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은 끝 아닌 또 다른 시작 ‘인생 2막’ 열다 [사람사는 이야기2] 김성진 화순 카페 ‘열두시 오분’ 사장 전라도인 admin@jldin.co.kr |
| 2025년 02월 06일(목) 16: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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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를 맞아 은퇴 후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퇴직을 기회 삼아 평소 하고 싶었던 취미활동에 도전하거나, 전문 자격증을 위한 시험공부에 몰두하며 재취업에 나서는 중장년들의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들에게 퇴직은 끝이 아닌 인생 2막을 여는 새로운 시작이다.
광주에서 은행 지점장으로 30여년간 일하다 퇴직 후 전남 화순에 내려와 제2의 인생을 찾은 이가 있다. 카페 ‘열두시 오분’의 김성진 사장이 그 주인공.빨간 지붕과 넓은 정원이 인상적인 열두시 오분은 한 건물 안에 카페와 미용실이 함께 있는 특이한 구조다. 김성진 사장과 막내아들 문수씨가 카페를, 미용사인 아내 이경희씨가 미용실을 운영한다. 지난 2021년 오픈한 이곳에서 김 사장은 가족의 응원 속에 인생 2막을 일구고 있다.
광주 출신인 그는 1989년 10월 주택은행에 입사해 32년간의 근무를 마치고 2020년 KB국민은행에서 은퇴했다. 퇴직을 앞두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던 그는 우연히 화순에 좋은 가격으로 나온 600여평의 땅을 보게 됐고, 매입 후 가족들과 함께 집을 지었다. 이후 텃밭이던 빈 공간에 카페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고민 끝에 열두시 오분의 문을 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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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가 퇴직 후 바로 카페 창업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기술을 배워 업체를 차리기 위해 대학을 다니며 고생스럽게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은행에서 30여년을 근무해온 그가 현장 일에 뛰어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처음에는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따서 태양광 관련 유지보수 업체를 운영해볼까 생각도 했습니다. 6개월 동안 폴리텍 대학을 다니면서 늘그막에 코피를 쏟으며 공부했죠. 자격증을 따서 막상 하려고 보니 생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관리 위주로 직장생활을 해왔는데 현장에서 기계를 들고 일 한다는 게 쉽지 않더군요.”
시행착오와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이 바로 카페 창업이었다. 창업은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크고 경쟁도 심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모든 것은 하기 나름’이라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고 도전했다.오픈 초기에는 막내아들인 김문수씨가 주도해 가게를 운영했다. 이름 ‘열두시 오분’은 그가 지은 것으로 오픈 시간 12시 5분에서 착안했다. 커피를 전문적으로 공부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문수씨는 아버지인 김성진 사장에게 커피를 내리고 음료를 제조하는 법을 차근차근 알려주며 함께 운영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었다.
인테리어는 가족들이 다함께 머리를 맞댔다. 붉은 지붕으로 포인트를 주고 그 아래 길게 뻗은 유리 통창을 설치해 개방감을 줬다. 내부로 들어서면 하늘이 훤히 올려다 보이는 통창 너머 황금빛 논밭과 푸른 산 등 고즈넉한 자연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걸어서 약 3분 이내에 조성된 5000여평 규모의 화려한 코스모스 밭까지 카페 안에서 볼 수 있다. 내부는 문수씨의 아이디어를 더해 젊고 세련된 감성의 조명과 소품 등으로 꾸몄다. 뒷문으로 나서면 반전 공간인 드넓은 잔디 정원이 나온다. 야외 티타임을 즐길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했다. 카페의 귀여운 마스코트 진돗개 마루도 만날 수 있다. 정원을 가로질러 카페 입구로 안내하는 표지판 역할을 하는 바닥의 화강석은 김성진 사장과 그의 아내 이경희씨가 손수 구해온 돌과 모래를 날라 조성했다. 정원의 나무, 꽃, 풀 등 모든 것에 가족의 정성 어린 손길이 닿아있다.
열두시 오분의 시그니처 음료인 더덕라떼는 아들 문수씨가 개발한 것으로, 어머니가 어릴 적 자주 해주던 더덕주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더덕에 우유와 생강, 꿀 등을 넣어 갈아 만들었는데 부드럽고 감칠맛이 있어 남녀노소 좋아하는 인기 메뉴다. 특히 더덕은 실제 외할머니가 직접 농사를 지어 보내주는 것을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 다양한 종류의 수제차를 판매 중이다. 특히 반나절을 푹 고아 만든 대추생강차, 더덕과 마찬가지로 외할머니가 손수 보내준 유자로 만든 유자차 등은 시중에서 파는 것과 달리 집에서 만든 것 같은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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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이경희씨가 운영하는 미용실은 단골손님이 늘었다. 주변에 거주하는 이양면 군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광주에서 올라온 솜씨 좋은 ‘미용맛집’으로 입소문이 났다. 손재주뿐 아니라 요리 솜씨도 좋아 맛있는 팥죽도 내어준다. 물론 스케줄이 가능한지 사전 전화 예약은 필수다.김성진 사장은 내년 1월 결혼 준비로 바쁜 아들 문수씨의 빈자리를 대신해 가게에 상주하고 있다. 문수씨가 광주로 떠나면 카페를 전담해 운영할 계획이다. 아들한테 열심히 배운 것에서 나아가 차(茶) 관련 공부를 전문적으로 하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다.
“목포대학교에 차 관련 학과가 있다고 해서 한국전통차와 수제차에 대해 배워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볼까 합니다. 또 미용실과 카페가 같이 있으니 특별한 날 동네 어르신들을 초대해서 커피를 드리고 미용을 하는 등 봉사를 하며 보람을 찾고 싶네요.”
일을 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를 넘어 세상 속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진다. 김성진 사장은 은퇴 후에도 하루의 정해진 일과가 있고, 꾸준히 배우며 도전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즐거움과 행복을 느낀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지금이 ‘인생의 황금기’라고 말했다.
“제게 퇴직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 됐습니다. 요즘은 60세부터 또 하나의 30년이 시작된다고들 하죠.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는 제가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풍요로운 인생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복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마음가짐 아닐까요.”

2026.10.10 (토) 19: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