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사랑에 빠져 담양서 인생 2막 열었죠”

[사람사는 이야기]사진기자에서 커피 농장 주인으로 변신 임영주 담양커피농장 대표
케냐서 커피 농장 구상…언론사 퇴직 후 2017년 귀촌
향미 전문가·이탈리안 바리스타 자격증 등 전문성 갖춰
금성면 이름 딴 ‘골드 캐슬’ 생산…“커피타운 조성 목표”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5년 02월 06일(목) 18:06
(2024년 12월 139호=글 이산하 기자, 사진 최기남 기자)

‘커피’만 바라보고 수도권에서의 생활을 접고 고향인 담양 금성면으로 귀농한 커피 농부가 있다.주인공은 커피와 사랑에 빠진 임영주 담양커피농장 대표다.
그의 커피 사랑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에서 언론사 사진기자로 30여년을 일해온 임 대표는 은퇴를 앞두고 방문한 케냐의 한 커피농장에서 ‘핸드드립’ 커피에 푹 빠지게 됐다.젊은 시절 믹스커피부터 핸드드립 커피까지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마셔왔지만, 케냐에서 직접 목격한 커피가 만들어진 과정에서 ‘신세계’를 봤기 때문이다.
그는 “바쁜 일상에서 커피를 마시는 건 일상이었다”며 “하지만 케냐에서 직접 공정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시음해보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이어 “은퇴 후 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한순간 커피 농장을 차려야겠다는 생각밖에 머리에 남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국으로 귀국한 그는 ‘우리나라에서 케냐보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겠다’라는 목표를 세웠다.이후 전문 자격증 공부와 커피 농장 설립을 위한 준비에 매진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택 베란다에 커피나무를 심고 성장 과정을 기록하며 공부하기도 했다.훌쩍 자란 커피 나무 때문에 거실 공간까지 내줘야 했지만 커피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커피 농장을 차리기 위해 미국까지 방문해 향미 전문가 자격증(FMC)를 취득하고, 이탈리안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거머쥐게 됐다.
그는 은퇴를 앞둔 2013년 대규모 커피 농장을 짓기 위해 전국의 땅을 살폈고, 고향인 담양에 눈이 갔다. 대나무와 메타세쿼이아 등 나무가 지역의 자원인 곳이었기 때문에 커피 나무도 지역의 자원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이후 담양의 165여㎡의 농지를 임대한 뒤 비닐하우스를 짓고 시험재배에 돌입했다.그러나 커피 나무를 키워본 경험도 있고, 수많은 자격증을 취득해 ‘탄탄대로’만을 걸을 것이란 그의 생각은 산산조각이 났다.바로 ‘자연’ 때문이다. 농사 등 1차 산업은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하우스 재배 시 커피 생육에 적합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노하우나 조력자가 없어 응급상황에 제때 대처하지 못해 대부분의 커피 나무가 추운 날씨를 이겨내지 못하고 동사하는 실패를 겪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보온 실패가 반복됐고 우박 피해도 입었지만 좌절하지 않았고 하우스 중앙에 알코올 난로를 설치하거나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등 대안을 강구하며 농장 운영을 위한 초석을 쌓아 나갔다.
이 결과 지난 2017년 5월 18일 커피 농장 사업자로 등록하고, 커피 농장 운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그는 “시험재배 기간 동안 커피나무들이 다 죽었을 때 방법을 찾기보다 포기했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본 적도 있다”며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기에 도전정신과 자신감을 갖고 커피 농장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담양커피농장에서는 현재 3개 대륙 8종의 아라비카종 커피나무와 아열대 기후와 어울리는 야자수 등의 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1900여㎡ 부지에 성목과 1~3년생 유묘를 모두 합쳐 2000그루 규모다.
커피 열매는 평균 3년 이상 자란 커피나무에서 맺히며, 담양커피농장의 커피나무에서 수확해 만든 대표 커피들은 농장이 위치한 금성면에서 따온 ‘골드 캐슬(Gold Castle)’이란 명칭을 붙이고 있다.임 대표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등 해외 유명 커피들도 국가명과 지역명 순으로 나열해 네이밍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참고했다”고 전했다.
그는 ‘커피를 알고, 만들고, 마시는 과정에서 새로운 만남의 장이 열린다’는 철학 아래 국내 커피 문화 확산을 위한 체험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대표적으로는 커피 수확기인 5~8월에만 가능한 ‘커피수확체험’이 있다. 체험자들이 직접 커피콩을 볶아 로스팅, 핸드드립 한 뒤 서로 비교 시음하는 ‘도전! 나도 바리스타’ 체험과 ‘드립Bag 만들기’, ‘농장 투어’ 등은 누구나 좋아하는 활동들이다. 현재는 전국에서도 커피 농장 체험활동으로 유명해져 하루 평균 3~4회의 체험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농촌 체험 팜파티’를 개최, 방문객들에게 커피 로스팅과 핸드드립 교육을 제공해 커피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는 “언제, 누구든 농장을 방문해 커피나무를 보고 사진촬영을 해도 좋다. 커피에 대한 궁금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며 “누군가 ‘자신만의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시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최근 커피나무가 들어설 비닐하우스를 1동 더 마련하는 등 농장을 확장하고 있지만 만족하지 않는다. 담양을 커피를 매개로 한 관광지로 만들어가는 꿈 때문이다. 그는 “커피농장 일대를 ‘담양 커피타운’으로 만드는 것이 그의 인생 2막 최종 목표다”고 밝혔다.
인근 금성산과 영산강 등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펼쳐져 있고, 커피 농장과 인근 방앗간 등의 연계를 통한 베이커리 카페 입점 등도 가능하다는 것이 임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언젠가 담양하면 많은 이들이 ‘메타세쿼이아’와 ‘담양 커피타운’을 대표 관광지로 떠올리도록 하는 게 꿈이다”며 “커피나무가 대나무, 메타세쿼이아, 배롱나무 등 담양에서 유명한 다양한 나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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