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7일부터 시작된 스포츠 종목단체 통합의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통합된 종목들은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양 단체로 병립해오다 하나가 되면서 새로운 스포츠 단체로 활동하게 된다.
그동안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스포츠 종목의 보급과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해 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번 종목단체의 통합 과정을 거치면서 ‘취미를 같이하는 동호인 클럽 수준의 단체가 엘리트체육과 섞일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도 없지 않았다. 이런 우려 속에서도 보다 큰 틀의 통합이 마무리되면 해당 종목의 특수성보다는 보편성과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될 것이라는 게 체육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통합의 막바지에서 지난 10월15일 초대 통합 광주골프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한창희 전 상임부회장을 만나 소감과 협회 운영 방침에 대해 들어봤다.

- 첫 통합회장에 당선된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통합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문화가 많이 달라 통합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엘리트체육은 주니어 선수 육성, 그러니까 학생 선수의 시합과 대한골프협회 사업을 지방에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같이 해왔다. 예컨대, 전국체전이나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등 주로 주니어 선수를 위한 체육 발전에 기여해 왔다.
또 하나의 체육단체인 생활체육은 말 그대로 동호인들끼리 모여서 구별로, 또는 시와 연계해서 활동해 왔다.
이렇듯 지난 20여년 간 선수 육성에 방점을 둔 엘리트체육과 생활 속에서 친목을 도모하는 생활체육이 서로 다른 시각으로 통합에 접근하다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우선, 기본적인 운영 방침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서로 기득권을 주장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인적 구성의 지분 문제도 그렇고 운영상의 방법론에서도 시각차가 있었다. 아무래도 엘리트체육이 더 오래된 조직이어서 운영 노하우가 많은데, 그런 부분에 대한 설득이 잘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결국에는 합의가 잘 이뤄져서 제가 첫 통합 회장으로 만장일치 추대되는 영광을 안았다.

- 엘리트체육에 오랜 기간 참여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1995년부터다. 골프를 배우고 몇 년 안 돼 지인의 추천으로 협회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8년 정도 안두일 전 회장님을 모시고 상임부회장으로 활동했다. 안 전 회장님이 열정을 갖고 오랫동안 협회를 잘 이끌어주셨다. 타 지역과의 교류는 물론 대한골프협회와의 관계도 불협화음 없이 원활히 회장직을 수행하셨다. 사실, 이번에도 안 회장님을 더 모시려고 했으나 협회의 새로운 출범을 위해 아름다운 퇴장을 하셨다.

- 임기 동안 꼭 해보고 싶은 사업이나 방향이 있다면?
△우선 양 단체를 잘 통합해서 화학적으로 하나 된 협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또 하나는 골프선수 육성을 위해 노력하겠다. 광주 골프는 전국체전에서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올해 체전에서도 남녀 개인전에서 금메달과 동메달 각 1개씩 따는 데 그쳤다.
성적 향상을 위해서는 선수 인프라 확충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전국미드아마연맹을 활용할 생각이다. 연맹의 회원 수는 5000명정도 된다.
하지만 광주지역 등록 선수가 많지 않아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전국미드아마연맹 부회장직을 몇 년 간 역임했던 경험을 잘 살려 선수 유치는 물론 광주 골프의 실력 향상을 위해 매진하겠다.
선수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골프를 더 친근히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이들이 골프 매너, 룰 등을 잘 배워 골프를 놀이가 아닌 스포츠로 여길 수 있도록 계몽활동도 펼쳐나갈 계획이다.

- 현재 협회가 개최하는 대회는 어떤 게 있는가. 또 선수 육성 방안은?
△1년에 두 번 열리는 광주골프협회장배와 광주교육감배, 그리고 전국 아마추어 메이저대회인 호심배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올해 14회), 신지애배주니어골프대회 등이 초·중·고·대학생을 대상으로 열린다. 여기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광남일보아마추어골프대회 등이 있다. 여기에 전국체전과 소년체전 등 전국대회에 선수들을 출전시켜 상위권에 입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순수하게 광주지역 학생만으로 우수선수 육성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다른 지역 학생들이 광주에서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외부에 있는 우수한 선수들이 광주에 골프 유학을 오고 싶은(함평골프고처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 골프 인구가 많이 늘었지만 한편으론, 김영란법 시행으로 골프업계의 불황이 우려된다.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골프를 오락(놀이)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진지한 스포츠로 접근해야 붐 조성이 가능하다. 그래서 골퍼들에게 룰과 매너를 가르치고 스포츠맨십에 부합한 골프문화를 전파해나갈 생각이다. 연습장에서 프로님들이 기술뿐만 아니라 룰과 매너를 같이 가르치는 계몽활동이 그것이다. 자연과 더불어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골프문화 확산을 통해 김영란법의 위기를 자연스럽게 넘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 골프 실력은 어느 정도 인가.
△핸디는 4개 정도(4오버파) 유지하고 있다. 베스트 타수는 68타(4언더파)다. 2006년 화순CC 챔피언대회에서 우승한 경험도 있다. 이동통신사업(한영정보통신)을 하면서 시간을 쪼개 필드는 일주일에 1~2회 정도 나간다. 지난 1993년 회사 설립 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직원은 30여명, 대리점 매장은 광주·전남 4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 끝으로 회원들과 골프를 좋아하는 시민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지금은 물리적 통합이 된 상황이지만 화학적 통합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태생적으로 다르게 성장한 양 단체를 조화롭게 이끌어 나가는 것이 숙제다. 양쪽의 의견을 잘 조율해서 모범적인 통합 골프협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회장 자리는 회원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도움이 있어야 유지할 수 있다. 현재 생활체육에서 명단이 넘어오지 않아 모두 29명인 협회의 회원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그분들 추천을 빨리 받아 개인적으로 만나서 잘 협조해 줄 것을 부탁할 생각이다.
이후 올 연말까지 나머지 이사진과 임원에 대한 체육회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새로운 이사진 구성이 완료되면 첫 이사회를 열고 내년 초에 협회 출범식을 개최할 계획이다.

김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