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켜 유교문화 확산을 주도하는 광주성균관유도회의 새 얼굴로 김중채(81) 임방울국악진흥회 이사장이 선출됐다. 성균관유도회는 향교와 함께 윤리도덕에 앞장서는 전국적 기구로 16개 시·도 본부와 295개 지부로 구성됐다. 제13대 광주성균관유도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향후 2년의 임기동안 광주유도회의 방향을 제시하고 살림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게 됐다. 300여명 대의원에게 만장일치 선택을 받은 김중채 회장을 만나 계획과 포부를 들어봤다.

-제13대 성균관유도회 광주시본부 회장으로 선출됐다.
오늘날 향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빛바랜 것이 사실이다. ‘향교가 구태의연하다’거나 ‘옛 것만 고집 한다’ 같은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 안타깝다. 하지만 향교가 모시는 공자철학은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공자는 우리 삶과 관계된 인생철학을 내다보고 올바른 방향을 지향해왔다. 즉 유교는 종교가 아닌 삶의 철학이자 본질이다. 어지러운 우리네 삶이 바로서기 위해선 땅에 떨어진 삶의 철학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오늘날 향교는 세계화시대에 부응해 유교를 현대화해 발전시키고 새로운 유교문화를 만들어 갈 임무를 짊어지고 있다. 광주시본부 회장으로서 공자의 가르침이라는 큰 틀에서 서서히 변화를 만들어나가 삶의 질을 높이는데 일조하겠다.

-향교에서 성균관유도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소개해 달라.
우리 지역에 있는 광주향교는 60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향교란 백성의 교화와 풍속을 순화하기 위해 설립한 조선시대의 관립 고등교육기관이다. 오늘날 학교인 셈이다. 광주성균관유도회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이론을 실천으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야전사령부로 생각하면 쉽다. 지역사회에 유교문화를 보급하고, 지역민에 설명과 홍보를 전담하는 등 향교의 손과 발이 돼 뛰고 있는 기관이다.

-광주 유도회의 활동사정은 타 지역과 비교해 어떤가.
많이 앞서가는 편이다. 성균관유도회 산하 시‧군에 5개 지부가 있고 이중 광주시 회원만 600여명에 이른다. 타 지역에 비해 월등한 수치다. 우리 유도회가 시민과 유교사이가 가까워지도록 중간지점을 찾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온 결과다. 유교문화에 익숙지 않은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의식교육이라 하는데 광주유도회는 의식교육에 앞장서 왔다. 시민과 접촉 기회를 최대한 많이 만들고 만남 속에서 유교를 쉽게 풀어가며 교육하고 있다. 가령 인사말을 하더라도 어려운 한자나 전문용어 사용을 지양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정기적으로 청소년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30회 가량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주된 내용은 도덕성 회복, 인륜, 장유유서 등을 깨우쳐 주는 것인데 만족도가 높다.
일반인 대상으로는 유교대학, 한자교실, 서예반을 운영하고 있다. 유교대학은 1997년부터 학자들의 참여로 설립된 지역교육공간이다. 유교의 현대화, 대중화를 통해 현대사회의 도덕적 병폐를 극복하고 유교 지도자를 양성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현대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7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해 지역 유교정신과 문화를 보급하는 중심기관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서예와 한자교육 프로그램도 채근담, 명심보감을 비롯해 예기, 춘추, 예절과 다도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는데 광주시민 누구에게든 열려있다.

-취임사에서 “윤리관 정립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면.
청렴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성균관유도회의 역할이 막중함을 느낀다. 지금처럼 서구문물이 범람하고 예절과 도덕의식이 사라져가는 상황이야말로 유교의 본질인 윤리도덕사회 구현을 위해 인의예지의 교육이 절실할 때다. 공자는 “인의(仁義)로써 기준을 세우고, 예의(禮義)로써 사회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 방법으로는 온고지신의 정신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현실적인 새로운 방법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교육은 ‘인의예지 윤리관 정립’에 최적화된 수단인데, 이 또한 변화한 현실에 발맞춰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다 일상과 가까운 곳에서 유교를 접할 수 있도록 해 일상생활과 유교간 거리를 좁히는데 노력하겠다.
또한 사회에 근간이 되는 전통문화를 살리는데 앞장서기 위해선 스스로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남에게 허점을 보이지 않는 언행일치를 실천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임기동안 이루고자하는 목표가 있다면.
유교를 현대사회와 접목하여 향교 본래의 임무인 인재 양성에 힘쓰고자 한다. 최근 사회에 대두된 유아 교육 이슈에 대해서도 향교가 도울 역할이 있다고 본다. 광주향교에 어린이집 기능을 가진 시설이 설치된다면 공급이 부족한 유야교육문제에 일정부분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라가 바로서고 잘되려면 어린 시절부터 유교의 인의예지, 인성교육을 받아야 한다. 아직까지 향교에서 어린이집 분야에 진출한 사례는 없다. 광주향교가 만약 전국 어린이집 첫 사례가 된다면 큰 관심을 모을 수 있다. 첫 사례이자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주민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지 않겠나.
또한 젊은층에게 올바른 선비정신과 전통문화를 알리고 싶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주목하는 것은 대학 내 동아리‧학회 시스템이다. 지역 내 대학교를 향교 지원대상으로 선정해 유교를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방안을 고심 중에 있다. 인의예지 서클, 인륜을 연구하는 모임 등으로 활성화시킨다면 바람직한 사회질서가 젊은 층에서도 확립되리라 기대한다.

-끝으로 성균관유도회 회원들과 지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향교를 따분한 공간이 아닌, 누구나 즐겨 찾고 전통문화를 익힐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테니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 특히 향교의 기초적인 가치는 교육에 있는데 인성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초·중·고등학교를 전통예절교육과 더불어 유아기부터 대학까지 충효사상을 고취시키고 인성존중의 사상을 강화하여 올바른 인재 육성에 전력을 다한다면 땅에 떨어져 있는 윤리와 도덕을 회복할 수 있다. 향교라는 장소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전통을 바탕에 두고 현재와 함께 사업을 진행해야하는 곳이다.
고리타분하다고 여기던 우리 전통문화가 세계 문화로 우뚝 서 한류를 일궈냈듯, 우리 유교 문화도 소중히 여기고 간직하며 후세에 전할 가치가 있다. 오늘날을 살고 있는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과거 현인들의 가르침을 계승하는 동시에 후세대에 전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이다. 광주성균관유도회가 제 역할을 마땅히 하도록 노력하겠다.

고귀한 기자·사진 최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