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련탑(보물 제1116호)이 있는 화순 모후산 유마사에 가을이 물들고 있다.
모후산 높이는 919m로 전남에서는 백운산(1218m)와 무등산(1178m) 다음으로 가장 높다.
1361년 고려 말 홍건적이 쳐들어왔을 때 공민왕과 왕비는 태후를 모시고 이곳까지 피난왔다. 수려한 산세에 반한 왕이 가궁을 짓고 환궁할 때까지 1년 여 남짓 머물렀다. 그 후 원래 명칭인 나복산을 모후산으로 바꾸었다. 이는 어머니의 품 속같은 산이라는 뜻에서 유래됐다.
산세가 험하고, 지리적으로 요충지이기 때문에 6·25전쟁 당시 유마사는 로동당 전라남도 당의 본거지로 빨치산이 은거하면서 모후산과 백아산을 연계해 활동했다. 당시 빨치산 토벌작전으로 유마사 전체가 모두 소각되고 말았다.
현재의 유마사는 주지 박상규가 복원했으며, 2010년부터 대대적 중창불사가 이뤄져 다시 대가람을 형성하고 있다.
유마사는 627년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지만 오래된 유적이나 유물이 남아 있지 않다. 해련탑으로 미루어 보아 고려 전기에는 유마사가 상당한 사세를 유지한 사찰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유마사 일주문을 통과해 사찰 입구를 향해 간다. 머리 위로 고목들이 마지막 녹음을 뽐내고 있고, 그 옆으로 무후산 계곡물이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고 있다.
곧이어 여러 기의 부도를 만나게 된다. 맨 앞에 해련부도탑이 위치해 있고, 그 뒤로 경헌 장로탑과 가안 선자탑이 자리하고 있다.
부도탑은 승려의 사리를 모신 사리탑이다. 사리탑은 신라 하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형태는 팔각원당형·종형·오륜형 등 다양하다. 해련탑은 팔각원당형 사리탑에 해당한다.
해런탑은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석재가 무너져 있던 것을 6·25전쟁 뒤에 사찰 측이 현재의 자리로 옮겨 복원하였다고 한다.
몸돌 앞면 윗부분에 ‘해련(海蓮)’, ‘지탑(之塔)’이라고 새긴 2행 4자의 글자가 있어서, 승탑의 주인공이 해련임을 알 수 있다.
높이 144cm의 이 탑은 단면이 8각인 바닥돌 위에 8각의 받침돌을 놓고, 그 위에 8각 몸돌과 지붕돌을 차례로 올린 전형적인 팔각원당형 부도이다.
받침돌은 아래받침돌, 가운데받침돌, 윗받침돌로 구성돼 있다.
아래 받침돌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졌는데, 맨 아래에는 각 면에 안상(眼象)을 새긴 돌을 놓았고, 그 위의 돌에는 덮개돌 모양을 새겼으며, 맨 위의 돌에는 꽃잎이 아래로 향한 연꽃 무늬 8개와 귀꽃이 각 모서리마다 조각돼 있다.
아래 부분에 두툼한 굄을 새긴 가운데 받침돌에는 각 면에 큼직한 안상이 1구씩 새겨져 있다.
통일신라시대 이후 전형적인 승탑 양식으로 안상과 연꽃 무늬가 잘 표현되었으며, 문비를 비롯하여 귀신의 얼굴, 문고리 등의 장식도 눈에 띄는 고려 전기의 걸작이다. 글·사진=여균수기자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