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추억 쌓을 수 있는 곳 잠시 호흡 가다듬으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문득여행] 통영 미륵산·거제 바람의 언덕

통영/투어 관련 스토리…문화예술사 족적 넘쳐나
해상케이블카·해저터널·세병관 즐거움 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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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휠체어 때문에 접근 어려워 카페서 풍경 조망
사진맛집…아름답고 평화로운 정경보며 휴식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2년 11월 04일(금) 16:21
(2022년 9월 제112호=고선주 기자)필자가 통영과 거제를 꼽는데는 여행과 관련한 스토리가 많기 때문이다.
통영과 거제는 여러 차례 방문을 했었다. 명승지는 차고 넘치며 한국 문화예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들 또한 통영과 거제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존재한다.
필자가 거주하는 곳으로부터 통영까지는 145㎞, 거제는 바람의 언덕 기준 238㎞(필자 차량 내비 기준)다. 대략 3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가깝지 않은 거리다. 이렇게 먼 곳인데 통영과 거제를 찾은데는 들인 시간만큼 만족감이 커서다. 문화예술사적으로 통영이 갖고 있는 비중은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이번 여정에서는 문화예술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통영의 미륵산 일대나 거제 바람의 언덕 일대를 다룬다. 이번 여정은 특히 가족과 함께 떠난 길이었다. 부친의 여든여섯번째 생일을 맞아 떠난 자리였다. 이처럼 가족과 여정을 소화할 경우는 코스를 잡을 때 각별하게 신경써야 한다. 특정인 누군가가 미술을 좋아하니까 미술관 중심으로 코스를 잡았다가는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가족이니까 모두 좋아하겠지’ 하는 생각은 착각이 되고 말 것이다. 유럽을 가도, 아시아를 가도 가족과 함께 할 때는 되도록이면 진지한 여행 코스들은 잡지 않는 것이 환영받을 일이 될 것같다.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음악회 코스를 잡았다가 둘째로부터 호되게 당한 기억은 여전히 유효하다. "내가 좋아하니까 다른 가족들도 좋아하겠지"는 시전하지 않는 게 좋다.
미륵산은 통영 봉평동 소재 해발 458.4m로, 통영 해상케이블카가 설치된 곳이어서 널리 알려져 있다. 2002년 ‘세계 산의 해’를 맞아 산림청이 지정한 100대 명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곳에 설치돼 주민들과 방문객들의 필수 코스 하나로 자리잡은 통영케이블카는 ‘2선(bi-cable) 자동순환식 곤돌라 방식’으로, 스위스의 최신기술에 의해 설치됐으며, 길이는 1975m에 달한다. 친환경적인 설계에 의해 중간지주는 1개만 설치해 환경보호를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8인승 곤돌라 47대가 연속적으로 탑승객을 운송한다. 통영케이블카의 장점은 아름다운 한려수도의 경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려동물과도 함께 탑승이 가능하다고 하니 반려인들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통영케이블카는 미륵산을 오르내리는 코스로 단조로운 게 단점이다. 물론 미륵산에 올라 한려수도와 통영시를 조망할 수는 있지만 통영 앞바다 해상을 내려다보는 기회가 없어 스릴감은 떨어졌다. 오히려 코스를 연장해 미륵산과 도심 사이 바다를 가로질러 운행이 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요즘 필자는 부모를 모시고 여행을 갈 때는 반드시 케이블카를 선호한다. 부친이 평소에는 침대에 갇혀 거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해서 답답함을 풀어줄만한 공간을 찾다 보니 필자만의 고육지책으로 생각해낸 것이 케이블카였다. 지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분주한 현실로 인해 답답하게 막힌 가슴을 펑 뚫어주는 느낌이 들어서다.
근래 들어서만도 목포와 여수 해상케이블카를 방문한 뒤 통영 케이블카까지 섭렵하던 차였다. 이분들을 모시고 미술관이나 문화예술인 생가를 방문한다는 것은 고생만 시킬 뿐이어서 출발할 때부터 통영 청마 유치환 시인 생가를 비롯해 박경리기념관 등 유수의 공간들을 제외시켰다.
필자 혼자 방문할 때는 반드시 둘러봐야 할 공간들이지만 부모와 함께 하는 길이어서 그렇다.
날씨가 무더워 휠체어를 밀며 다니는 일은 쉽지 않다.
땀으로 목욕하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일부 사람들의 편견과 싸워야 하는 일이다. 휠체어를 밀고 다니다보면 장애인들을 고려하지 않는 행정과 마주할 때가 제법 있다. 장애가족들이 걱정없이 여행할 수 있는 세상을 기대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 미륵산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한려수도 풍경은 한 폭의 풍경화 그 이상이었다. 손과 눈, 발이 분주해지는 여행지가 명소라 했던가. 정상에 설치된 스카이워크는 여러모로 방문객들의 휴식처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휴대폰을 꺼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풍경이 압도적이었다. 더욱이 스릴감 있는 포인트뷰를 두 군데 설치, 젊은 사람들의 감정까지 저격하는 듯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기에 안성맞춤인 뷰 포인트는 바닥판을 투명하게 설치해 공포감(?)을 극대화시켜 놓았다. 조심 조심하며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조금 우습게 다가왔다.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왼쪽), 거제 바람의 언덕 전경

비행기를 타야 만날 수 있었던 항공기 뷰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오르는 동안 바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와 케이블카 안이 시원했지만 조금씩 흔들림이 감지돼 한편으로는 조금 무섭다는 생각 역시 마음을 비집고 들어왔으나 괜찮은 척 포장해야 했다.
오를 때와는 달리 내려올 때는 스릴감이 조금 떨어졌다. 몸이 불편한 부친을 모시고 무사히 다녀왔다는 데 만족감이 들었다. 케이블카를 나와 인근에 자리한 해저터널로 향했다. 해저터널은 미륵도와 통영반도를 연결하는 길이 483m, 폭 5m, 높이 3.5m 규모로 1932년에 완공됐다.
2005년 9월14일 등록문화재 제201호로 지정된 곳으로, 동양 최초의 해저 터널로 기록되고 있다.
문화공간으로 ‘제61회 통영한산대첩축제’(8.6∼14)로 분주한 풍경을 보여준 세병관을 둘러봤다. 세병관은 조선시대의 관아로 정면 9칸, 측면 5칸의 팔작지붕건물 형태를 띠고 있다. 본래 1603년(선조 36)에 이순신(李舜臣)의 전공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으며, 후일 삼도수군통제사영(三道水軍統制使營)의 건물로 사용됐다고 한다. 백화당 등 여러 건물을 거느리고 있어 전통 건축 미학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행사로 인해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주차를 하는데 애를 먹어야만 했다.
통영에는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이 설치돼 있다. 다음 여정에 여유가 생기면 한려해상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거닐고 싶다는 생각이다.
원래 여행은 의외로 많이 소요되는 시간 때문에 간결하게 즐기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지했다. 전반적으로 여행의 속도를 높일 수 없는 구조일 때는 차라리 느린 여행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필자는 점 찍듯 다니는 여행 스타일이지만 이번 여정은 느린 여행을 구가했다.
해저터널까지 돌고 나니 벌써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숙소를 거제도에 예약한 탓에 거제로 넘어갔다. 성수기 때 통영 안에 좋은 숙소를 잡기는 어렵다. 있다 해도 평소보다 두세배를 각오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거제 홈포레스트리조트에 짐을 풀었다. 다행히 복층을 잡아 좁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여행지에서의 복층 경험 또한 새로웠다.
코골이로 인해 다른 가족들의 눈총을 받긴 했으나 휴식을 취한 뒤 다음날 바람의 언덕을 둘러봤다. 휠체어로 접근하기 어려운 만큼 전경이 잘 보이는 카페에 머물며 조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창가에서 보이는 바람의 언덕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 그 자체였다. 카페는 바람의 언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사진맛집이었다. "바람의 언덕인데 바람이 안 불어"라는 소리도 들려왔다.
통영과 거제는 여행지로서 만족감이 높은 지역이다. 오랜 시간 운전해야 하니 피곤할 일이지만, 일단 당도하면 둘러볼 곳이 널려 있어 엄청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싶다. 통영과 거제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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