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장르와 융합 추구…향후 플랫폼 공간 지향 문화공간 탐구(이강하미술관) 전라도인 admin@jldin.co.kr |
2020년 12월 28일(월) 15: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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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호 제92호=글 고선주 기자)
양림동은 광주를 대표하는 역사문화 공간이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거주했고, 현재까지 그들의 자취가 서린 곳이자 5·18광주민중항쟁을 증거할 수 있는 인물들이 머무른, 유서깊은 곳이다. 그런가하면 찬연하게 꽃피웠던 기독교 문화의 보고다. 이렇듯 양림동은 무차별 개발보다는 전통이 지켜져야 하는 공간이다. 변화를 추구한다는 명목 아래 무차별 개발과 출처불명의 건축물 난립은 양림동이 경계해야 할 사안이다. 그러면서 근대 문화예술의 집결지였던 만큼 그 명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런 노력의 하나가 예술인들과 문화시설의 집결이 아닐까 싶다. 근래에는 이이남 스튜디오까지 가세해 양림동의 문화예술적 외연은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 양림동에는 기존 한희원미술관과 양림미술관, 515갤러리까지 자리잡아 명실상부한 공간으로 안착되고 있다. 여기다 2018년 문을 연 이강하미술관 역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양림동의 대표적 미술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창의력이 넘치는 전시기획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미술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분야가 위축되거나 멈추는 상황에서도 다채로운 기획전시가 진행되고 있어 더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2018년 개관한 이강하미술관은 광주시 남구 3·1만세운동길(양림동)에 소재하고 있다. 남구 최초 구립 1종 공립미술관이자 동사무소 건축물의 리모델링을 통해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첫 사례다. 이강하미술관은 옛 양림동 동사무소에 들어섰다. 이 미술관은 2017년 남구에 5·18광주민중항쟁 시민군 출신 이강하 서양화가(1953∼2008)의 작품 534점이 기증된 이후 근대역사문화마을조성사업의 하나로 건립 발판이 마련됐다.
개관 후 이강하미술관은 내외의 기틀을 다지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미술관의 주요 시책으로는 전시회를 비롯해 아카이브 작업, 공유 프로그램, 각종 행사, 공모사업, 자문단 운영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난 12월8일 취재를 위해 방문할 당시에도 미술관 자문단 회의가 잡혀져 있었다. 하나 둘 전시장으로 낯익은 얼굴들이 모여들었다. 조윤성 조선대 교수와 문희영 예술공간 집 관장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이강하미술관은 지상 2층에 건평 70평 규모로 1층에는 전시실이, 2층에는 수장고와 학예연구실, 사무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이강하 화가의 작품을 콘셉트에 맞게 전시를 통해 알리자는 취지가 이강하미술관 개관의 핵심이었다.
지역에서 예술가가 작고한 후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기리기 위한 사례가 많지 않았다. 55세의 나이에 작고한 이강하 화가를 통해 그러한 한계를 타계하고, 하나의 선례를 만들어가보자는 취지였다.
보통 이강하미술관을 떠올리면 여전히 역사기념관이나 박물관, 메모리얼센터 등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술관에서 학예사를 맡고 있는 이 화가의 자녀인 이선 큐레이터는 기념관적 성격이 너무 강조되면 안된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는 전언이다. 2018년 2월 개관전시를 시작으로 그해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한 광주비엔날레 연계전시인 파빌리온 프로젝트 전시가 기념관적 성격을 탈피해 미술관 본연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첫 행보였던 셈이다. 입지를 다지는 역할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강하미술관은 신생 미술관이다보니 미술관 본연의 네 가지 업무인 전시와 교육 및 행사, 미술관 시스템 구축, 아카이브 보존 관리 등을 꾸려가는데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형편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어려움은 배가됐다. 아카이브 보존 관리는 이강하 화가에 대한 아카이브의 온·오프 구축과 연구, 그리고 홈페이지 탑재 등을 말하는 것으로, 관련 아카이브 자료는 이미 광주비엔날레의 5·18민중항쟁 40주년 특별전 ‘메이투데이’(MaytoDay) 등에 대여 되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이강하미술관의 취지와 맞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의 공모사업을 물색해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국립현대미술관과 전국국공립미술관 신진작가 발굴 기획 공모사업에 선정되는 경사를 맞았다. 이와 관련한 ‘신진작가 지원’ 선정 기획 전시는 ‘불가능을 통해 약속된 가능성’이라는 타이틀로 지난 11월3일 개막, 2021년 1월30일까지 진행된다. 이 전시에는 설박 하도훈 김자이 이조흠 정유승 정덕용 작가 등이 작품을 출품해 선보이고 있다. 이중 설박 작가의 6폭 병풍 ‘산山,수水’는 각각 작업년도가 다른 작품들을 이어붙여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으며, 정유승 작가의 ‘55만2천8백9십원’은 미술학 학사 이상의 경력에 근거해 호당 가격을 항목별로 뽑아 작품가를 제시, 가격표를 부착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전시는 오는 2월경부터 담배공장 건물을 리모델링한 서울 문래동 소재 대안공간 스테이스 나인에서 3주 정도 전시를 다시 열 예정이다.
여기다 지난해네덜란드와 계속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공모를 도모했다.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국제공모에 도전을 지속할 작정이다.
이처럼 국내외 공모에 적극 나선데는 구립미술관이지만 결코 어떠한 경계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포석이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미술관이 지향하는 바는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가장 기본적인 공간을 의미하는 화이트 큐브(white cube) 개념을 초탈하는 것것이다. 오로지 미술관이 소통하는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예술 장르를 품을 수 있는 플랫폼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또 타 예술관과 콜라보를 통해 다른 영역의 예술을 보여주고 싶은 것도 이강하미술관의 꿈이다. 이 콜라보는 단순한 지형을 뛰어넘을 듯하다. 회화는 물론이고 의학과 과학, 기술, 문학 등과 콜라보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기 때문이다.
올해는 탈장르가 미술관의 주요 콘셉트가 될 전망이다. 이렇게 해서 융합까지 이루고 싶어 한다. 이는 꼭 그림과 화가가 우선 순위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한다.
그동안 기획전시에 공을 들이다보니 개관 목적을 살리지 못했다는 의견 또한 잊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미뤄져 2021년 2월에 개막할 ‘제13회 광주비엔날레’ 전시기간(2021.2.26∼5.9)에 맞춰 이강하 화가의 대작 중심으로 작품 10여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강하미술관은 역사가 짧다. 역사가 짧은 대신 이선 학예사를 중심으로 실험정신을 발현하고 있다. 점차 이강하미술관을 거쳐가는 화가들이 늘고 있다. 이들과 함께 경계에의 탈피나 국내외 공모 도전, 독창적인 전시기획 등 새로운 미술문화를 진작해가기 위한 노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다보니 구립이라고 하는 지점에 얽매이기보다는 이를 뛰어넘어 새로운 문화예술의 거점공간이 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양림동은 광주를 대표하는 역사문화 공간이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거주했고, 현재까지 그들의 자취가 서린 곳이자 5·18광주민중항쟁을 증거할 수 있는 인물들이 머무른, 유서깊은 곳이다. 그런가하면 찬연하게 꽃피웠던 기독교 문화의 보고다. 이렇듯 양림동은 무차별 개발보다는 전통이 지켜져야 하는 공간이다. 변화를 추구한다는 명목 아래 무차별 개발과 출처불명의 건축물 난립은 양림동이 경계해야 할 사안이다. 그러면서 근대 문화예술의 집결지였던 만큼 그 명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런 노력의 하나가 예술인들과 문화시설의 집결이 아닐까 싶다. 근래에는 이이남 스튜디오까지 가세해 양림동의 문화예술적 외연은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 양림동에는 기존 한희원미술관과 양림미술관, 515갤러리까지 자리잡아 명실상부한 공간으로 안착되고 있다. 여기다 2018년 문을 연 이강하미술관 역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양림동의 대표적 미술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창의력이 넘치는 전시기획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미술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분야가 위축되거나 멈추는 상황에서도 다채로운 기획전시가 진행되고 있어 더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2018년 개관한 이강하미술관은 광주시 남구 3·1만세운동길(양림동)에 소재하고 있다. 남구 최초 구립 1종 공립미술관이자 동사무소 건축물의 리모델링을 통해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첫 사례다. 이강하미술관은 옛 양림동 동사무소에 들어섰다. 이 미술관은 2017년 남구에 5·18광주민중항쟁 시민군 출신 이강하 서양화가(1953∼2008)의 작품 534점이 기증된 이후 근대역사문화마을조성사업의 하나로 건립 발판이 마련됐다.
개관 후 이강하미술관은 내외의 기틀을 다지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미술관의 주요 시책으로는 전시회를 비롯해 아카이브 작업, 공유 프로그램, 각종 행사, 공모사업, 자문단 운영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난 12월8일 취재를 위해 방문할 당시에도 미술관 자문단 회의가 잡혀져 있었다. 하나 둘 전시장으로 낯익은 얼굴들이 모여들었다. 조윤성 조선대 교수와 문희영 예술공간 집 관장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이강하미술관은 지상 2층에 건평 70평 규모로 1층에는 전시실이, 2층에는 수장고와 학예연구실, 사무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이강하 화가의 작품을 콘셉트에 맞게 전시를 통해 알리자는 취지가 이강하미술관 개관의 핵심이었다.
지역에서 예술가가 작고한 후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기리기 위한 사례가 많지 않았다. 55세의 나이에 작고한 이강하 화가를 통해 그러한 한계를 타계하고, 하나의 선례를 만들어가보자는 취지였다.
보통 이강하미술관을 떠올리면 여전히 역사기념관이나 박물관, 메모리얼센터 등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술관에서 학예사를 맡고 있는 이 화가의 자녀인 이선 큐레이터는 기념관적 성격이 너무 강조되면 안된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는 전언이다. 2018년 2월 개관전시를 시작으로 그해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한 광주비엔날레 연계전시인 파빌리온 프로젝트 전시가 기념관적 성격을 탈피해 미술관 본연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첫 행보였던 셈이다. 입지를 다지는 역할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강하미술관은 신생 미술관이다보니 미술관 본연의 네 가지 업무인 전시와 교육 및 행사, 미술관 시스템 구축, 아카이브 보존 관리 등을 꾸려가는데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형편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어려움은 배가됐다. 아카이브 보존 관리는 이강하 화가에 대한 아카이브의 온·오프 구축과 연구, 그리고 홈페이지 탑재 등을 말하는 것으로, 관련 아카이브 자료는 이미 광주비엔날레의 5·18민중항쟁 40주년 특별전 ‘메이투데이’(MaytoDay) 등에 대여 되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이강하미술관의 취지와 맞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의 공모사업을 물색해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국립현대미술관과 전국국공립미술관 신진작가 발굴 기획 공모사업에 선정되는 경사를 맞았다. 이와 관련한 ‘신진작가 지원’ 선정 기획 전시는 ‘불가능을 통해 약속된 가능성’이라는 타이틀로 지난 11월3일 개막, 2021년 1월30일까지 진행된다. 이 전시에는 설박 하도훈 김자이 이조흠 정유승 정덕용 작가 등이 작품을 출품해 선보이고 있다. 이중 설박 작가의 6폭 병풍 ‘산山,수水’는 각각 작업년도가 다른 작품들을 이어붙여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으며, 정유승 작가의 ‘55만2천8백9십원’은 미술학 학사 이상의 경력에 근거해 호당 가격을 항목별로 뽑아 작품가를 제시, 가격표를 부착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전시는 오는 2월경부터 담배공장 건물을 리모델링한 서울 문래동 소재 대안공간 스테이스 나인에서 3주 정도 전시를 다시 열 예정이다.
여기다 지난해네덜란드와 계속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공모를 도모했다.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국제공모에 도전을 지속할 작정이다.
이처럼 국내외 공모에 적극 나선데는 구립미술관이지만 결코 어떠한 경계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포석이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미술관이 지향하는 바는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가장 기본적인 공간을 의미하는 화이트 큐브(white cube) 개념을 초탈하는 것것이다. 오로지 미술관이 소통하는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예술 장르를 품을 수 있는 플랫폼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또 타 예술관과 콜라보를 통해 다른 영역의 예술을 보여주고 싶은 것도 이강하미술관의 꿈이다. 이 콜라보는 단순한 지형을 뛰어넘을 듯하다. 회화는 물론이고 의학과 과학, 기술, 문학 등과 콜라보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기 때문이다.
올해는 탈장르가 미술관의 주요 콘셉트가 될 전망이다. 이렇게 해서 융합까지 이루고 싶어 한다. 이는 꼭 그림과 화가가 우선 순위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한다.
그동안 기획전시에 공을 들이다보니 개관 목적을 살리지 못했다는 의견 또한 잊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미뤄져 2021년 2월에 개막할 ‘제13회 광주비엔날레’ 전시기간(2021.2.26∼5.9)에 맞춰 이강하 화가의 대작 중심으로 작품 10여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강하미술관은 역사가 짧다. 역사가 짧은 대신 이선 학예사를 중심으로 실험정신을 발현하고 있다. 점차 이강하미술관을 거쳐가는 화가들이 늘고 있다. 이들과 함께 경계에의 탈피나 국내외 공모 도전, 독창적인 전시기획 등 새로운 미술문화를 진작해가기 위한 노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다보니 구립이라고 하는 지점에 얽매이기보다는 이를 뛰어넘어 새로운 문화예술의 거점공간이 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