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예언가는 아닙니다. 파면된 박근혜 대통령의 어투를 보면 누군가에 의해 지시되는 허수아비로 느껴졌죠. 그래서 화가들과 이 부분을 끊임없이 논의를 했습니다. 그중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흐르는 표정이 가장 어려웠어요. 그리고 이 전시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뒷받침됐죠. 광주시장이 자기고백하고 이 그림을 그대로 전시가능하게 한 것은 용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세월호 3주기 추모 ‘세월오월’전 개막일에 맞춰 전시장을 찾은 걸개그림의 당사자인 홍성담 작가의 전시 소감이다. 홍 작가의 대형 걸개그림 ‘세월오월’은 지난 2014년 8월부터 줄곧 미술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지난 2014년 광주비엔날레 창설 20년 기념 특별전인 ‘광주정신’전(2014년 8월8일∼11월9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선보이기로 했다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전시가 무산됐다.
하지만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이 드러났고, 박근혜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 파면되고 ‘세월호’가 인양되는 시점에 대형 걸개그림 ‘세월오월’이 돌아왔다. 애초 전시가 예정됐던 광주시립미술관에서 2년6개월만에 시민들에게 선보이게 된 것이다. ‘세월오월’전은 3월28일 개막돼 오는 5월11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제1·2전시실에서 계속된다. 전시 개막에 맞춰 경기 안산에서 광주로 내려온 홍 작가를 전시장에서 만났다. 그는 ‘세월오월’에 대한 내용구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데 이어 전시중인 ‘세월호’ 관련 작품 24점도 관람객들에게 직접 설명했다.
먼저 홍 작가는 이 ‘세월오월’이 광주에서 선보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광주정신’전에 출품하기로 했던 이 작품을 자진철거 성명을 발표한 뒤 제 작업장에 유폐시켰죠. 그 이후에도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 이 원화에 대해 전시를 요구해 왔습니다. 특별전에 출품하기로 하고 광주시민의 세금 5000만원을 작업비로 받았기 때문에 반드시 광주에서 전시를 하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려왔습니다. 윤장현 광주시장이 외압에 의한 탄압으로 작품이 걸리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구요. 저는 광주에서만큼은 문화예술이 탄압받는 것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이것이 재전시를 광주에서 열도록 하는데 크게 작용했죠."
홍 작가는 ‘세월오월’과 관련해 지역 언론들이 시민 편에서 보도를 해준데다 민예총이나 참여자치 21 등 시민단체가 ‘광주가 밥을 굶더라도 문화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낫다’고 격려를 해주는 등 큰 힘이 돼 원화를 전시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의 ‘세월오월’이 돌아온 시점에 ‘세월호’가 인양돼 의미를 더했다. 우연의 일치였는지는 모르나 대통령까지 파면됐다. 그는 ‘세월호’ 인양에서 이 시대의 민낯, 생얼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세월호가 인양될 때 눈물이 쏟아졌다는 그는 지금까지의 민주화나 민주화 시스템이 정치지도자 1∼2명에 의해 무너지는 등 온 나라가 분열됐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세월호가 우리의 모습이자 대한민국의 모습이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화가들과 논의해 박근혜씨의 얼굴을 양면 테이프로 붙였는데 이는 이 그림의 탄압의 상처죠. 눈물 흘리는 박근혜씨의 얼굴에 양면 테이프를 붙이지 않았다면 화학약품을 써야 했겠죠."
그는 ‘세월오월’ 전시가 열리게 된데는 많은 사람들의 뒷받침 때문이라는 점을 밝히면서 걸개그림에 대해 더욱 상세하게 설명해 나갔다.
그는 작품 속 오월의 대표적 상징이미지로 두 가지를 꼽았다. ‘시민군 형상’과 밥상공동체에서 생명공동체로 만든 ‘주먹밥 아줌마’가 그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오월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세월오월’ 한 가운데 시민군과 주먹밥 아줌마가 배치됐다. 세월호를 시민군과 주먹밥 아줌마가 들어올리고 있다. 이는 1980년 광주의 시민군과 주먹밥 아줌마가 희생된 시민과 학생들을 구출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들어올려진 세월호 아래로 노닐고 있는 물고기가 자리하고 있다. 이는 물고기와 사람이 유희하는 것을 의미한다. 치유와 회복을 바라는 염원이 담긴 셈이다.
그는 시민군 옆에 자리한 박근혜 피의자가 부각되긴 했지만 제일 관심을 두는 쪽으로 주먹밥 아줌마가 배치된 쪽의 그림들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한참 동안 이어졌다. 2008년과 2012년 미국 국무성 아시아태평양위원회의 아미티지 보고서를 근거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뒤로 빠지고 일본을 부상시키기 위해 한·일 역사관계를 풀어야 한다고 보고, 이중 제일 트라우마인 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도록 일본에 압력을 넣어 해결하게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이게 사드와 연계된다고 분석한다.
"아미티지 보고서를 읽고 저는 박근혜씨가 대통령 될때 예언을 했습니다. 박정희씨가 경제발전을 위해 한일협정을 한 것으로 아는데 이건 아주 굴욕적인 거였죠.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 제2차 한일협정을 맺고 군비경쟁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 전쟁의 공포를 느낄 것이라고 했었죠."
그는 그쪽에 위안부 할머니를 가장 중요한 자리에 배치하고, 야스쿠니 신사와 일본수상 아베를 포함해 군국주의로 치닫는 일본 등을 형상화했다. 그럼에도 평론가를 포함해 아무도 그 부분을 중요하게 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월오월’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짚으로 만들어진 허수아비인 박근혜씨의 눈물 흐르는 표정이었다고 말했다. "제사나 굿할때 쓰는 허수아비인데 나는 생명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고, 어떤 망자를 넣냐에 따라 인격이 달라질 것으로 봤죠. 한 생으로 태어나 마음대로 못살고 아비가 깎아놓은 유전으로 눈물을 흘리는 그림을 그려야겠다 생각을 했어요.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된 것은 아비의 유산을 물려받은 것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고 하는 유령에 헌신적으로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라고 봐요."
그림 속 허수아비는 무능한 박근혜 정권의 다른 이름으로 읽혔다.
또 실제 그림 속에는 부러진 총이 나온다. 이 부러진 총에 대해서도 잊지 않았다. "살상무기로는 쓸 수가 없고 부상병들의 지팡이로나 쓰지 않을까요. 저는 박근혜씨라고 하는 한 인간의 무의식 속 트라우마를 어떻게 우리 영령을 통해 치유하는 드라마를 만들까 해서 이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윤창중 문창극 이건희 김정은 안기부도 넣었지요."
여기다 목포항과 유달산, 영산강, 영산포, 무등산, 해남, 진도, 팽목항 역시 그려넣었다. 무등산 외에도 광주천과 도청분수대가 있고 광주 교육계의 큰 스승이자 5·18 항쟁의 정신적 지도자인 알암 명노근(1933∼2000·전 전남대 교수), 5·18광주항쟁의 마지막 수배자 윤한봉(1948 ~2007), 온 생애를 민주화투쟁으로 헌신한 김남주 시인(1946~1994), 막걸리에 홍어 한 접시하는 모습 등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져 있다.
작가는 하필 여성을 강에 비유했는가에 대한 생각도 내비쳤다.
"강은 소통과 정화능력이 있어 여성답다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강을 여성으로 의인화했죠. 우리 주먹밥 아줌마의 젖꼭지가 김밥으로, 가마솥으로, 막걸리로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앞서 언급한 내용들에서 보듯 ‘세월오월’은 횡과 종으로 시간과 공간을 끊임없이 천 짜듯이 직조하고 인과과정을 가져가고 있다.
다시 그는 박근혜 얼굴 부분 수정과 관련해 당시를 회고했다. 집중문제를 제기, 수정을 요구한 박근혜 얼굴에 대해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하얗게 칠하는 것과 닭 대가리로 하는 것을 말했는데 그때 큐레이터가 하얗게 놔두면 더 이상하지 않겠냐 해서 닭 대가리를 붙이게 된 것이죠.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별명이 닭 대가리 아니냐 했고, 김기춘 이건희 박정희 등을 지우라고까지 했었습니다."
닭 대가리와 관련한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서울에서 병원을 하는 후배가 닭 대가리를 병원로고로 제안을 해 주사기를 넣는 등 그림을 다시 그려줬는데 한참 있다 백옥 주사 등 주사 이야기가 나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전시장에 부착된 작품 ‘닭 대가리-다나아병원 로고’의 이야기다.

사실 그는 ‘세월오월’을 그리고 나서 ‘세월호’를 그리기 싫었다는 전언이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한 10년 걸리기 때문이라고 들려줬다. ‘광주오월’ 연작 판화 10년, ‘환경생태’ 연작 7∼8년, ‘야스쿠니 미망’ 10년이 걸렸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나이가 60이 넘었는데 ‘세월호’를 그리게 되면 70이 넘을 것이라고도 했다.
작가는 부산민주재단 기획으로 추진되는 6·10항쟁 걸개그림 제작을 위해 부산 지역 청년작가들과 함께 4월 한달동안 부산에 머물며 작업을 펼쳤으며, 올 가을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포르노 그라피티로 작업해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미사여구로는 세월호의 아픔이 치유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아이들이 생중계되는 가운데 물고문으로 다 죽어갔습니다. 정부는 단 1명도 구조하지 못했죠. 이게 국가폭력이자 학살극이라고 봅니다. 실제 제 밑에서 공부하던 아이도 희생돼 그의 어머니와 함께 사체를 수습도 했지요. 미사여구로는 치유가 불가능하고, 아이들이 당한 고통을 직시하고 대면할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생명과 인간존엄을 알고 자기성찰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선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