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접한 5·18과 아동문학

[칼럼] 무등로에서
김성욱 '2023 광남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자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3년 05월 10일(수) 16:03
아이들의 역사인식은 대부분 학교교육에서 비롯된다. 교과서를 통해 처음 역사를 접하고, 고조선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양의 지식을 학습한다. 그러한 지식은 곧 상식이 되고 믿음이 된다. 그런 이유로 이번 일본교과서 역사 왜곡은 대한민국을 또 한 번 분노하게 만들었다.
1980년, 당시 대한민국 정부도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인 일이 있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1980년은 나에게 또 다른 의미로 특별했다.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해이기도 했다.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나는 여느 아이들처럼 평범했다. 4월에는 봄 소풍을 갔고, 5월에는 어린이날이 있어서 좋았다. 그해 그 화창했던 봄. 광주가 피로 물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한참이 지나서였다.
민주항쟁이 한창이던 1987년 어느 봄날로 기억한다. 중학생이던 시절, 전교생과 함께 단체 영화 관람에 나선 일이 있었다. 서울 어린이회관 안에 있는 극장이었는데 건국대학교가 있는 부근이었다. 영화관람 도중 갑자기 포성 소리가 연속해서 들렸고, 어리둥절한 학생들에게 인솔교사는 빨리 집으로 뛰어가라는 무책임한 말만 했다. 우르르 극장을 빠져나가자 매캐한 최루탄 가스가 얼굴을 덮쳤다. 차량은 전부 통제 되었고, 우리는 눈물 콧물 다 쏟으며 정신없이 달려야 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날 ‘군사독재정권’이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됐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이 6월 민주항쟁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광주의 참상이 담긴 흑백사진을 봤을 땐 충격을 넘어 배신감까지 들었다. 학습을 통해 이미 대한민국은 정의로운 민주주의 국가라고 교육받은 우리들이었다.
군사정권이 무너지고, 기다렸다는 듯 민주항쟁을 다룬 매체들이 쏟아져 나왔다. 드라마 ‘모래시계’를 시작으로 영화 ‘꽃잎’, ‘화려한 휴가’, ‘택시 운전사’, ‘1987’ 등 수많은 작품들이 대한민국을 뜨겁게 적셨다. 그중에서 내가 특별히 관심을 가진 건 2년 전에 방영한 드라마 ‘오월의 청춘’이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드라마의 원작이 다름 아닌 동화였기 때문이다. 동화 ‘오월의 달리기’는 전국소년체전 준비를 위해 광주로 합숙훈련을 떠난 열세 살 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5·18 광주의 모습과 아버지를 잃은 참담한 심정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잘 묘사됐다.
모든 문학이 그렇듯 아동문학 역시 시대상을 반영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모습뿐 아니라 가슴 아픈 지난 시대를 담아낸다. 미래의 주역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고,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그 시대 아이들의 삶과 애환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아동문학 작가는 글을 쓰는 데에 있어서 더 많은 책임감을 떠안아야 한다. 아이들은 작가가 창조해낸 주인공을 통해서 세상과 역사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는 것.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바로잡아주는 것. 그것이 아동문학 작가의 책임이고 사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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