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고즈넉한 사찰에서 잠시 나를 주저 앉힐 수 있었다 [문득여행] 사성암·천은사 전라도인 admin@jldin.co.kr |
| 2021년 12월 13일(월) 17: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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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호 제103호=고선주 기자)광주에서 90㎞ 안팎이지만 서해안권에 비하면 연이 잘 닿지 않아 방문을 자주 할 수 없었던 곳이 구례였다. 구례에는 근현대역사가 오롯이 서려있는 지리산 국립공원이 있음에도 목포와 무안, 영광 등 서해안 루트를 선호하다 보니 언제나 뒷전이었다. 하지만 지리산은 동경의 산이었다. 직접 와 보기 전 젊은날의 기억 속에 지리산은 늘 꿈틀댔기 때문이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이며 정지아의 ‘빨치산의 딸’을 몇번이고 읽은 덕분에 지리산은 온통 남북 이데올로기의 최전선으로 기억이 돼 있어서다. 이처럼 역사의 산이라는 타이틀이 잘 어울리는 산이 남한 내 또 있을까 싶다. 방문객들 모두 필자와 똑같은 생각을 갖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남북이데올로기의 최후 접전지라는 대전제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교통 불편 등 현실적 제약에 이유를 대고 싶지만, 좌우익의 첨예한 이데올로기 공간으로, 동족끼리 치열하게 대립하며 죽어갔을 수많은 젊은 영령들에 대한 예의 때문에 쉽게 보고 싶지 않았던 심리가 강했던 듯하다. 대하소설을 보며 골짜기마다 새겨진 아픔들을 확인해야 할까 하는 걱정과 아무렇지 않게 산을 누비고 다니는 사람들을 만날까봐 하는 걱정이 교차해 늘 지리산행은 당기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지리산행은 극히 일부를 접하고 돌아오겠지만 해원의 마음으로 둘러보자는 생각이었다.
이번 지리산행에서는 사성암과 천은사를 둘러봤다.
먼저 사성암은 사찰로 향하기 전 주차장에서 10분 간격으로 오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주차장에서 사성암까지는 3.2㎞로 해발 531m의 오산 정상에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일상이 복원되는 시점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셔틀버스는 빈자리가 없이 만석인 채로 오갔다.
그만큼 사성암은 지리산권 사찰들 중 대중에 널리 알려져 있다. 멀리서 드론 등으로 사진을 촬영할 경우 마치 국내 사찰 보다는 중국의 기암괴석에 자리한 사찰처럼 보인다.
절벽에 지어진 탓으로 여겨졌다. 흔한 풍경이 아니기에 대개 초행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사찰 아래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내려 걸어올라가면 10분 정도 소요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도착, 사찰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런데 기암괴석에 자리한 법당들이 위태롭다. 기암괴석에 매달려 있는 법당들에서 이국적 풍경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차에서 하차한 후 진짜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 진입로가 나오는데 시멘트길로 돼 있어 운치가 떨어졌다. 절간 살림을 위해 차가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차도 중심으로 한 것은 오히려 절경에 자리한 사찰의 풍경에 대한 여운을 감소시켰다. 필자가 절 관계자라면 3분의 2는 아담한 차도로, 3분의 1은 산사의 풍경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인도를 구축했을 것이다. 풍경에 집중해야 하는 순간에 대중없는 진입로는 풍경에 대한 집중을 오히려 방해했다.
어찌됐든 사찰의 지형이 평지형도 있고, 바닥면이 기운 형도 있고, 여러 유형이 있겠지만 사성암은 오히려 수직적 절간의 형태를 보여준다. 기암괴석 중간에 놓인 법당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경내에는 건축물과 자연을 그대로 이용한 관련 시설들이 자리하고 있다. 정면에서 보면 건축물이 너다섯 채 밖에 안보이지만 여덟채가 넘는다. 요새에 꼭 숨겨져 있는 듯하다. 요새를 답사하며 만날 수 있는 건축물과 신행공간들이 아담하게 펼쳐져 독특한 운치를 내뿜는다. 주요 건축물로는 선원과 요사채(2채), 공양각, 약사전(유리광전), 산왕전, 53불전·나한전, 공양간, 지장전 등이고, 신행공간들로는 소원바위, 귀목나무, 배례석 등이다. 여기다 풍월대와 신선대 등 12비경이 뛰어나다. 사찰 뒤편으로 돌아가면 정상으로 가지 않아도 섬진강 일대와 구례읍, 토지면을 포함한 7개면, 지리산 연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무데크 계단을 오르면 오산 정상에 가닿을 수 있다. 이곳에 서면 절경에 앞서 왜 비경이라 칭하는 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기암괴석에 오르기 전부터 이미 사진 찍느라 정신을 빼앗기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손가락이 가장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사찰 중 하나임은 분명했다.
짧은 시간 탓에 숨을 몰아쉬며 천은사로 향했다. 벌써 해그늘이 졌다. 깊은 산 속이어서 어스름이 빨리 찾아왔다. 천은사로 빠르게 이동했다. 천은사는 사성암에 비하면 가파르지 않은 계단이 있기는 하지만 그야말로 평지에 가까운 사찰이다. 일주문을 지나 옆 천은저수지 상생의 데크길과 나란히 이동하면 피안교와 수홍루를 만날 수 있다.
이 피안교와 수홍루는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을 유심히 본 시청자라면 기억이 날 것이다. 순천 선암사 승선교와 다른 구조이지만 얼핏 그곳이 떠올랐다. 승선교에 비하면 이곳은 더 아담하고 누각까지 있어 마치 옛 시대의 풍경과 조우하는 듯하다. 피안교는 열반의 언덕에 도달하기 위해 건너는 다리라는 뜻이다. 지리산 계곡 말미와 천은저수지 최상류 사이에 자리한 수홍루는 계곡 아래로 내려가 사진을 찍게 되면 하나의 ‘인생샷’과 마주할 수 있는 비경을 건질 수 있다. 피안교와 수홍루는 천은사의 사진 맛집으로 꼽힌다. 붉은 단풍으로 뒤덮여가는 산사에는 짙은 가을의 향취가 더했다. 천왕문을 지나 사찰 마당에서 만나는 오래된, 키큰 은행나무는 천은사와 지리산의 아픈 역사를 기억할 것만 같았다. 다보았으나 결코 말해주지는 않겠지만.극락보전과 팔상전, 삼성전이 어우러진, 사찰의 가람 구조가 꽤 짜임새가 있지만 경내로 진입하기 전 대중들 누구나 발길을 잠시 머물 수 밖에 없다.
천은사는 문화재 관람료인 입장료와 주차비를 별도로 부담하지 않고 진입할 수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볼 수 있어 입장 전 인상을 찌뿌릴 필요도 없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온라인 세대들이어서 사찰 기행을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더 킹-영원의 군주’와 ‘추노’, ‘토지’ 그리고 예능 ‘1박2일’의 촬영장소이자 ‘미스터 션사인’의 촬영 장소라면 작으나마 미끼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흐릿한 시야 때문에 멀리까지 조망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 마음 급하게 발 동동 굴리며 살아온 필자는 막바지 단픙으로 물들어가는 고즈넉한 사찰에서 잠시 나를 주저 앉힐 수 있었다.
이번 지리산행에서는 사성암과 천은사를 둘러봤다.
먼저 사성암은 사찰로 향하기 전 주차장에서 10분 간격으로 오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주차장에서 사성암까지는 3.2㎞로 해발 531m의 오산 정상에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일상이 복원되는 시점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셔틀버스는 빈자리가 없이 만석인 채로 오갔다.
그만큼 사성암은 지리산권 사찰들 중 대중에 널리 알려져 있다. 멀리서 드론 등으로 사진을 촬영할 경우 마치 국내 사찰 보다는 중국의 기암괴석에 자리한 사찰처럼 보인다.
절벽에 지어진 탓으로 여겨졌다. 흔한 풍경이 아니기에 대개 초행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사찰 아래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내려 걸어올라가면 10분 정도 소요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도착, 사찰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런데 기암괴석에 자리한 법당들이 위태롭다. 기암괴석에 매달려 있는 법당들에서 이국적 풍경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차에서 하차한 후 진짜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 진입로가 나오는데 시멘트길로 돼 있어 운치가 떨어졌다. 절간 살림을 위해 차가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차도 중심으로 한 것은 오히려 절경에 자리한 사찰의 풍경에 대한 여운을 감소시켰다. 필자가 절 관계자라면 3분의 2는 아담한 차도로, 3분의 1은 산사의 풍경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인도를 구축했을 것이다. 풍경에 집중해야 하는 순간에 대중없는 진입로는 풍경에 대한 집중을 오히려 방해했다.
어찌됐든 사찰의 지형이 평지형도 있고, 바닥면이 기운 형도 있고, 여러 유형이 있겠지만 사성암은 오히려 수직적 절간의 형태를 보여준다. 기암괴석 중간에 놓인 법당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경내에는 건축물과 자연을 그대로 이용한 관련 시설들이 자리하고 있다. 정면에서 보면 건축물이 너다섯 채 밖에 안보이지만 여덟채가 넘는다. 요새에 꼭 숨겨져 있는 듯하다. 요새를 답사하며 만날 수 있는 건축물과 신행공간들이 아담하게 펼쳐져 독특한 운치를 내뿜는다. 주요 건축물로는 선원과 요사채(2채), 공양각, 약사전(유리광전), 산왕전, 53불전·나한전, 공양간, 지장전 등이고, 신행공간들로는 소원바위, 귀목나무, 배례석 등이다. 여기다 풍월대와 신선대 등 12비경이 뛰어나다. 사찰 뒤편으로 돌아가면 정상으로 가지 않아도 섬진강 일대와 구례읍, 토지면을 포함한 7개면, 지리산 연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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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데크 계단을 오르면 오산 정상에 가닿을 수 있다. 이곳에 서면 절경에 앞서 왜 비경이라 칭하는 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기암괴석에 오르기 전부터 이미 사진 찍느라 정신을 빼앗기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손가락이 가장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사찰 중 하나임은 분명했다.
짧은 시간 탓에 숨을 몰아쉬며 천은사로 향했다. 벌써 해그늘이 졌다. 깊은 산 속이어서 어스름이 빨리 찾아왔다. 천은사로 빠르게 이동했다. 천은사는 사성암에 비하면 가파르지 않은 계단이 있기는 하지만 그야말로 평지에 가까운 사찰이다. 일주문을 지나 옆 천은저수지 상생의 데크길과 나란히 이동하면 피안교와 수홍루를 만날 수 있다.
이 피안교와 수홍루는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을 유심히 본 시청자라면 기억이 날 것이다. 순천 선암사 승선교와 다른 구조이지만 얼핏 그곳이 떠올랐다. 승선교에 비하면 이곳은 더 아담하고 누각까지 있어 마치 옛 시대의 풍경과 조우하는 듯하다. 피안교는 열반의 언덕에 도달하기 위해 건너는 다리라는 뜻이다. 지리산 계곡 말미와 천은저수지 최상류 사이에 자리한 수홍루는 계곡 아래로 내려가 사진을 찍게 되면 하나의 ‘인생샷’과 마주할 수 있는 비경을 건질 수 있다. 피안교와 수홍루는 천은사의 사진 맛집으로 꼽힌다. 붉은 단풍으로 뒤덮여가는 산사에는 짙은 가을의 향취가 더했다. 천왕문을 지나 사찰 마당에서 만나는 오래된, 키큰 은행나무는 천은사와 지리산의 아픈 역사를 기억할 것만 같았다. 다보았으나 결코 말해주지는 않겠지만.극락보전과 팔상전, 삼성전이 어우러진, 사찰의 가람 구조가 꽤 짜임새가 있지만 경내로 진입하기 전 대중들 누구나 발길을 잠시 머물 수 밖에 없다.
천은사는 문화재 관람료인 입장료와 주차비를 별도로 부담하지 않고 진입할 수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볼 수 있어 입장 전 인상을 찌뿌릴 필요도 없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온라인 세대들이어서 사찰 기행을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더 킹-영원의 군주’와 ‘추노’, ‘토지’ 그리고 예능 ‘1박2일’의 촬영장소이자 ‘미스터 션사인’의 촬영 장소라면 작으나마 미끼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흐릿한 시야 때문에 멀리까지 조망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 마음 급하게 발 동동 굴리며 살아온 필자는 막바지 단픙으로 물들어가는 고즈넉한 사찰에서 잠시 나를 주저 앉힐 수 있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