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제1118호인 성풍사지 오층석탑은 월출산 바로 아래 영암군 영암읍 수양마을 뒤편에 자리하고 있다. 영암버스터미널 앞길에서 영암군보건소 방면으로 가다가 수양교회를 지나 우측으로 ‘소로원’이라는 간판이 보이면 바로 우회전한다. 좁은 마을 길을 따라 조금 오르면 소로원으로 가기 직전에 좌측으로 석탑이 보인다.
석답이 자리한 성풍사터는 과거 이곳에 사찰이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다. 사찰 건물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석재 몇 개만이 석탑 뒤에 덩그렇게 남아있다.
월출산을 배경으로 서있는 이 석탑의 첫 인상은 안정돼 있되 날렵하다는 느낌을 줬다.
그 안정감은 전체의 무게를 받쳐주는 받침돌을 2단으로 둔데서 연유한다.
2개 받침돌 위에 5층의 몸돌과 지붕돌을 올리고서 머리장식을 장식한 일반적인 모습이다. 받침 부분은 4장의 길고 큰 돌로 짠 바닥돌 위에 구성되었다.
윗층 받침돌의 면석은 4장의 널돌로 조립됐는데, 각 면에는 모서리 기둥과 함께 1개의 가운데 기둥이 조각됐으며, 덮개돌은 쇠시리인 부연은 없지만 윗면에 3단의 굄대를 두었다.
탑신부는 몸돌과 지붕돌을 각각 하나의 돌로 올렸는데, 각 층의 몸돌에는 모서리 기둥이 가지런히 새겨져 있다.
지붕돌의 받침은 1층~3층이 4단이고, 4층∼5층은 3단이며, 처마의 네 귀퉁이는 아래에서 올려볼 때 뾰족하게 보일만큼 날카롭게 솟아있다. 날렵하다는 느낌은 아마 이 처마의 날카로움에서 오지 않았나 싶다.
이 석탑은 원래 2층 옥개석만 남아 있었고, 기단부와 하대 중석 등이 유실된 채로 방치돼 있었다.

1986년 한편에 쌓여있던 석재들을 해체해 복원하는 과정에서 1층 몸돌의 윗면에 있는 사리공에서 탑지와 청자로 만든 사리 항아리가 발견됐다. 탑지에는 ‘통화27년기유(統和二十七年己酉)’라고 오목새긴 글자가 있어, 이 석탑이 1009년(목종 12)에 건립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기단부를 해체한 후 기초 공사를 위해 하부 구조를 정리하다 발견된 ‘성풍대사(聖風大寺)’라는 기와 조각으로 사찰 이름이 성풍사임을 알게 되었다. 당시 3층 탑신과 4층 옥개석 및 4층 탑신은 인근 마을 춘양리에서 수습돼 복원할 때 삽입했다고 한다.
옛 석탑의 상당수가 건립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 많은데, 이 석탑은 그 시기를 명확히 알 수 있어 고려시대 석탑의 양식을 살피는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월출산 천왕사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석탑 옆으로 나있다. 한 등산객이 지나가다 석탑을 보고는 고개만 갸웃거릴뿐 그냥 지나쳤다.

여균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