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묻힌 이야기 조명 80년 5월 생생히 기록

[문화현장 사람] ‘어느 봄날의 약속’ 펴낸 애꾸눈 광대 이지현
눈물로 쓴 민주화 투쟁의 서사·애환 총 68편 수록
고(故) 문용동 전도사·시민군 정병균·김군 등 다뤄
"현재진행형 그날, 폄훼·왜곡 막고 진상규명 되기를"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2년 07월 06일(수) 16:34
(2022년 6월 제109호=정채경 기자)그는 이름보다 ‘애꾸눈 광대’로 알려졌다. 1980년 5월 당시 한쪽 눈을 잃은 자전적 이야기를 연극 ‘애꾸눈 광대’로 꾸준히 선보여서다. 슬픔과 고통으로 각인된 1980년 5월, 잊지 말아야 할 역사로 기억되는 이날의 진실을 무대로 알려온 것이다. 이런 그가 이번엔 에세이집을 펴냈다. 5·18민중항쟁과 민주화운동 투쟁과정, 그리고 이를 함께 한 동지들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집 ‘어느 봄날의 약속’(시와사람刊)이 그것이다. 이를 펴낸 주인공은 5·18 부상자동지회 초대 회장을 지낸 이지현씨다.
이지현씨는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아픔, 그것이 오월"이라며 "광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동지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게 이번 에세이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에세이집 출간을 위해 그간 페이스북에 1980년 5월에 관해 기록해온 메모와 주변인들의 증언 등을 활용했다. ‘눈물로 쓴 애꾸눈 광대의 희망일기’라는 책의 부제는 그가 지난 40여 년 간 겪은 것들에 대한 애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총 4부로 구성, 총 68편의 에세이가 실렸다. 타이틀이자 1부 맨 처음에 수록된 ‘어느 봄날의 약속’은 1980년 5월 전남도청 안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죽음을 맞이한 비운의 전도사 고(故) 문용동 열사의 이야기다. 결혼 날짜를 잡기로 한 문 열사가 도청을 지키기로 마음먹으면서 다이너마이트 뇌관을 제거한 뒤 마지막 순간까지 전남도청을 지킨 과정을 다룬다. 이지현씨는 "광주시민의 생명을 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고 문용동 전도사가 사실과 달리 프락치로 누명을 써 진실이 묻히는 게 안타깝다"며 고 문용동 전도사의 이야기가 첫 순서인 이유를 꼽았다.
고 문용동 전도사가 마지막까지 전남도청에 남게 된 것은 1980년 5월18일 상무대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시내로 나오다 공수부대원들에게 폭행당해 쓰러진 노인을 보고 병원으로 옮기면서 계엄군의 만행을 두 눈으로 확인해서였다. 수도경비사령부 헌병으로 복무하면서 총기류와 폭약류 교육을 받은 문 전도사는 항쟁에 참여해 시민군이 전남도청 지하에 구축한 무기와 탄약을 관리하는 임무에 자원했다. 문 전도사는 김영복씨와 함께 5월23일 전교사 부사령관 김기석 장군을 찾아갔고, 파견한 배승일씨가 25일 전남도청 지하 무기고를 찾아 문 전도사를 비롯한 5명과 다이너마이트 뇌관 및 수류탄 등을 해체했다. 이 과정은 이지현씨가 앞서 연극으로 선보여 호응을 얻기도 했다.

"앞서 전남도청 지하에 보관돼 있던 다이너마이트 양은 1977년 발생한 이리역(현재 익산역) 폭발사고의 두 배 가량으로 상당히 위험했어요. 고 문용동 전도사는 시민군, 계엄군 등을 떠나 광주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큰 결심을 한 거죠. 그런데 1980년 5월31일 계엄군은 문 전도사가 군이 매수한 부화뇌동자로 발표했고 프락치 누명을 쓰게 됐어요."
그는 이를 에세이집에 다루며 고 문 전도사의 일기를 참고했다고 한다. 고 문용동 전도사의 이야기와 함께 광주교도소 앞 총격사건과 구두닦이 시민군 정병균, 송암동 양민학살과 김군의 동상 제막식, 5·18묘지 음모사건과 죽음을 맞이한 누이동생의 이야기가 수록됐다.
또 안기부에 끌려가 겪은 고초와 강제퇴원 및 사망 기도를 하는 과정, 카톨릭센터에서의 농성과 안기부의 폭거, 김인곤 의원 차의 견인과 체포 및 수배시절의 회상, 투쟁자금 마련과 명동성당 농성, 공수 출신 최영신의 양심선언 등이 다뤄졌다.
5·18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공연을 선보여온 스토리, 전두환의 죽음에 대한 생각,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등도 담겼다. 이밖에 화순군 청풍면에 자리한 그의 생가와 학창시절, 결혼식부터 5·18민중봉기화순동지회와 5·18부상자회 등까지 그간의 삶을 짚어볼 수 있는 사진이 더해졌다.
"아직도 현재진행형이죠. 1980년부터 지금까지 40여 년이 흘렀지만, 제가 겪은 일들은 눈을 감으면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해요. 심판을 받아야 할 당사자가 그날의 진실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 한마디 없이 세상을 떠나 허탈하죠."
그는 이 책을 쓰면서 그 시대에 태어나 전두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평범한 삶을 살았을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인생이 바뀐 것에 대한, 맺힌 한이 조금은 풀린 듯하다는 설명이다. 송두리째 바뀐 인생, 가족의 삶을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끝으로 그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5·18에 대한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가 상당해요. 알려지지 않아 사실이 아닌 이야기가 진실로 둔갑하는 경우도 많죠. 이 책이 5·18의 폄훼와 왜곡을 막고, 진상을 밝히는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이지현씨는 지난 2010년 5월27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1인극 형태로 연극을 처음 선보인 이후 2012년부터는 무대극으로 합을 맞추기 시작했다. 광주는 물론, 서울과 부산, 인천, 전주, 제주, 대구 등 전국을 돌며 200회가 넘는 무대를 선보여왔다. 최근에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광주아트홀에서 선보인 상설공연 ‘어느 봄날의 약속’으로 시민들을 만났다. 그는 그의 에세이집에서 다룬 스토리를 바탕으로 연극을 꾸준히 선보여 오월의 진실을 알릴 계획이다.
이지현씨는 서울에서 거주하다가 5·18민중항쟁이 일어나자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광주로 내려왔다가 계엄군에 의해 한쪽 눈을 잃었다. 이후 5·18부상자동지회를 창립해 초대회장을 역임했으며, 5·18공동대책위원회 대변인을 지냈다. 특히 그는 전두환 씨가 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사건으로 광주에 재판받으러 오는 날까지 5·18 진실 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문단에는 2010년 ‘문예시대’ 신인상을 받으며 나왔다. 시집 ‘당신의 눈물도 행복합니다’를 펴냈으며, 뮤지컬 ‘너릿재 아리랑’ 예술감독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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