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가 함께 볼 수 있는 클래식 공연 만들어야죠

[예술기획]여성 솔리스트 앙상블 ‘더 싱어즈’
‘창단 15주년’ 맞아…광산문예회관 상주단체 활동 매진
관객참여형 공연 눈길…11월 ‘원더랜드 공주소동’ 앞둬
“지역 예술단체 경쟁력은 연습과 완성된 숙련도” 밝혀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4년 01월 01일(월) 17:21
(2023 10월 125호=글 김다경 기자) 더 싱어즈는 광주지역 출신의 여성 솔리스트들이 주축이 돼 지난 2009년 창단한 전문앙상블 단체다. 전원 유학파 출신으로 구성된 이들은 다양한 무대를 통해 자신들의 재능을 드러냄으로써 사회에 헌신하고 문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뜻을 모았다.
단장은 이한나 조선대 명예교수, 음악감독은 소프라노 유형민 광주음악협회 수석부회장·광주성악가협회 회장이 맡고 있으며 16여명의 단원들로 이뤄졌다. 지난 10여 년 동안 십시일반 힘을 모아 자생적으로 활동을 이어오던
이들은 2020년 광산문화예술회관 상주단체로 선정되면서 지원을 받아 공연을 열게 됐다. 이후 2022년과 올해까지 3회째 상주단체로서 다채로운 기획무대를 선보이며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8월25일에는 우수 레퍼토리 공연인 창작동화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을 무대에 올렸다. 샌드아트와 미디어 영상, 라이브 음악 등 여러 예술적 표현이 어우러진 이 공연은 누구나 오페라를 쉽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마녀가 읽어주는 구연 동화형식으로 작품의 기존 내용을 과감히 각색했으며 특히 결말은 관람객들이 선택한 내용으로 정해 관객참여도를 높였다. 공연 전 관람객들은 로비에 비치된 투표를 통해 결말을 직접 선택했다.
“작품을 구상하다보니 결말에 ‘권선징악’이라는 건 주관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아이들은 동화 속 마녀를 어떻게 바라보고 판단할지 궁금했죠. 마녀를 벌주고 아이들을 구출하는 것과 마녀를 용서하는 것, 두 가지 선택지를 줬는데 올해는 10표 차이로 용서하는 결말이 뽑혔습니다.”
상주단체로 지난해 어른들을 위한 가족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면 올해는 아이들을 위한 주제 공연을 구상해 선보이고 있다. 오는 11월23일에는 ‘원더랜드 공주소동’이라는 공연을 올릴 예정. 기후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현대를 배경으로 디즈니 동화 주인공들의 후손에게 일어나는 이야기를 상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또 지난해 시민과 함께하는 ‘퍼블릭 프로그램’으로 50+ 중장년에게 한국가곡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추진해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데 힘입어 올해는 40+를 대상으로 노래 교육을 진행해 지난 7월 연주회까지 마쳤다.
“퍼블릭 프로그램은 그동안 계속 해왔지만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건 지난해 처음이었어요. 인기가 너무 좋아서 놀랐죠. 70~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분들이 오셨어요. 평범한 가정주부부터 은퇴한 교사, 한 때 성악가를 꿈꿨던 분, 암 투병 중인 분도 있었죠. 무대 시작 전 사연을 읽어주니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어요. 내년에 상주단체에 선정되지 않더라도 이 프로그램은 계속 해야겠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2020년 상주단체로 선정되자마자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이에 대한 실망과 아쉬움이 컸다. 작품을 만들어도 많은 관객에게 보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매 공연을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그렇게 올린 첫 공연이 윤상원 열사 낭독극 ‘MAY BE’였다. 5·18민주화운동의 열흘간 항쟁 기록을 줄거리로 구성해 지역 노래패와 함께 선보였는데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에 출연해 큰 인기를 얻은 배우 허성태씨가 낭독배우로 출연했다. 관객들이 공연장에 올 수 없어 유튜브로 생중계 진행했다.
지원받는 최소한의 공연비는 모두 무대에 쏟아 붓는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공연기획부터 무대 스텝, 소품 등 모든 일을 단원들이 손수 한다. 조금이라도 아낀 비용은 다음 작품에 투자한다. 매 무대마다 광산문예회관 직원들이 도움을 줘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역 예술단체의 경쟁력은 피나는 연습과 완성된 숙련도에 있다고 강조했다. 단원들 모두가 매주 월요일마다 빠지지 않고 모여 연습에 몰두한다. 소박할지라도 잘 들어맞는 바퀴처럼 모든 단원들이 한 마음으로 숙련된 공연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무대에 임하는 이들의 소신이다.
‘우리집에 웬수가 산다’

지난해 선보인 ‘8월의 크리스마스’는 어린 아이들에게 무대를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무대 위에 관객석을 설치해 앞에 그물망을 갖다놓고 관객들과 다 함께 무대 배경을 만든 후 그 위에 눈을 뿌리고 조명을 쏴 연출했다. 크리스마스 소품을 구하는 것부터 무대 위에 객석을 설치하는 것까지 손이 많이 가는 공연이었지만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기억에 남는 무대로 뽑는다.
“공연에 참여한 아이들이 너무 행복해했어요. 그런 건 작은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거죠. 사실 그런 공연은 다른 공연보다 훨씬 힘들어요. 준비할 것도 신경 쓸 것도 배로 많죠. 하지만 결과물이 좋아 뿌듯함도 컸던 것 같습니다.”
이들은 각종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클래식 공연이 관객에게 외면 받는 현실에 대한 고민도 갖고 있다. 관객들이 클래식 공연을 찾게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방면의 노력과 연구가 따라야 한다고 언급했다.
“사람들이 클래식 공연을 안보는 이유는 간단해요. 여러 매체들에 비해 재미가 없기 때문이죠. 특히 요즘 아이들은 워낙 다양한 매체에 길들여져있어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고 기다리는 경험이 부족해요. 생각의 힘을 기르고 문화 의식을 길러줄 만한 수단으로 클래식만한게 없죠. ‘헨젤과 그레텔’ 같은 오페라를 접한 아이들이 감상하는 법을 알게 되면 나중에 커서 정통 오페라를 찾아보게 되지 않을까요.”
이러한 생각에서 아이들과 함께 온가족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공연의 방향을 잡게 됐다. 흥미로운 스토리라인이 있고 정확한 주제가 있는 공연을 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형민 예술감독은 이러한 기조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고 언급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에 자리 잡으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가 자연스레 단절되고 외로운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족 간에도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하지 않고 모여 다함께 밥을 먹는 일 조차 드물어지게 되는 현상을 보며 큰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한다.
“가장 가까운 사이인 가족마저도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안하는 사이가 되고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적어졌죠.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사람이 단절되는 게 이렇게 슬픈 거구나, 사회가 점점 이렇게 변해가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들이 모일 수 있는 계기, 그게 공연장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부모님과 아이까지 삼대가 같이 와서 볼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야겠다 다짐했죠.”
그렇게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위해 매 공연에서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한다. ‘헨젤과 그레텔’ 공연에서는 관객 이벤트로 동화책을, 아이들에게는 작은 선물을 각각 나눠줬다. 또 단체 회비로 직접 공연 티켓을 구매해 문화소외계층 아이들에게 초청권으로 보내는 등 나눔의 가치를 몸소 실천했다.
올해로 15주년을 맞은 더 싱어즈. 중견단체가 된 만큼 책임감도 커졌다. 이들은 팀의 색깔을 확실히 정하고 함께할 수 있는 후배들을 영입해 또 다른 세대를 도모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앞으로도 무대와 객석이 가까운 공연을 통해 관객과 가까이서 호흡하고 싶은 바람이다.
“관객과 공연자가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공연을 하고 싶어요. 크지 않고 소소하더라도 따뜻함이 있는 무대를요. 더 싱어즈의 눈부신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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