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서울’ 바람이 불면서 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입학 정원 축소, 등록금 동결 등으로 인해 대학 재정난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역의 거점 국립대인 전남대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호남 최고의 명문대학으로서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지만, 정부의 재정 지원을 이끌어 내야 하고 대학발전기금 조성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위기 상황은 전남대도 피해갈 수 없다. 또 다양한 장학 정책으로 우수 학생을 유인하고 졸업생 취업률도 더 끌어올려야 한다. 추락한 대학 경쟁력을 되찾아 달라는 지역민의 요구도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런 무거운 짐을 지고 ‘제20대 정병석 총장 호’가 지난 1일 출항했다. 최근 총장실에서 만난 그는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기본에 충실한 교육과 연구자 친화형 캠퍼스 구축 등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재양성에 나선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총장선거 본선에서 함께 경쟁한 허민 교수를 부총장으로 영입한 것도 위기 극복의 출발선이라 할 수 있는 학내 화합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전남대가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나아가 글로벌 명문대로 성장하기 위한 정 총장의 구상을 자세히 들어봤다.

- 전남대학교 총장 취임,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다.
△전남대는 그동안 자유와 평화, 인권과 민주라고 하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지키는 데 이바지해왔다. 이와 같은 전통과 명예를 지켜가야 한다는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 또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고 과학의 진보를 추구해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책무를 안고 있다. 이러한 대학 본래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성심을 다해 대학 발전에 헌신하겠다.

- 앞으로 4년간 전남대를 어떻게 이끌 계획인가.
△평생 법학을 공부했다. 법학은 정의의 학문이고 정의란 각자에게 그의 몫을 나눠주는 것이다. 구성원 모두가 제몫을 받고, 정의가 살아 숨 쉬는 대학을 만들어가겠다. 상식이 통하고 순리가 흐르면서도 구성원 각자의 잠재력이 최대한 발현되는 따뜻한 학문공동체를 건설하는 데 모든 열정을 바치겠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전남대에 주어진 시대적 소임을 완수하는 데 힘을 쏟겠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로봇, 빅데이터, 3D프린팅 등 초고도화된 과학기술이 이끌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지식과 과학기술의 발전소’ 역할을 전남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미래의 동력인 연구력 증진을 위해 연구자 친화형 캠퍼스를 구축하고, 학생들의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보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확립하겠다. 또 대학은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 전남대도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거점 국립대로서 이와 같은 책무를 완수해야 한다.

- 총장 선출과정이나, 취임사에서 ‘Pride & Hope(긍지와 희망)’를 강조한 것으로 들었다. 어떤 의미인가.
△올해 개교 65주년을 맞는 전남대는 역사의 질곡 속에서도 시대적 소임을 완수했다. 미래창조의 지식공동체로서 끊임없이 인재를 배출하고, 이를 통해 국가 발전과 문명의 진화에 이바지했다. 지성의 전당으로서 학문을 창달하고, 공동체의 건강성을 지켜왔다.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껴안으면서 ‘자유와 평화, 민주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지키고 일으켜 세웠다.
이처럼 찬란한 역사는 전남대의 자부심이자 긍지(Pride)로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어내고 있다. 이제 그 자긍심이 미래의 희망(Hope)으로 활짝 피어올라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역사라 하더라도 머물러 있으면 의미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그것을 자양분 삼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때 역사는 완성되는 것이다.

- 대학의 핵심 기능 하면 아무래도 교육과 연구가 아닌가 싶다. 그 중에도 전남대는 연구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 임기 동안 연구력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실 계획인가.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은 대학의 연구역량이다. 전남대에 주어진 시대적 소임도 연구력을 강화해 미래 창조의 지식과 정보, 창의적인 기술을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것이다. 특히, 본궤도에 진입한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주도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연구력을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에게 친근한 캠퍼스를 만들겠다. 연구자들의 어려움과 필요에 즉각 반응하는 연구자 친화형 생태계를 구축하겠다. 우선은 연구력이 뛰어난 신임교수들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다음, 실험실 장비 및 연구기자재 지원 등 신임교수들의 연구기반을 탄탄하게 닦아주어야 한다. ‘전남대학교 미래관’을 설립해 미래를 이끌 융합적 연구 및 실험공간을 확보하겠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단과 연구원이 살아 숨 쉬는 ‘글로벌 리서치 허브(Global Research Hub)’를 반드시 실현하겠다.

- 미래의 인재를 양성하는 것 또한 대학이 국가와 사회를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할 책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학생 교육에 대한 복안은 무엇인가.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이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보고, 인생의 마지막에 승리자가 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조금 느리지만, 미래를 향해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마침내 인생의 성공에 다다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한 교양, 풍부한 전공소양을 쌓아야 한다. 자기주도적 학습활동과 체험활동을 통해 자기계발의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비판적 사고능력을 갖춘 지성인으로서 역사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학교도 학생들이 미래를 착실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교육시스템을 확립해 제공하겠다.

- 학생과 학부모의 최대 관심사는 아무래도 취업일 것이다. 취업률 향상을 위해 어떤 계획이 있는가.
△우리 대학은 지난해 말 발표된 취업률 통계에서 서울대를 제외한 전국 지방거점국립대 중 당당하게 1위(61.2%)를 차지했다. 물론, 단순 수치로만 놓고 보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고용절벽’이라는 시장 상황으로 보나, 취업의 질적인 측면에 비춰봤을 때 결코 그 의미가 가볍지 않은 성과다.
이와 같은 취업률 상승 추세를 지속해야 하고, 더 높여야 한다. 취업률을 높이는 데 대학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기본기에 충실한 교양교육, 탄탄한 전공 실력을 갖췄을 때 취업경쟁력은 저절로 생길 것이다. 일찍부터 진로를 설정하도록 지도하고, 졸업 시기가 되면 필요한 취업 스킬을 길러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 취업과 관련한 주요 강좌를 정규 교과과정에 편입시키는 방안도 적극 강구하겠다.
나주의 빛가람혁신도시 등 외부의 여건 변화를 취업 기회 확대로 연결하기 위한 노력도 하겠다. 입주 공공기관들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 특히, 지역 인재를 35% 이상 뽑도록 권유하고 있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법’이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권과도 적극 협력하겠다.

- 교육과 연구, 취업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 등 대학이 처한 현실도 결코 녹록치 않을 텐데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지금 우리나라 대학은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입학 자원이 급감하고 있다. 2023년이 되면, 대학 입학정원에 비해 고교졸업자 수가 16만 명이나 부족해질 것이라고 한다. 예컨대, 전남대와 같은 규모의 대학 30개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
각 대학 스스로 몸집을 줄이고 경쟁력을 기르지 않으면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 대학별로 경쟁력 있는 분야를 특화해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모든 대학이 함께 갈 수는 없다. 경쟁력을 상실한 대학은 스스로 도태되는 것이 순리다.
특히, 지방대의 상황이 어려운데, 특성화를 통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전남대와 같은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특성화해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걸맞은 학사제도, 나아가 대학 운영의 ‘거버넌스’를 재정립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적 차원의 정책 대안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입학정원 감축, 등록금 동결 등으로 대학의 재정여건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들었다.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가.
△대학의 재정위기가 매우 심각하다. 입학자원 감소로 인해 대학의 재정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올해만 해도 지난해에 비해 재정수입이 25억 원이나 감소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의 재정 지원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각종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빠짐없이 유치해 교육과 연구역량 강화에 기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수한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수입원을 창출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 대학은 기술이전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우리 대학의 기술이전 수입액은 22억 원으로 거점국립대 가운데 단연 1위다.
대학발전기금도 더욱 확충해야 한다. 지역민을 비롯한 여러 기업, 독지가들의 후원이 절실하다. 수입이 감소한 만큼 지출을 줄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대학의 모든 구성원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할 것이다.

- 대학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잠재된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는 ‘소통 능력’이 중요할 것 같다. 이를 극대화할 복안이 있는가.
△대학 전반의 소통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 소통 기능을 행정의 핵심요소로 정립해 대학 경쟁력 향상의 동력으로 삼겠다. 총장과 각급 행정부서, 단과대, 부속기관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해 언제 어디서나 상호 의사 교환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 교원 및 직원 인사를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운영함으로써 힘의 낭비를 최소화하겠다.
구성원 간 갈등을 해소하는 조정기구의 설치를 추진할 예정이며, 단과대·학부·학과 순회 간담회를 정기적·부정기적으로 개최하겠다. 어떤 경우에도 구성원을 배려하는 문화, 자유로운 토론문화 정착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 총장의 권한을 대폭 이양해 학장과 부총장, 보직자들의 책임행정을 구현하겠다.

- 여수캠퍼스에 대한 지역민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전남대와 여수대가 통합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두 캠퍼스 사이에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이 문제도 시급해 해결해야 할 현안이 아닐까.
△여수캠퍼스 재도약 프로그램을 수립, 시행하겠다. 통합 이후 10년 동안의 성과와 과제를 세밀히 분석해 구체적인 발전방향을 모색하겠다. 재정운영 및 실험실습기자재 지원, 교육환경개선사업 등에서 여수캠퍼스가 우선 배려되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 수산해양·문화관광 등 지역 산업과 연계한 특화전략을 세워 집중 지원하겠다.
다행히, 최근 여수시의 노력으로 국동캠퍼스에 남중권 권역재활병원을 유치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10년 전 통합 당시 약속한 12개 사항 가운데 아직 지켜지지 않은 국동캠퍼스 의료기관 유치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렸다. 병원 설립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 대학도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이 병원을 중심으로 침체된 국동캠퍼스를 활성화하겠다.

- 전남대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학이다. 지역 사회에서 전남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기도 하지만 지역사회 공동체의 중심이다.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 전남대도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거점국립대학으로서 이와 같은 책무를 완수해야 할 것이다.
전남대는 광주뿐만 아니라 여수와 화순에도 캠퍼스를 갖고 있다. 지역을 이끄는 거점대학으로서 지역발전을 선도하고, 지역민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지역민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서고, 지역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하겠다. ‘한책읽기’ ‘도시텃밭’ ‘송년음악회’ 등 지역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들을 더욱 내실화하고 새로운 소통의 기회를 자주 만들겠다.

- 끝으로 대학 구성원과 지역민에게 한 말씀 해달라.
△전남대의 교목(校木)은 느티나무다. 척박한 땅에서도 깊이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 강인한 생명력과 무한한 가능성, 많은 사람에게 넉넉한 그늘을 제공하는 풍성한 공동체 정신의 상징이다. 전남대가 걸어온 역사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이 사람들을 그늘로 불러들이는 커다란 느티나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대학인의 책무를 다하겠다.
지금 대학이 처한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입학자원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구성원 모두의 단결된 힘과 지혜가 필요하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역민들도 전남대가 이 시대의 ‘희망’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 애정 어린 충고를 보내주시기 바란다.

정병석 총장 프로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서울대학교 대학원(법학석사·박사)
▲ 미국 콜로라도대학 로스쿨 방문학자
▲ 전남대학교 기획연구실 부실장
▲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 로스쿨추진위원회 위원, 상임위원, 위원장
▲ 전남대학교 법과대학장(행정대학원장 겸직)
▲ 전남대학교 융합인재교육원장
▲ 법학교육위원회 위원
▲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
▲ 사법개혁위원회 전문위원

김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