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도시미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칼럼]무등로에서
박홍근 포유건축사무소 대표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5년 02월 06일(목) 17:31
도시는 유기체다. 살아 움직인다. 그러나 스스로는 변하지 않는다. 사람들에 의해 움직이고 변한다. 그 행위 주체는 규정을 만들고 집행하는 공무원, 생존과 이익을 위해 개발사업에 뛰어든 디벨로퍼(시행사), 늘 보고 이용하는 시민사회와 협의에 의해 만들어진다. 아니 만들어져야 한다. 이 삼박자가 잘 맞을 때 좋은 건축이 되고, 주변에 영향을 주며 연결되어 경쟁력있는 도시환경이 만들어진다.경쟁력 있고 살맛나는 도시는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냉철한 생각과 철저한 준비를 통한 치열한 행동이 있어야 가능하다.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만들어진다.광주시는 도시 전체를 흔들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전남·일신방직 공장부지 개발, 종합터미널과 연계된 신세계 백화점 확장, 광천동 대규모 재개발 사업 등이다. 개별 사업으로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신축과 각종 공공건축물 건립계획이 있다. 그러나 걱정과 우려 속에서 시작되고, 한숨과 아쉬움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우리가 살고 앞으로 후손이 살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까. 첫째는 시행사 개발사업에 전략적인 대응을 하자. 시행사는 선(善)하지 않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최우선이다. 그렇지만 시행사가 붙지 않으면 개발 또한 어렵다. 적정이익은 보장하되 그 결과물인 건축물은 최대한 좋게 만들도록 높이, 건폐율, 용적률 등 관련 규정 개정과 공공기여 및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자. 경쟁력 있는 디자인, 변화에 대응하는 가변성, 삶을 윤택하게 하는 환경 등을 만들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는 공공건축물을 잘 짓자. 공공건축의 주인은 시민이다. 그렇지만 선출직 행정 책임자가 거의 결정한다. 위치, 설계자 선정 방식, 시공 과정 관리, 운영 방향 등이 중요하지만 행정 편의대로 진행된다. 기획단계부터 시민편의, 도시경쟁력, 지속가능성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빨리·실적·결과만 강조하다가 그냥저냥한 건물만 짓고 마는 행정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공공건축, 그 자체가 지역을 살리는 도시 컬렉션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런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셋째는 건축물만 보지 말고 도시를 함께 보자. 사업은 한곳, 한 지역이지만 주변으로 확장되고 연결돼 도시가 형성된다. 어떤 프로젝트든 그 자체는 물론이고 주변과의 관계, 도시에 미치는 영향, 다음 세대에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곰곰이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선진 해외 도시를 보면서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다. 그들의 선조들이 어떻게 건축과 도시를 대했는지 파악해 지금 우리가 우리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도 자랑거리가 되게, 지역을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광주는 100년 전에도 사람이 살았고, 100년 후에도 산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잘할 방법을 찾자. 행정 책임자와 시민사회가 함께 준비하고 실천하면 된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광주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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