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이제 시작…세계 사로잡을 김치 개발할 것" [사람사는 이야기]‘대한민국 김치경연대회’ 대통령상 수상한 임란 전라도인 admin@jldin.co.kr |
2024년 02월 26일(월) 18: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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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2월 127호=글 이현규 기자) 무등산은 호남 정맥의 중심이자 광주의 진산이다. 광주 시민에게는 어머니와도 같은 정신적 고향이며,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할 뿐 아니라 품고 있는 역사 문화적 가치 또한 풍부하다. 이러한 무등산 산자락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이 하나 있다. 광주 북구 금곡동은 무등산에서만 재배되는 귀한 명품 수박인 일명 ‘푸랭이’가 재배되는 수박마을이다.
무등산 어귀에서 가파르지 않고 유순한 산세의 자락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작은 마을 하나가 나온다. 입구에 ‘무등산 수박마을’을 알리는 표지판 뒤편으로 멀지 않은 곳에 김치 명인 임란씨가 운영하는 ‘돌담게장백반’을 찾을 수 있다.
임씨는 지난 11월 열린 ‘제30회 광주김치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인 ‘대한민국 김치경연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며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광주시가 주최하고 세계김치연구소가 주관하는 이 대회는 김치문화의 전통 계승과 세계화를 위해 김치 명인을 선발하는 취지로, 김치 분야에서 유일하게 대통령상을 수여한다.
종목은 포기 배추김치와 자유선택 김치 2종이며, 전통김치의 이해도와 조리 숙련도 등 전문성 평가와 독창성 등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심사한다.
올해는 광주·전남·강원·서울·경기·대구 등 전국에서 총 30명이 신청, 서류심사와 1차 경연을 거쳐 19명이 2차 경연을 펼친 결과 임란 씨가 영예의 대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임씨는 포기 배추김치로 무등산 수박김치를, 자유선택 김치로 다슬기 동김치를 선택했다. 전남 나주 천순복씨의 낙지 양파김치와 전남 여수 최후경씨의 사과말랭이 갑오징어 돌산갓 보쌈김치를 제치고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타고난 솜씨꾼이라 쉽게 얻은 결과가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만, 임씨의 대회 도전은 올해로 5번째다. 2018년을 시작으로 한해를 빼놓고 매년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한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올해 대회 준비에 몰두해온 그다.
“음식점을 하니까 매일 김치를 담으면서 연습하는 게 일상이죠. 막상 대회를 나가서는 경연 과정이 무척 힘들었어요. 세번째 대회 이후 좌절해 한번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수상한 것을 발판삼아 꾸준히 준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그는 대회를 나가기 전까지 그 흔한 휴대폰 하나 갖고 있지 않았다. 남편을 따라 시집 온 이후 무등산 수박마을이라는 작은 산골 동네 안에서 묵묵히 음식을 만들어 손님에게 대접하는 일에만 몰두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가게가 입소문이 나면서 광주시가 탁월한 맛의 경쟁력을 갖춘 음식점을 엄선하는 ‘게미맛집 TOP 5’에 선정됐다. 솜씨가 아까우니 경연에 나가보면 어떻겠냐는 주변의 말을 계기로 출전을 마음먹었다.
그가 마을 일대에서 구한 재료를 활용한 무등산 수박김치와 다슬기 동김치로 출전한 것은 당연했다. 공기 좋고 물 맑은 수박마을에 30년이 넘는 긴 세월을 살아온 그에게 자연이 내어준 모든 게 귀한 식재료였다.
“집 앞에 흐르는 냇가에 매일 오후 4~5시가 되면 시꺼멓게 다슬기가 올라옵니다. 그 다슬기를 잡아 수제비나 된장국 등 음식을 해먹죠. 하루는 동네 분이 다슬기에 소금만 넣고 끓여 가져왔는데 푸른 바다 빛깔이 너무 예쁘고 맛도 좋았어요.”
그렇게 다슬기를 재료로 만든 김치가 ‘다슬기 동김치’다. 비린내가 전혀 없고 시원한 천연 조미료 역할을 한다.
포기 배추김치 종목으로 선택한 ‘무등산 수박김치’는 원래 마을 어르신들이 예전부터 즐겨 먹던 음식이다. 김치 뿐 아니라 껍질로 나물도 만들고 깍두기나 장아찌도 담아 먹는다. 껍질은 말려 입술 상처에 약으로도 쓰인다.
그는 무등산 수박 대가인 친구 시어머니 댁에서 담은 무등산 수박김치를 먹었을 때 발효가 되면서 3년이 지나도 맛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것을 발견하고 관심을 갖게 됐다. 무등산 수박에서 나오는 즙은 항산화와 이뇨 작용이 뛰어나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특히 이롭다고 한다.
남편을 따라 수박마을로 올라와 가게를 연지 35년째. 가게는 임씨의 지난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보금자리이자 일터다. 전남 영암이 고향인 그는 광주로 시집와 고생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본래 시댁이 광주에서 열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할 정도로 부잣집이었다고 해요. 시골에서 왔다고 구박도 많이 받았죠. 어쩌다 식구들이 따뜻한 눈길 한번 주면 그걸로 위안 삼으며 살아왔어요.”
시아버지가 시집온 해 건강 악화로 쓰러지면서 시댁 식구들을 따라 공기 좋은 수박마을로 들어와 터를 잡았다. 할 수 있는 게 없어 무작정 식당을 열었다.
시어머니에게 서러움이 많았던 세월이었다. 그는 이 악물고 가게를 꾸려왔다. 꼭 한번은 어머니 앞에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나서고 싶었다고 한다.
“‘어머니께 큰 소리 한번 쳐보겠다’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대회를 6년 동안이나 도전한 것도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에요. 어머니가 올해 88세신데 이번 대회에 오셔서 장하다고 좋아하셨어요. 가문의 영광이라고, 고맙다고 하셨죠. 그 한마디에 지난 세월 어머니께 설움 받았던 게 모두 눈 녹듯이 사라졌어요. 이제 와서는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아온 것은 어머니 덕분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죠.”
최근 그는 식당의 주 메뉴를 30여년 고수해온 게장에서 한우 소머리곰탕으로 바꿨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로 해산물 섭취를 걱정하는 손님들이 많아져서다. 내년 1월1일부터는 메뉴에서 완전히 게장을 없애고 본격적으로 소머리국밥을 판매할 계획이다.
“손님들이 걱정스런 말도 자주 하시고 실제로 찾는 손님도 줄었어요. 먹으러 올 때 망설여진다는 말도 들었죠. 내년부터는 소머리곰탕을 전문으로 판매하려고 해요. 음식을 맛있게 잘 해드리면 메뉴가 뭐든 손님은 찾아온다고 믿어요. 지금도 타지에서 3~4시간 운전해 오시거나, 하룻밤 근방에서 묵고 와 식사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다행히 신메뉴인 소머리곰탕의 반응이 좋다. 판매한지 한 달 정도 지났는데 많은 손님들이 찾고 있다. 곰탕 재료는 담양 고서 농협 로컬푸드에서 등급 높고 품질 좋은 한우를 구해 사용한다. 곰탕에는 새로 담근 맛있는 김치 4~5개를 기본 찬으로 내준다. 3년 된 묵은지, 시원한 다슬기 동치미, 막 무친 겉절이 등 계절과 재료 상태에 따라 종류는 달라진다.
임씨는 매일 가게에 나와 손님에게 낼 김치를 담고 맛 본다. 날마다 맛있는 김치를 담기 위해 조금씩 다르게 시도를 바꿔가며 연습해왔다. 그의 도전은 이제 시작됐다. 대회 수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맛있고 건강한 김치를 개발해 세계무대에 당당히 알리고 싶은 바람이다.
“그동안 6년을 걸쳐 대회에 도전한 것은 ‘명인’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면 우리 김치를 더 쉽게 알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죠. 최근 외국에서 11월22일을 ‘김치의 날’로 정해 다양한 행사를 열기도 하고, 우리 문화를 향한 관심이 많은데요. 앞으로 더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해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우리 김치를 알리는 게 꿈입니다.”
무등산 어귀에서 가파르지 않고 유순한 산세의 자락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작은 마을 하나가 나온다. 입구에 ‘무등산 수박마을’을 알리는 표지판 뒤편으로 멀지 않은 곳에 김치 명인 임란씨가 운영하는 ‘돌담게장백반’을 찾을 수 있다.
임씨는 지난 11월 열린 ‘제30회 광주김치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인 ‘대한민국 김치경연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며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광주시가 주최하고 세계김치연구소가 주관하는 이 대회는 김치문화의 전통 계승과 세계화를 위해 김치 명인을 선발하는 취지로, 김치 분야에서 유일하게 대통령상을 수여한다.
종목은 포기 배추김치와 자유선택 김치 2종이며, 전통김치의 이해도와 조리 숙련도 등 전문성 평가와 독창성 등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심사한다.
올해는 광주·전남·강원·서울·경기·대구 등 전국에서 총 30명이 신청, 서류심사와 1차 경연을 거쳐 19명이 2차 경연을 펼친 결과 임란 씨가 영예의 대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임씨는 포기 배추김치로 무등산 수박김치를, 자유선택 김치로 다슬기 동김치를 선택했다. 전남 나주 천순복씨의 낙지 양파김치와 전남 여수 최후경씨의 사과말랭이 갑오징어 돌산갓 보쌈김치를 제치고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타고난 솜씨꾼이라 쉽게 얻은 결과가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만, 임씨의 대회 도전은 올해로 5번째다. 2018년을 시작으로 한해를 빼놓고 매년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한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올해 대회 준비에 몰두해온 그다.
“음식점을 하니까 매일 김치를 담으면서 연습하는 게 일상이죠. 막상 대회를 나가서는 경연 과정이 무척 힘들었어요. 세번째 대회 이후 좌절해 한번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수상한 것을 발판삼아 꾸준히 준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그는 대회를 나가기 전까지 그 흔한 휴대폰 하나 갖고 있지 않았다. 남편을 따라 시집 온 이후 무등산 수박마을이라는 작은 산골 동네 안에서 묵묵히 음식을 만들어 손님에게 대접하는 일에만 몰두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가게가 입소문이 나면서 광주시가 탁월한 맛의 경쟁력을 갖춘 음식점을 엄선하는 ‘게미맛집 TOP 5’에 선정됐다. 솜씨가 아까우니 경연에 나가보면 어떻겠냐는 주변의 말을 계기로 출전을 마음먹었다.
그가 마을 일대에서 구한 재료를 활용한 무등산 수박김치와 다슬기 동김치로 출전한 것은 당연했다. 공기 좋고 물 맑은 수박마을에 30년이 넘는 긴 세월을 살아온 그에게 자연이 내어준 모든 게 귀한 식재료였다.
“집 앞에 흐르는 냇가에 매일 오후 4~5시가 되면 시꺼멓게 다슬기가 올라옵니다. 그 다슬기를 잡아 수제비나 된장국 등 음식을 해먹죠. 하루는 동네 분이 다슬기에 소금만 넣고 끓여 가져왔는데 푸른 바다 빛깔이 너무 예쁘고 맛도 좋았어요.”
그렇게 다슬기를 재료로 만든 김치가 ‘다슬기 동김치’다. 비린내가 전혀 없고 시원한 천연 조미료 역할을 한다.
포기 배추김치 종목으로 선택한 ‘무등산 수박김치’는 원래 마을 어르신들이 예전부터 즐겨 먹던 음식이다. 김치 뿐 아니라 껍질로 나물도 만들고 깍두기나 장아찌도 담아 먹는다. 껍질은 말려 입술 상처에 약으로도 쓰인다.
그는 무등산 수박 대가인 친구 시어머니 댁에서 담은 무등산 수박김치를 먹었을 때 발효가 되면서 3년이 지나도 맛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것을 발견하고 관심을 갖게 됐다. 무등산 수박에서 나오는 즙은 항산화와 이뇨 작용이 뛰어나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특히 이롭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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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따라 수박마을로 올라와 가게를 연지 35년째. 가게는 임씨의 지난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보금자리이자 일터다. 전남 영암이 고향인 그는 광주로 시집와 고생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본래 시댁이 광주에서 열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할 정도로 부잣집이었다고 해요. 시골에서 왔다고 구박도 많이 받았죠. 어쩌다 식구들이 따뜻한 눈길 한번 주면 그걸로 위안 삼으며 살아왔어요.”
시아버지가 시집온 해 건강 악화로 쓰러지면서 시댁 식구들을 따라 공기 좋은 수박마을로 들어와 터를 잡았다. 할 수 있는 게 없어 무작정 식당을 열었다.
시어머니에게 서러움이 많았던 세월이었다. 그는 이 악물고 가게를 꾸려왔다. 꼭 한번은 어머니 앞에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나서고 싶었다고 한다.
“‘어머니께 큰 소리 한번 쳐보겠다’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대회를 6년 동안이나 도전한 것도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에요. 어머니가 올해 88세신데 이번 대회에 오셔서 장하다고 좋아하셨어요. 가문의 영광이라고, 고맙다고 하셨죠. 그 한마디에 지난 세월 어머니께 설움 받았던 게 모두 눈 녹듯이 사라졌어요. 이제 와서는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아온 것은 어머니 덕분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죠.”
최근 그는 식당의 주 메뉴를 30여년 고수해온 게장에서 한우 소머리곰탕으로 바꿨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로 해산물 섭취를 걱정하는 손님들이 많아져서다. 내년 1월1일부터는 메뉴에서 완전히 게장을 없애고 본격적으로 소머리국밥을 판매할 계획이다.
“손님들이 걱정스런 말도 자주 하시고 실제로 찾는 손님도 줄었어요. 먹으러 올 때 망설여진다는 말도 들었죠. 내년부터는 소머리곰탕을 전문으로 판매하려고 해요. 음식을 맛있게 잘 해드리면 메뉴가 뭐든 손님은 찾아온다고 믿어요. 지금도 타지에서 3~4시간 운전해 오시거나, 하룻밤 근방에서 묵고 와 식사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다행히 신메뉴인 소머리곰탕의 반응이 좋다. 판매한지 한 달 정도 지났는데 많은 손님들이 찾고 있다. 곰탕 재료는 담양 고서 농협 로컬푸드에서 등급 높고 품질 좋은 한우를 구해 사용한다. 곰탕에는 새로 담근 맛있는 김치 4~5개를 기본 찬으로 내준다. 3년 된 묵은지, 시원한 다슬기 동치미, 막 무친 겉절이 등 계절과 재료 상태에 따라 종류는 달라진다.
임씨는 매일 가게에 나와 손님에게 낼 김치를 담고 맛 본다. 날마다 맛있는 김치를 담기 위해 조금씩 다르게 시도를 바꿔가며 연습해왔다. 그의 도전은 이제 시작됐다. 대회 수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맛있고 건강한 김치를 개발해 세계무대에 당당히 알리고 싶은 바람이다.
“그동안 6년을 걸쳐 대회에 도전한 것은 ‘명인’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면 우리 김치를 더 쉽게 알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죠. 최근 외국에서 11월22일을 ‘김치의 날’로 정해 다양한 행사를 열기도 하고, 우리 문화를 향한 관심이 많은데요. 앞으로 더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해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우리 김치를 알리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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