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문화쉼터 지향 사랑받는 컬처공간 자리매김

[문화공간탐구]새 예술블럭 꿈꾸는 시화문화마을
금봉미술관 이어 광주문학관 개관 활성화 기대
주민들 힐링 추구…‘야외 음악 공간’ 조성 필요
각화저수지·청소년문화의집·석실고분 등 연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4년 01월 01일(월) 17:55
(2023 10월 125호=글 고선주 기자) 시화문화마을은 무등산 무돌길 초입지인 북구 문화동에 소재, 광주에서는 유일하게 시와 그림이 있는 마을을 지향한다. 하지만 최근까지 그림은 있었으나 시가 취약했다. 시라는 것이 곳곳에 네모난 석조 의자와 담벼락에 새겨진 것들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화(그림)는 미술관이 자리해 그 명칭에 걸맞지만 시는 주가 아닌 부에 불과했다. 미술관처럼 어엿한 공간이 확보되지 못해서다. 그런데 문학관이 지난달 하순 개관하면서 시의 공간을 확보, 이런 지적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시화문화마을의 현주소를 조망해본다.

시화문화마을은 호남고속도로 동광주나들목과 문흥나들목이 인접해 있고, 동쪽으로 각화체육공원을 돌아 제2순환로 진입로가 연결돼 접근성을 어느 정도 보완했음에도 항간에는 여전히 외곽이라는 지적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동 체계로는 문화동에 속한다, 문화동의 지명은 법정동인 문흥동과 각화동의 이름에서 한 자씩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만7000여명의 주민과 24명의 주민자치위원회가 참여와 소통,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주민자치의 모범적인 모델을 탄생시킨 공간이다. 현재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주위에 많이 건립되면서 어림잡아 2만5000여명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이 등장하면서 광주 외곽에 명실상부한 문화공간이 완성된 것이다. 이 덕택으로 문화동은 문화 및 예술과 접목되면서 ‘전국 제1의 아름다운 마을’로 탈바꿈됐다.
2007년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마을 분야 1위와 2008년 전국주민자치 박람회 대상 등 각종 상을 수상한 ‘시화문화마을’의 변신은 진행형이다. 한때 전국 곳곳에서 마을만들기 벤치마킹과 견학이 줄을 이었던 기억도 있다.
시화문화마을은 광주시 북구가 마을공동체 형성을 위해 2000년부터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한 것이 시발점이다.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사업의 하나로 문화동 주민자치위원회가 브랜드화해 추진한 ‘시화(詩畵)가 있는 문화마을’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시화문화마을 명칭은 각종 자료에 따르면 각화동에서 시행한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사업의 성과가 명성을 얻으며 붙여진 이름이며, 본래 각화동은 삼각산의 아랫동네라는 뜻의 ‘각하’(角下)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마을 뒷산이 뿔처럼 생겨 각화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
시화문화마을은 광주시에서 사람과 자연, 문화가 공존하는 문화마을의 대명사가 된 곳으로, 2000년 쓰레기장이 된 버려진 땅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꽃과 나무를 심고 좋아하는 시를 담장에 새기면서 시작됐다. 담벼락을 따라 다양한 벽화가 그려지고, 폐플래카드 등으로 만든 조형물이 곳곳에 설치되자 자연스럽게 골목미술관이 형성됐다.
특히 2007년부터는 마을주민과 방문객들에게 쾌적하고 안전한 휴게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중앙부처 공모사업을 통한 시화문화마을 기반 구축이 이뤄진데 이어 주민참여형 문화브랜드로 발전시켜 전국 최고의 문화허브마을을 조성하기 위한 시화문화마을 문화관 건립(2007~2015년)을 시작으로 각화저수지 경관사업(2015~2017년) 등이 진행됐다. 최근에는 광주 지역 문인들의 숙원사업인 광주문학관 건립(2021~2022년) 대상지로 선정됐으며, 지난 9월22일 개관됐다. 문학관이 개관되면서 2% 부족하던 시화문화마을이 점차 완성된 골격으로 나아가고 있다. 필자는 이곳에 노천극장이나 야외극장이 건립돼 문학과 미술, 음악이 조화되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화문화마을에는 시화문화마을문화관을 비롯해 커뮤니티센터, 작은도서관, 시화마을금봉미술관, 각화청소년문화의 집, 별자리 학습장, 각화동 2호 석실 고분 등이 위치해 있다. 커뮤니티센터는 다목적실과 열린카페, 홍보관, 작은도서관 등으로 구성됐으며, 금봉미술관은 때마침 옻채전 세번째 전시 ‘나전칠장 고 김기복 유작’전이 9월1일부터 15일까지 열려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금봉미술관은 남종화의 전통화풍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세계를 구축해온 박행보 원로 화가가 2015년 소장품 291점을 기증하면서 개관됐다. 이 일대 유일한 미술관으로 주민들의 문화 향유에 기여하고 있다.
각화동 2호 석실 고분은 광주시 상수도 공급지인 각화정수장 정문 우측 구릉지에 자리하고 있다. 이 석실 고분의 봉토는 원형으로 정사부에는 민묘가 있어 후대에 정지작업을 한 흔적이 엿보인다. 구전에 의하면 문화동과 두암동에 여러 기의 고분이 있었으나 급격한 도시화 속 자취를 감췄고, 그나마 이곳 석실 고분은 원형대로 유지되고 있어 향후 문화유산으로 체계적인 관리 방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시화문화마을은 조성되던 당시 전국적 관심을 받으면서 2007년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마을 분야 1위와 2008년 전국 주민자치 박람회 대상, 2013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브랜드 우수상 등을 다수 수상했다.
문학관 옆 가로길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각화저수지에는 데크길 및 찻길과 병행 중인 산책로가 있다. 방문했을 당시 각화저수지의 수질이 비온 후라서 물이 흙탕물인 점이 다소 아쉬웠다. 저수지 축대 한 쪽 아래에는 노래비와 시비 등 2기가 들어서 있다. 광주시립합창단이 주관한 손광은(전남대 명예교수) 작사, 신동민(광주교대 명예교수) 작곡의 ‘광주문화수도의 노래비’에 이어 아동문학가 전원범(광주교대 명예교수)의 시 ‘별’이 그것이다. 또 시가 새겨진 대리석 의자가 일부 설치돼 있다. 윤동주의 ‘서시’를 망라해 김영랑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 서정주의 ‘동천’ 등의 시가 새겨져 그것을 감상할 수 있었다.
군데 군데 쉬는 주민들과 주차장 옆 소규모 운동장을 맨발로 걷는 주민들, 그리고 산책을 하는 주민들을 보면서 일단 ‘주민 속 문화공간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이처럼 주목을 받아온 공간이었지만 미술관 건물 하나로 문화예술을 대변하기는 어려운 구조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4층 규모의 문학관이 문을 열면서 명실상부한 문화공간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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