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페이와 취업난, 삼포세대로 대변되는 청년층들의 절망은 깊다. 발버둥칠수록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깊은 수렁속으로 빠져드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 그만큼 청년들의 삶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기성세대들이 만든 결과물을 청년들이 감당하는 듯한 형국이다. 일반 청년들이 이런 어려움을 하소연한다. 예술계 청년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창작인들은 창작인들로, 이론 전공자들은 이론 전공자들 나름대로 고충을 피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자신들의 꿈을 위해 도슨트 경험에 나선 젊은 두 친구가 눈길을 끌고 있다.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타이틀로 진행중인 ‘2016 제11회 광주비엔날레’(9월2일~11월6일) 도슨트로 활동중인 스물다섯 동갑내기 이익재·나하빈씨가 그들로, 이들은 나란히 조선대 미술학과 4학년생으로 시각문화큐레이터 전공자들이다.
특히 역대 광주비엔날레 도슨트가 여성 위주였지만 근래들어 젊은 남성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추세인 가운데 올해 비엔날레 도슨트 34명 중 남성으로는 이들 2명이 유일하다.
전문도슨트가 거의 없는 대신 자원봉사 개념인데 큐레이터가 되는 과정으로 이해한 이들은 국제행사인 광주비엔날레에서의 도슨트 경험이 앞으로의 행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도슨트는 전시작품에 대해 설명을 하는 사람들로 전시현장에서 관람객들의 다양한 반응을 직접적으로 살필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전시의 최전방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들은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몇안되는 사람들인 셈이다.
더욱이 학교 안에서만 미술이나 미술이론을 배워온 이들에게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처음으로 학교 밖 전시현장에서 체험을 하는 한편, 실습을 하는 공간으로 생생한 현대미술의 현장을 목도하면서 관람객들이 전시작품을 쉽게 이해해 미술을 좀 더 친숙하게 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9월19일 전시장에서 만난 이들은 전시 개막 20여일을 맞았지만 채 20여회도 전시설명을 하지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미술에 대한 관객들의 높은 관심에 놀랐다는 반응이다.
"관람객들이 저희들의 설명에 대해 재미있게 듣고, 봤다고 해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 관람객들이 생각보다 문화예술에 대해 관심이 많아 놀랐어요. 저희들이 만약 일반인이었다면 이렇게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까 생각했죠. 관람객들이 도슨트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더라구요. 문화예술 향유 역시 적극적이었습니다."
이들은 현장에서 늘 관람객들에게 최선을 다해 작품설명을 진행한다. 도슨트가 어떻게 설명하냐에 따라 관람객들의 이해도가 갈린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도슨트의 설명에 따라 관람객들의 반응이 달라지지만 도슨트의 설명에 따라 작품 이해도 달라지니까 저희들이 중개자로서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면서 이들은 이번 전시에 대해 눈으로만 보는 작품이 아닌, 과정 중심의 작품이나 광주밀착 작품, 신작 다수 출품 등을 특징이라고 언급했다.
"저희들이 도슨트를 해서가 아니라 전시내용이 좋은 것 같아요. 전시콘텐츠가 다른 여타 전시나 비엔날레와 비교해도 참신하다고 보고 있어요. 관람객들도 재미있어 하구요."
도슨트 입장을 떠나 관객이라면 어떤 작품이 눈에 들어왔냐 묻자 익재씨는 1갤러리에 전시 중인 도라 가르시아(Dora Garcia)의 ‘녹두서점’을, 하빈씨는 2갤러리에서 선보이고 있는 전소정 작가의 ‘예술하는 습관’을 각각 꼽았다.
익재씨가 꼽은 ‘녹두서점’은 전시장 안에 재구성한 것으로 원제는 ‘녹두서점-산자와 죽은자, 우리 모두를 위한’이다. 그는 이곳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1980년 장동에 실재했던 서점으로 오월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활동거점이 됐으며 시신수습이나 대자보 제작, 연락거점이었다는 것이다.
가르시아가 이곳을 감명받고 재현했는데 80년대 불온이라는 이름으로 묶였던 서적이 모두 진열돼 있고, 실제 도록 등의 판매가 이뤄지며 그곳에서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전시 작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서점 역할을 할뿐 아니라 워크숍과 토론도 펼쳐지는데 관람객들이 신기해한다는 전언이다. ‘눈예술상’을 수여받은 작품이라는 설명도 잊지 않는다.
"아버지가 5·18유공자예요. 그래서 더 눈길이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라 가르시아가 작품을 재현해 놓은 것은 단순한 작품 재현으로 보면 안돼요. 5·18정신을 담고 있다는 것을 간과서는 안된다는 이야기기죠. 이땅 그리고 이 시대 평화와 저항에 대해 관람객들에게 다시 생각하도록 해요."
하빈씨가 꼽은‘예술하는 습관’ 역시 ‘눈예술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일곱채널로 구성됐다.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행위를 거듭한다. 그는 무의미한 행동이 반복되는 데 이것이 예술과도 같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풀이다.
"아무래도 작품을 보면 관람객들이 이해하기 쉬운 작품이 좋죠. 그러나 어디 현대미술이 그런 작품만 있는가요. 아무런 설명없다면 이 작품 역시 어려운 작품이죠. 예술가가 행동을 하는데 있어 끌림이 있어야 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이 볼때 무의미하게 보이지만 그것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끌림이 있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가가 예술하는 행동인 것이죠."
이들은 전시설명 중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관람객도 접했다. 대개 현대미술을 어려워하지만 ‘현대미술이 역겹다’는 관객람도 있었다고 한다. 자신도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관객은 아무거나 작품이 되냐, 이런 것들을 가져다놓고 뭐하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비판을 하고 갤러리를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익재씨는 현대미술에 답이 없는 만큼 제각각 느낌을 가져가면 되는 것이고, 이런 작품이 다른 사람에게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는 만큼 그것을 존중해주는 매너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내비쳤다.
아울러 다소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더라도 열린 마음으로 작품을 관람해줄 것을 부탁했다.
"5갤러리는 여러 사회문제를 담아내고 있어요. 사회에서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면 되는 것 아닌가요. 편협적인 시각으로 반대하는 관객들이 있는 데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으로 조금 안타깝더라구요. 물론 이 부정적인 의견들 때문에 힘이 빠지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관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계획을 묻자 경험쌓는 시간을 더 가져가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아직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번 도슨트 경험처럼 앞으로 많은 경험을 하려고 합니다(하빈). 취업에 목매고 싶지는 않고, 과거 커피숍에서 2년6개월 동안 일한 경험도 있고, 이번 도슨트 경험까지 있는 만큼 앞으로도 새로운 경험들을 해볼 작정입니다. 여러가지 일 이 기대돼요(익재)."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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