배우가 운영하는 카페로 알려지는 게 부끄럽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앳된 외모의 한주영씨는 데뷔 15년 차 모델 겸 배우다. 영화 ‘마담 뺑덕’에서 정우성의 여자친구 역을 맡아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그 뒤 ‘치외법권’에서 호위무사인 초희 역으로 화려한 액션 연기를 소화하기도 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상류사회’에서 수애와 라이벌 구도를 펼쳐 주목받았다/
전남 완도에서 태어나 생활하던 그는 20대 초반에 우연히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서울에서 가수 지망생이던 친구를 따라 녹음실에 갔다가 소속사 대표의 눈에 띄어 연예계에 데뷔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2005년 당시 음악산업이 활발할 때여서 한 인디밴드의 뮤직비디오 주인공을 시작으로, 뷰티 광고 등에 다수 출연했다. 그러다 ‘카메라 앞에 선 그 자체가 즐겁다’는 생각이 들어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게 된다.
처음에는 대사 한마디를 소리내서 읽지 못하는 자신에 게 충격을 받았다. 여기다 내성적 성격까지 더해져 발성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래서 그는 말문을 여는 것부터 해 보자며 연기 연습에 매진했다고 한다.
(위) 카페 아카이브 외관 (아래) 카페 2층 내부

"배우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직업과 환경, 감정들을 간접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해야 했죠. 연기를 하면 할수록 제가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를 둘러싼 생각과 관념 등에서 자유로워져야 했습니다. 소신은 있되 열린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걸 그때 깨달은 거죠."
뮤직비디오 감독들이 영화감독으로 데뷔를 하게 되면서 그 인연으로 다수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 독립영화 등 다채로운 이력을 갖게된 계기가 됐다. 장편영화 ‘그녀에게’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꿰차 죽은 남자 친구의 추억을 지우고 싶어하는 여주인공 역을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상업영화에는 ‘마담뺑덕’에 처음으로 출연한 뒤 꾸준히 얼 굴을 내밀고 있다.
그가 광주에 터를 잡은 것은 1년 전이다. 7남매 중 막내인 그는 언니와 오빠네 가족이 광주에 거주하고 있어 오가기는 했지만 이곳에 정착할 생각은 그동안 하지 못했다. 이번이 광주살이가 처음인 셈이다.
‘상류사회’ 영화 촬영장 중 한곳이었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광주시민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는데 이때 광주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게 됐다고 들려줬다. 이같은 인상이 결국 그를 광주로 이끈 것이다.
영화 출연이 없는 공백 기간에 무엇을 할지 고심하다가 조카와 함께 카페 운영에 뛰어들었다는 그는 촬영이 있을 때는 광주와 서울을 오가며 일정을 소화했다. 현재는 회사와 계약이 만료된 상태로 카페 운영에만 집중하고 있다. 카페 운영은 처음이어서 서툰 부분이 있지만 겁내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으로, 당분간 카페 운영에 집중할 복안이다.
그러면서 그는 광주에 대한 소회를 잊지 않았다. 그는 "오랜 전통을 지닌 광주비엔날레와 지역 대표 복합문화센터로 자리매김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이 있어 문화를 선도하는 곳"이라며 "예향의 도시로 언급돼온 광주는 이곳만의 분위기와 독특한 색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줄곧 타지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광주에 머물고 있는 지금, 광주가 피부로 와 닿는다고도 했다.
그가 일구고 있는 ‘카페 아카이브’는 2층 규모의 건물이 =다. 내부에 들어서면 블랙 앤 화이트의 절제된 색으로 꾸며 =진,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담소를 나누며 =피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들이 마련돼 있고, 왼쪽에는 여러 장의 사진이 꽂힌 마네킹과 차가운 느낌의 철제 서랍장 등 영감을 깨우는 빈티지한 소품들이 즐비하게 구비돼 있다.

계단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벽돌과 노출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는 창고를 콘셉트로 내세운 서울의 성수동과 이태원 핫플레이스들을 연상하게 만든다. 구석 구석에 놓인 화분은 트렌디함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편 안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이곳 커피는 전세계 생산량 중 7%를 차지하는 스페셜티의 생두를 사용한다. 산미가 강한 특유의 맛과 풍미가 특징이다. 인근 직장인들 중에 단골이 많다고 귀뜸한다.
한주영씨는 이곳이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들로 채워지는 창의적인 공간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살아오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카페 아카이브에 녹여내고 싶어요. 스스로를 존중하거나 시간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모였으면 하죠.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는 창의적인 공간이 됐으면 해요. 닫혀있지 않은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라죠. 그래서 이곳을 통 해 여러 사람들이 생각의 전환을 이루고, 틀에 갇히지 않은 라이프를 즐기는데 기여했으면 합니다."
현재보다 지역의 문화가 더 활성화됐으면 한다는 그는 자신의 카페가 카페 아카이브라는 측면에서 하나의 모델 이 되고, 나아가 광주의 문화 발전을 위해 작으나마 기여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끝으로 그는 극 중 역할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배우이자 도전을 멈추지 않는 배우의 길을 지속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어떤 배역이든 잘 소화해내는 배우가 돼야죠. 당분간 카페에 집중하겠지만, 배우로서 당찬 길을 걷고 결실을 맺어 나중에는 제가 배우라는 것을 당당히 드러내는 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자연스러운 연기의 맛을 잘 살리는 배우가 될 거예요.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는 배우보다는 많은 사람 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자연스러운 아우라를 갖추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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