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갓 불혹에 접어든 이가 국민이라면 누구나 부러워 할만한 ‘2016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거머쥐었다.
수상 배경으로는 그가 나눈 크기나 성과보다도 평소 가지고 있는 나눔에 대한 인생관이 잘 반영된 듯 보였다.
그는 평소 "나눔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신체와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나눔은 곧 누구에게나 즐거움이자 일상이 될 수 있다고 당당히 말하는 ‘나눔박사’ 김용식씨(40)를 직접 만나봤다.
크리스마스를 이틀여 앞둔 12월 23일 오전 광주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만난 김씨는 전혀 예상치 못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얼추 봐도 180cm를 훌적넘는 키에 90kg에 가까운 건장한 체구를 가진 그가 산타클로스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몸에 걸친 새빨간 옷과 바지는 물론 루돌프 코를 연상케하는 코주부 안경, 가슴까지 길게 내려오는 새하얀 수염은 보는 이들의 실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가 이 같은 옷을 입고 아이들을 찾아 나선 것은 벌써 4년여 전부터다.
당시 특별한 날이나마 자라나는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고 웃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났다고 한다.
이후 한국도로공사의 12년차 직원이기도 한 그는 짬이 날때마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옷과 액세서리를 찾아다녔고 매년 아이들을 위한 조그마한 선물과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늘은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 회사에 반차까지 쓰고 왔어요.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지만 아이들이 즐거워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이날을 위해 아이들의 개개인 이름과 바램이 적힌 카드, 그리고 알록달록 포장된 동화책 등 작은 선물을 한보따리 준비했다.
이런 마음이 전해졌던 것일까 이날 역시 아이들은 그의 곁을 둘러싸고 떠날 줄을 몰랐다.
아이들은 누르면 삐이익 소리가 나는 김씨의 빨간 코를 눌러보는가 하면 산타 옷에 달린 꼬리를 당기며 깔깔 웃음을 한동안 지어보였다.
이어진 댄스타임에서도 김씨는 숨겨둔 춤실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 신나는 율동과 함께 덩실덩실 엉덩이를 흔들며 아이들의 반응을 조금씩 이끌어 냈다.
한두명의 아이들이 나와 그와 손을 맞잡고 어울리더니 어느새 단체로 손을 맞잡은 채 춤사위까지 벌이고서야 비로소 끝이 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을 새도 없이 비좁은 창고로 발걸음을 옮긴 그는 또 다른 변신을 꾀했다.
이번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명 ‘백곰이’를 보여주기 위해서란다.
그의 큰 체구 탓일까 작은 옷이 문제일까 머리를 꽉 죄는 작은 인형탈과 제대로 잠기지 않은 등 뒤의 지퍼는 언제나 주변인들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저기 지퍼 좀 올려주실래요? 오늘따라 유난히 옷이 줄어든 것 같네요"라는 웃지못할 농담도 건넨다.
그래도 아이들이 웃고 즐겁다면야 이 정도 수고는 백번이고 만번이고 할 수 있다는 그다.
이처럼 유별난 아이들 사랑도 그가 행하고 있는 거대한 나눔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
김씨는 그동안 헌혈, 봉사활동, 재능기부, 나눔프로그램 운영 등 통해 소외된 이웃들에게 나눔문화를 널리 확산하고 행복을 전하는 ‘나눔박사’로 더욱 유명하다. 실제 그는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기도 하다.
그의 나눔 이야기는 고등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백혈병으로 수술을 앞둔 친구에게 첫 헌혈을 하면서 부터 시작됐다.
이 후 김씨는 현재까지 106회 헌혈을 했으며, 대한적십자사 헌혈 명예의 전당 헌액, 광산구청 숨은 천사 수상, 한국도로공사 1호 헌혈왕의 영예를 얻기도 했다.
그는 평소 나눔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11년과 2013년에는 아들, 딸 돌잔치 축의금 전부를 아이들 이름으로 사회단체에 기부해 주위를 놀라게 했었다.
또한 가족 이름으로 소외된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정기후원도 9년째 이어오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두 아이의 이름으로 2년 동안 모은 ‘사랑의 저금통’10개를 취약계층 후원을 위해 내놓기도 했다.
시민들이 나눔을 함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위해 ‘나눔을 바꾸는 시간 15분’을 기획해 운영 중이다.
점심시간 이용 소박한 사람들의 행복한 나눔 이야기를 듣고 점심값을 기부하면 그 돈으로 새로운 형식의 나눔 콘텐츠를 통해 지금까지 총 4회에 걸쳐 600여만원을 화상어린이 환자와 가족에게 지원했다.
그는 "연예인 션과 정혜영 부부가 좋은 일이 생길때마다 기부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재능수입의 10%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기 시작했습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밖에 그는 서울에서 열린 ‘세상을 바꾸는 15분’에 참여한 뒤 모두가 동참하는 나눔을 위해 ‘나눔을 바꾸는 시간 15분’을 직접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 그는 혼자 실천하는 나눔보다는 주변 지인들과 함께하는 나눔의 진정한 의미와 확산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번 나눔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보니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과 그분들을 도울 방법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여유시간이 나면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게 됐죠. 그러다 보니 점점 나눔이 저에게 있어 즐거움이자 일상이란 걸 깨닫게 됐고 이제는 많이 이들에게 행복한 나눔을 전파하고 싶습니다."

고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