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을 깨는 참신함 추구 도전적인 작업 흥미

[신문화탐색]바이올리니스트 이수산
업사이클 악기 유니크바이올린 1호 연주자 활동 ‘눈길’
한예종 학·석사 수료…‘피아졸라’ 음반 발매 독주회도
음악학원 후학 양성…“엔터테이너로 바라봐주길” 밝혀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3년 11월 27일(월) 18:02
(2023 10월 125호=글 김다경 기자) 틀을 깨는 예술의 시도는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 장르 간의 융합은 물론 메타버스 전시, AI 로봇과의 협연 등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작업들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도 이러한 시도로 주목받는 예술인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클래식을 전공하고 다양한 시도와 참신한 무대로 영역을 넓혀가는 아티스트가 있어 주목된다.
주인공은 바이올리니스트 이수산씨. 그는 지난 9월5일 하정웅미술관에서 열린 디아스포라 음악회 ‘Who am I?’ 무대에서 업사이클 악기인 유니크바이올린을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 ‘유니크바이올린’은 작곡가 이승규 크리에이티브 아트 대표가 버려진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악기다.
이 연주자는 이승규 대표와 악기의 기획부터 제작 과정을 함께한 1호 연주자다. 약 반년 간의 과정을 통해 완성된 악기는 지난 8월 업사이클 뮤직센터 물꼬에서 처음으로 이수산 연주자의 연주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이승규 작곡의 ‘정추 바이올린 소나타’, ‘소멸과 소생’ 등을 들려줬다.
이 연주자는 악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직접 연주해보고 개선해야 할 부분을 이야기하며 도움을 줬다. 반신반의했던 업사이클 악기 제작이 완성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점점 새로운 시도에 두려움이 없어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예전부터 이승규 선생님 곡을 자주 연주해왔는데 이번에 유니크바이올린을 연주할 기회를 주셔서 기뻤죠. 처음엔 ‘폐플라스틱으로 악기를 잘 만들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어요. 현악기는 악기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요소가 정말 많거든요. 직접 연주해보면서 ‘어떤 점이 개선되면 좋겠다’거나 하는 부분들을 말씀드렸죠. 많은 피드백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유니크바이올린의 매력 중 하나는 연주자가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색깔이다. 보라색과 주황색 등 화려한 색상을 뽐내는 악기 외관은 연주를 시작하기 전부터 강렬한 인상을 준다. 또 날카롭고 울림이 있는 나무 바이올린에 비해 둥글고 덜 날카로운 소리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연주를 감상한 관객들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소리가 좋아 놀랐다는 평을 했다. 업사이클 악기로 이 정도 소리를 낼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충분히 경쟁력과 가치가 있어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다.
“많은 분들이 업사이클 악기의 가능성에 놀라워하셨어요. 연주를 하는 저에겐 새로운 시도에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가 됐죠. ‘고전적인 것 말고 다른 스타일의 연주도 할 수 있구나’ 스스로 발견하게 된 느낌이었어요. 더 노력해 멋진 연주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연주자는 최고의 예술 영재들을 전문 육성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전주 태생으로 광주와는 연고가 없는 그가 광주에서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2016년 광주 출신의 대학 동기를 따라 내려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고, 연주 기회를 조금씩 얻게 됐다. 그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지역 예술인들을 알게 됐고 미술이나 무용, 작곡 등 여러 장르와 콜라보 작업을 하면서 시야를 넓혔다.

2019년 광주지역 연주자들과 연주팀 트리오제트를 결성해 코로나19 시기에도 온오프라인을 통해 활발히 공연 활동을 이어나갔다. 기획력과 팀워크를 인정받아 광주문화재단의 ‘빛고을 시민문화관과 함께하는 공연나눔’ 1순위 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20년에는 피아졸라의 곡을 주제로 한 첫번째 음반 ‘Devotion to Piazzolla’를 광주문화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발매, 이듬해 2021년 앨범 레퍼토리로 금호아트홀에서 ‘피아졸라 예찬 독주회’를 선보여 높은 호응을 얻었다.
피아졸라의 숨은 명곡들을 모음집처럼 묶은 이 앨범은 타이틀곡 ‘Le Grand Tango’(위대한 탱고)를 비롯해 ‘Libertango’, ‘Fracanapa’, ‘Adios Nonino’, ‘Revirado’ 등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 위주로 구성됐다.
그가 기억하는 첫 앨범 준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피아졸라의 악보들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 구한 악보를 스스로에 맞게 편곡하고 녹음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해내야 했다. 완성도를 위해 1734년산 바이올린 ‘Joannes Francifus Celoniatus’를 빌려 연주했다.
“피아졸라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로 음반을 내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요. 회사 없이 혼자 힘으로 모든 걸 해야 하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계속 남는 첫번째 음반을 잘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을 포기할 순 없었죠. 과정은 힘들었지만 완성하고 나니 정말 뿌듯했습니다.”
그는 2017년부터 북구 양산동에 한예종 음악학원을 차려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과거 자신처럼 음악에 꿈을 가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많은 보람을 얻는다. 대회에서 입상하면 학생 본인만큼이나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선생님으로서 많은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을 통한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게 연주자로서의 또 다른 꿈이다.
그는 지난 9월20일 DMZ에서의 공연에 이어 유니크바이올린 연주 일정으로 바쁜 하반기를 보낼 예정이다. 끝으로 클래식 전공자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편견에서 벗어나 어느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여러 작업에 도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세상에는 많은 연주자들이 있고, 연주 기회가 항상 있는 것은 아니죠. 제가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주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앞으로 탱고나 전자음악, EDM 등 여러 음악 장르는 물론 업사이클 악기처럼 도전적인 작업들을 하고 싶어요. 다양한 것을 시도하고 보여주는 엔터테이너로 바라봐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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