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코스를 짜야 한다는 압박을 전혀 받지 않은, 쉼과 충전을 위한 여정이었다

[문득여행] 봄에 만난 부산 해운대·광안리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2년 03월 30일(수) 16:02
(2022년 4월 제107호=고선주 기자)코로나19 여파로 갇혀있는, 갑갑함은 어른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예외는 없다. 한동안 감염 여파로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해야 했다. 코로나19 정국이 3년여째 지속되다 보니 아이들 역시 지쳐있는 듯했다. 때마침 정부방역지침이 완화되면서 호캉스를 떠나고 싶다는 아이들의 비위를 맞출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한번 쯤 조심스레 다녀오고는 싶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던 부산행이었다. 어렵게 떠난 만큼 즐겁게 호캉스를 하고 돌아와야 겠다는 마음이었다. 꽤 먼거리를 이동하고서야 부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집을 떠나올 때부터 부산을 드디어 간다는 설레임이 있었다. 섬진강 휴게소에서 각자 당기는 것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나서 오후 3시가 넘어 해운대 숙소에 도착했다. 필자는 오랜 운전으로 지쳤다. 아이들 역시 오랜 이동에 은근히 힘들었던 모양이다. 곧 해가 질 것을 알기에 숙소에 짐을 풀고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 어쩌면 숙소에서 보인 앞 건물들 사이로 들어온 해운대 해수욕장의 풍경이 한폭의 풍경화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길을 건너 건물 사이로 통과하는 바람을 거슬러가며 바다로 나갔다. 코로나19로 정부 방역이 완화돼서인지 많은 인파가 오가고 있었다. 일전에 뉴스에서 모래가 모두 침식돼 다시 깔았다는 내용은 익히 알고 있던 터다. 모래사장 끝자락 계단 언저리가 상당히 높아져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가보고 싶은 명소 중 으뜸인 곳의 하나여서 기대감을 숨길 수는 없었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해운대 중심에 있는 국내 대표적 해수욕장으로 부산 해운대구 우1동과 중1동에 걸쳐 있다.
고운 모래로 이뤄진 해변의 총 면적은 5만8400㎡이며 길이는 1.5㎞, 폭은 30~50m로 드넓다. 인근에는 조선비치호텔 등 300여 개의 편의·숙박 시설이 있어 관광객이라면 바다뷰가 있는 룸을 잡기 위한 경쟁이 성수기에는 치열하다고 한다.
지금까지 해운대를 여러 차례 방문해 봤지만 올 때마다 좋지 않은 때는 없었다. 최첨단 빌딩들과 해변의 멋드러진 호텔들, 레스토랑과 커피숍 등 편의시설이 바다와 어우러져 명품 풍경을 뽐내고 있었다. 모래 사장을 가로질러 물살이 일렁이는 곳까지 가서야 바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잠시 복잡다단한 일상을 달랠 수 있었다. 쉼없이 밀려오는 파도는 "다 잊어라 그 무엇이든지 당분간"이라고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만만치 않은 일상의 피로감도 있고, 20대 대선에서 민주진영 후보가 아쉬운 석패를 하는 바람에 멘붕에 빠진 탓도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여행지가 보증수표같은 곳이 해운대이다보니 무슨 계획이 필요할까 싶었다.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하고, 풍경을 그대로 접하면 되니까 어쩌면 아주 편안한 선택지가 아닐까 여겨졌다. 눈에 보이는 풍경들이 절경이 아닌 것이 없어 보이는 곳이 해운대다. 명성에 순응하는 탓일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극찬과 추천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믿고 보는 이치와 같다고나 해야 하지 않을까. 무슨 도식화된 이론이나 상식이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저 풍경에 몸과 마음을 내어 맡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운대는 숙소만 해결되면 치밀한 계획이 필요없는 여행 성지라는 확신이 들었다.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하는 일이 별로 없지만 금방 시간이 흘러간다. 숙소에서의 첫날은 그렇게 쉽게 지워졌다.
다음날 체크 아웃을 하고 광안리로 이동했다. 전날 해운대에서는 흐리고 바람이 심하게 불었지만 해안가이니까 그런가보다 여겼다. 그러나 광안리로 이동할 무렵 가는 비가 떨어지더니 도착 하자마자 하늘이 구멍 난 것처럼 많은 비가 쏟아졌다. 우산이 뒤집힐 정도로 바람은 강풍이었다.

그런 날씨 탓에 해변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해운대 못지 않게 부산을 여행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들리는 곳이 광안리다. 해운대와 광안리는 쌍두마차라 할 수 있다.
광안리 해수욕장은 부산 수영구 광안 2동에 위치한 해수욕장으로 모래사장의 총면적은 8만2000㎡, 길이는 1.4㎞, 폭은 25~110m에 이른다고 한다. 넓은 모래 사장은 해운대의 두배가 넘는다는 설명이다. 이 곳에는 300여 개의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 횟집 등이 있고 활어시장과 수변공원이 해수욕장 바로 옆(민락동 방면)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전국민이 다 알만한 광안대교가 바다를 가로질러 놓여져 있다. 해변에서 대교를 바라보는 풍경은 더욱 더 운치를 더해준다. 밤에는 LED 조명이 형형색색으로 비춰지는 곳이자, 부산세계불꽃축제가 열리는 해에는 10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의 결승전이 일 년에 한 차례씩 열려 ‘E-스포츠의 성지’로 불리기도 한다.
하필 광안리를 방문했던 날, 제대로 된 우중기행이었다.
바다는 이성을 잃은 듯, 고요한 바다와는 거리가 멀었다.
폭우와 강풍에 우산이 뒤집히고 난리가 났다. 옷과 신발은 이미 다 젖었다. 양말 또한 물을 잔뜩 먹은 상태였다. 사람이 묘하다. 이런 악조건의 날씨였지만 반대로 마음은 후련해졌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거대한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한 탓이 아니었을까 스스로에게 위안을 건넸다.
바다는 늘 표정을 바꾼다. 어제의 바다가 그랬고, 오늘의 바다가 그랬다. 어제의 바다는 고요했다고 해서 오늘의 바다 또한 고요할 것이라는 생각은 큰 착각일 수 있다. 해운대와 광안리에서의 짧은 일정은 아쉬움이 컸지만 강렬하게 기억 속에 각인됐다. 호캉스가 주목적이다보니 이 두군데 외에는 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 바다를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인스타나 페북에 올릴 소재들을 발굴하는 정도로 가볍게 보낸 시간이었다. 다양한 코스를 짜야 한다는 압박을 전혀 받지 않은, 쉼과 충전을 위한 여정이었다. 이렇게 여행을 가볍게 보낼 수도 있구나를 깨칠 수 있는 기회였다. 아마 해운대와 광안리의 절경이 압도적이다 보니 다른 곳을 가도 이만큼의 감동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안도감이 다른 곳을 돌아야 한다는 세포들을 잠재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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