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문화사랑방’ 열리다

[문화공간탐구] 광주북구문화센터
북 카페 못지않은 도서관 공간·‘숲 뷰’ 자랑거리
‘콘서트 인 북구’ 등 알찬 기획·초청 공연 잇따라
엄마·아이 함께 즐기는 ‘어린이실’…오픈갤러리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08월 09일(월) 15:31
(2021년 8월호 제99호=글 박세라 기자)

"이곳에 문화센터가 있다고?"
북구 양산동에서도 외진 곳에 속하는 본촌근린공원 일원은 지나는 이들의 발길이 드문 곳이다. 가까이에 큼직한 산업단지들이 속속 들어와 있고, 그 뒤로는 아파트가 둘러섰다. 단지 너머로는 야산과 논밭이 펼쳐져 있어 여느 주류 도심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차갑고 또 황량한 느낌마저 드는 게 사실. 허나 이 부근에 기분 좋은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일상의 예술, 예술의 일상화’를 외치며 지난해 겨울 문을 연 광주북구문화센터가 들어서면서다.
지난 7월14일 한 낮에 찾아간 북구문화센터의 첫인상은 깔끔 그 자체였다. 신축 건물만이 풍기는 쾌적함과 안락함은 기본이고,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센터 건물은 처음 방문했더라도 움직이는데 어려움이 없을 만큼 군더더기 없는 동선을 자랑한다.
먼저 양산도서관과 센터가 나란히 마주하고 있는 외부 구조가 인상적이다. 원래는 바깥에서 도서관 쪽으로 계단을 통해 바로 진입할 수 있게 설계됐지만, 코로나19 시국인 만큼 입구를 북구문화센터 정문 한 곳만 열어뒀다.
센터 앞으로는 미니 잔디가 조성돼 산뜻함을 자아내고, 건물 외벽은 창이 시원스럽게 나 있어 모던한 느낌을 풍긴다. 그 뒤로는 야트막한 산이 하나 자리했는데, 그 덕에 3층 도서관 명당에 자리를 잡으면 여느 유명 커피숍 못지않은 ‘뷰’를 만끽할 수 있다.
센터로 진입하면서 기분 좋은 웃음이 나온다. 문에 부착돼 있는 ‘자동문’ 버튼이 중간에 하나, 그 아래로 하나가 더 부착돼 있어서다. 키가 작은 어린아이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엿보인다.
센터의 1층은 무대와 관람석, 연습실이 있고 2층은 공연장, 오픈갤러리, 어린이도서관, 휴게실, 3층은 종합자료실이라 불리는 도서관, 그리고 시민들의 크고 작은 모임의 장이 돼 주는 ‘문화사랑방’, ‘문화누리방’ 등이 갖춰져 있다.
먼저 공연장을 둘러본다. 이곳 공연장은 377석 규모를 갖추고 있어 중소규모 작품을 올리기에 맞춤하다. 이곳은 공연예술가들은 물론, 마니아들의 큰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 개관 초부터 진행해온 기획 공연들이 알차게 열리고 있어서다.
북구문화센터가 필살기로 내 놓은 브랜드 공연 ‘콘서트 인 북구’는 ‘한국음악, 여섯개의 길로 떠나는 음악여행’을 주제로 국악과 세계 음악이 어우러진 음악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레게와 판소리와의 만남, 퓨전국악밴드 등의 공연이 이어졌고 하반기에는 9월 ‘구각노리’의 ‘국악, 재즈를 만나다’를 시작으로, 10월에는 소리에 연극을 결합한 ‘모던판소리공작소 촘촘’의 판이 펼쳐진다. 마지막 무대는 ‘코리안 뮤직, 한계를 넘다’이다. 3인조 뮤지션 ‘신노이’는 일렉트로닉, 재즈, 민요 등 각기 다른 세 장르의 벽을 허무는 혁신적인 사운드로 귀 호강을 선물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공연장상주단체 시리즈 기획 공연 ‘감성만족 재즈콘서트’도 눈길을 끈다. 재즈와 가장 어울리는 계절 가을에는 ‘가을편지’, ‘가을이 오면’ 등 재즈의 향연이 펼쳐지고,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나는 곡들로 공연장을 채운다.
이밖에 하반기에 초청되는 시립예술단은 발레단과 교향악단이다.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발레 공연부터 광주시향이 들려주는 ‘가을의 교향곡’ 등 클래식의 매력을 선보인다.



공연장 로비격인 매표소 앞쪽으로는 ‘오픈갤러리’가 상시 운영 중이다. 7월 한 달간은 ‘주민과 함께하는 문화나눔:북구청 소장품전’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갤러리를 꽉 채웠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쭉 따르다 보면, ‘어린이실’에 가닿는다. 편안하게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신발을 벗고 입장하도록 했다. 안으로 입장하면 아이들의 눈길을 끄는 동화, 팝업북, 그림책 등이 보기 좋게 진열 돼 있다. 어린이 도서만도 1만여 권을 구비하고 있어 독서 편식 없이 골고루 접하기에 좋다. 서고 중간 중간엔 알록달록 빈백이 놓여 졌고, 안쪽으로는 어린이용 책상이 의젓하게 배치됐다.
이 외에 엄마와 아이를 위한 ‘임산부휴게실’(수유실)과 일반인들을 위한 ‘휴게실’이 마련돼 있다. 휴게실에도 테이블이 대여섯 개가 있어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3층은 ‘종합자료실’ 이다. 이름은 여간 재미없게 지어졌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그 섭섭함이 잊힌다. 책 대여와 반납을 맡는 사무 데스크를 기준으로, 공간은 크게 양 쪽으로 나뉘는데 꼭 북카페처럼 꾸며졌다. 한쪽은 기다란 대형 테이블이 떡하니 자리 잡았다. 벽을 둘러싸고 서고가 들어섰고, 독서실에서 볼 법한 칸막이 책상이 있어 ‘열공’하기에 제격이다.
또 다른 한쪽은 서고가 낮게 배치돼 개방감과 안정감을 준다.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좌석 5개가 있고, 개인 노트북을 사용하기에 알맞은 1인용 공간도 마련됐다. 무엇보다 이곳의 명당은 뒷산의 푸르름을 마주할 수 있는 바 형태의 좌석이다. 여느 근사한 카페보다 더 귀한 숲 뷰와 함께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어도 좋겠다.
도서관에는 문학·예술·사회과학·역사·종교·철학 등 1만2000권의 책이 빼곡하다. 이곳은 작은도서관과 연계한 ‘책 배달’ 서비스와 광주 공공도서관에서 대여한 도서들을 대출·반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이곳 도서관 기획 프로그램도 알차다. 생애주기별 독서·문화프로그램과 인문학강좌, 작가와의 만남, 체험 행사 등이 그것들이다. 우선 방학 중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강좌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되고, ‘패션! 나를 알록달록 물들이다’를 주제로 한 여름독서교실도 눈길을 끈다.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는 작가 초청 강연도 계속된다. 8월에는 ‘보이니’ 김은영 작가, 10월에는 ‘시간을 파는 상점’의 김선영 작가, 11월에는 ‘회색인간’의 김동식 작가가 각각 독자들을 만난다.
이와 함께 3층엔 동아리 모임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문화사랑방’, 소규모 공연·발표회·체험 강좌가 이뤄지는 ‘문화누리방’이 구성돼있다.
찾는 발길이 드물었던 이곳에 시민들의 오고 감이 잦아졌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공연이 열리는 날엔 관객들로 북적이고, 조용히 홀로 와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많다. 주말엔 역시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다녀간다. 그곳에 문화예술이 있다면, 조금 먼 길이라도 기꺼이 발걸음 하는 게 진리다. 문화의 힘이자, 예술이 가진 강력한 무기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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