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방송법이 제정되고 시청자들의 방송 참여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되면서 방송 제작, 교육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로 광주시청차미디어센터가 지난 2007년 건립됐다. 시민의 방송 참여 권리 보장과 빠르게 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맞아 태동한 시청자미디어센터는 지난 10년 동안 광주·전남 시민의 미디어 역량 강화를 위해 힘써 왔다. 청소년 미디어 교육과 전남의 농촌·도서 지역 미디어 교육, 광주시민 미디어 교육, 시설 장비 지원 등 다양한 제작 지원사업을 펼쳤다. 그 결과 연간 교육인원 10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2300여편의 시청자 제작 방송을 내보내면서 시청자의 권리 증진에 힘쓰고 있다. 광주·전남 시민의 미디어 역량 강화를 위해 앞장서 온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의 배승수 센터장을 만나 광주센터의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급변할 미디어 상황에 따른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의견을 들어봤다.

-광주센터가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의 성과는.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의 10년은 참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거대 방송사들의 일방적인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던 현실에서 시청자가 스스로 카메라를 잡고 내 이야기와 우리 이야기를 영상에 담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미디어교육에는 제작에 필요한 기초능력을 담는 것부터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리터러시 교육이 병행됐고, 제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TV와 라디오를 통해 방송하는 ‘미디어주권’을 실현해나간 것이다.
센터 초기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은 KBS밖에 없었으나, 방송사와의 적극적인 업무협력을 맺고 프로그램 개설까지 많은 노력을 한 끝에 지금은 KBC, 광주MBC, 한국케이블티비광주방송 등 광주권만 해도 10여 개 사에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 개설돼 매달 수십 편의 시청자가 직접 만든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고 있다.
미디어교육과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이 두 영역의 괄목할만한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10년간 연인원 100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2300여편의 시청자제작방송을 내보내는 등 시청자의 권리 증진에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가 앞장서고 있다.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의 역할에 대해 소개해 달라.
△시청자미디어센터는 ‘시청자의 방송접근권’을 실현하기 위해 방송발전기금으로 건립·운영되고 있는 공공문화시설이다. 시청자들이 방송 제작을 배우고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했고, 이런 시대적 요구에 맞춰 2005년 부산에 이어 2007년 광주에 건립됐다.
빠르게 변화하는 멀티미디어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보수용력, 비판적 판단력, 참여적 활용능력이 절실히 요구되는데,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는 광주·전남·전북지역의 지역민들에게 미디어를 바로 알고 제대로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애인을 비롯한 미디어 소외계층의 접근권을 실현하기 위한 기반시설이다.
방송제작을 위한 장비·시설 등을 무료로 제공해 지역의 시청자, 공동체, 시민사회와 소외계층 등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광주센터에서 시민들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미디어 교육을 소개해 달라.
△영상과 방송에 대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라디오방송을 위해서는 내레이션 교육, 녹음실 활용 교육 등 라디오 제작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방송기획, 촬영, 편집 등 영상제작에 대한 전문 교육도 실시 중이고, 스마트시대에 맞춰 드론촬영교육, 가상현실 영상제작 교육, 스마트폰 활용 교육, 디지털사진 교육 등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유학기제 시행에 따라 미래의 직업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도록 미디어거점학교, 미디어연구학교, 진로체험교육 등 학교미디어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또 원거리에 거주하는 주민과 청소년을 위한 찾아가는 미디어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주부, 어르신 등 생애주기별 다양한 미디어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아동센터, 소방학교, 교육정보원, 병원 등 기관의 요구와 특성을 반영한 전문적인 맞춤형 미디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광주·전남의 농촌마을 등의 낙후된 미디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광주·전남지역의 특징은 농촌지역이 넓고 도서지역이 많다는 점이다. 개관 이후 광주센터는 원거리 시청자들을 미디어 소외계층으로 여기고 찾아가는 미디어교육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농촌마을의 경우 미디어로 지역과 특산품 등을 알리는 작품을 제작해 미디어로부터 소외된 지역민이 미디어의 즐거움을 알게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도서지역의 경우 ‘섬마을미디어페스티벌’, ‘해변영화상영회’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섬지역 청소년과 주민들이 미디어에 소외되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
특히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 광주·전남·전북의 농어촌 도서지역에 초고령 어르신들을 위한 미디어교육을 활발히 펼쳐왔다. 대표적으로 평균연령 75세인 남구 대지동 장수마을을 대상으로 한 ‘老련한 인생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은 어르신들이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KBS뉴스, 6시 내고향, EBS장수의 비밀 등 각종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노인복지프로그램의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상·미디어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이 많다. 청소년에게 미디어 관련 제작을 지원하는 사업도 하고 있는데 반응은 어떤가.
△크게는 연간 30개 학교로 찾아가서 청소년들에게 진로탐색을 겸한 미디어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방학이면 광주센터에서 청소년미디어스쿨 중등부, 고등부를 개설해 미디어에 관심 있는 청소년이 꿈을 실현하도록 돕고 있다.
특히 좀 더 구체적인 활동을 설계하는 청소년들을 위해서 ‘동그라미’라는 청소년영상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광주센터는 주말이면 동그라미 청소년들로 북적이는데, 극영화, 다큐 등 다양한 장르를 함께 기획, 촬영, 편집 등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작년에도 청소년제작단 동그라미가 주요 청소년 공모전에서 대상과 각종 수상을 휩쓸었다.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미디어교육을 기초부터, 소질을 계발하고 전문가가 되는 과정까지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가 든든한 뒷받침을 하고 있다.
더불어 광주센터 주관으로 ‘전국중딩영화제’를 연말에 개최해 한 해 동안 청소년들이 제작한 영상물들의 성과를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시간을 전국 행사로 개최하고 있다.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가 청소년들의 꿈을 지원하는 미디어파트너로서 이렇게 열심히 뛰고 있으니, 미디어에 관심 있는 청소년 여러분들의 많은 이용 기다리겠다.

-취업이나 창업한 수강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있는가.
△그동안 광주센터에서는 한국문화정보원, 광주정보문화진흥원, 광주문화재단 등의 유관기관과 함께 콘텐츠제작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고, 센터 자체적으로는 청년미디어강사를 양성해 왔다.
올해는 ‘1인콘텐츠 제작자양성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센터내에 인터넷생방송이 가능한 개인용 스튜디오인 ‘1인미디어지원실’을 마련했고, 가상현실교육, 드론촬영교육 등도 운영 중이다. 드론 촬영 교육의 경우 자격증이나 지도사취득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청소년영상동아리 동그라미의 경우, 70% 이상의 졸업생들이 영상관련학과로 진학하고 있으며, 지역의 영상업체로의 취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우리 센터에서 활동하는 강사와 수강생이 사회적기업을 창업해 운영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나 시민들에게 가장 인기를 얻었던 프로그램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센터는 한 달에 30여 개의 교육이 진행된다.
모든 교육이 기획자와 강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기 때문에 모두가 기억에 남지만 작년을 예로든다면, 화순군민의 미디향유권 확산을 위해 기획된 ‘화기애애’란 프로그램이 기억에 남는다.
300년 정씨 집성촌인 화순군 북면 서유마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서유마을 농촌뉴스’, 한 학년 10명의 아이들이 역사를 주제로 영상을 만들었던 ‘화순 도곡초 작은학교 영상교육’, 다문화주부들이 라디오 팟캐스트를 만들어 한국살이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맘껏 수다떨었던 ‘다문화가정라디오교육’ 등 손길이 쉽게 닿지 않는 화순 농촌마을 주민들과 함께 한 ‘화기애애’는 지역 주민들로 하여금 미디어센터가 여기까지 와서 교육을 하느냐고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런 생활 밀착형 미디어사업이 지역민의 미디어 활용 능력 함양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에 따라 올해는 더욱 발전된 프로그램으로 찾아가고 있다.
작년에 가장 인기를 얻은 프로그램은 ‘고려FM’을 꼽을 수 있다. 광산구 월곡동에 있는 고려인마을에는 고려인들 2000여명이 살고 있다. 이분들은 거의 러시아어로 소통하기 때문에 한국방송은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작년 9월 광주문화재단과 협력해 고려인마을에 ‘고려FM’을 개국했다. 주파수 102.1mhz로 정식 개국했고, 지금은 ‘고려fm’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전국 고려인들과 소통하고 있다. 러시아대사관까지 관심을 가질 정도로 고려인들이 한국에 정착하고 정보를 나누고 세상과 소통하는 매우 중요한 방송이 되고 있다. 광주에서 전국으로 나아가 세계 속 고려인들이 함께 듣고 있고 있기에 ‘고려fm’ 은 날로 그 인기가 더해가고 있다.

-10주년을 맞아 특별히 역점에 두고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 있는가.
△그동안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에 대응하면서 시청자 미디어문화 활성화, 미디어교육 전문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다져왔는데, 10년을 맞는 올해는 센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사업별 각 영역에서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펼쳐가고자 한다.
학교미디어교육의 경우 미디어거점학교나 자유학기제교육에 이어 미디어연구학교를 신설해 미디어교육이 교과 안에 어떻게 접목돼야 하는 지 연구를 하고 있다.
장애인미디어교육의 경우에는 올해 발달장애인을 위한 미디어교육을 좀 더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3개 기관과 연계해서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미디어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사진을 기반으로 나를 표현하고 소통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교육하고 있다.
미디어교육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데, 지금 마을단위 사업들이 활성화되면서 마을미디어교육도 중요성이 더해가고 있다. 따라서 올해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는 마을미디어교육을 확대하고, 마을미디어교육단체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마을 공동체 회복에 기여하도록 하겠다.
올해는 특히 군소 지역 미디어교육이 대폭 활성화된다. 위에서 언급한 화순군과의 협력사업인 ‘화기애애’에 이어 담양군민을 위한 프로그램도 신설된다. 담양의 특성을 살려 ‘미디어죽마고우’라고 이름을 정했는데, ‘대숲라디오’, 담양의 문화유산을 미디어로 재생하는 ‘디지털문화도감’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군민의 미디어향유권 확산 및 새로운 미디어복지 프로그램을 더욱 공고히 실현해나가도록 하겠다.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는 올해 ‘함께 한 10년 함께할 미디어세상’을 표방하고 있다. 10년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앞으로 변화하는 미디어환경 속에서 지역민의 참여적 커뮤니케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깊이 있는 미디어교육을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미디어 교육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더 큰 발전을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가
△‘초심불망’(不忘初心;처음 시작할 때의 그 마음을 잊지 말라) 이 한자성어를 다시 새기게 된다.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는 광주·전남·전북지역 시청자미디어 복지 증진을 위해 더욱 열심히 뛰겠다. 외부적 환경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유관기관 등과의 협력을 강화해 미디어교육과 시청자 방송 참여가 더욱 활발해지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또 센터를 찾아 이용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미디어교육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을 존중하며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이용자들과 나눔으로써 미디어를 통해 더욱 행복한 지역사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그 노력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많은 시청자들의 센터 역할에 대한 이해와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배승수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센터장은
△1955년 전남 화순 출생
△1974년 광주제일고 졸업
△1978년 동국대학교 법학과 졸업
△1984~1999년 광주문화방송㈜ 기자
△1999~ 2006년 광주문화방송㈜ 취재부장, 보도제작부장
△2006년 광주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언론학 석사
△2006~2008년 광주문화방송㈜ 경영국장
△2008~2010년 광주문화방송㈜ 보도국장, 보도제작국장
△2010~2013년 광주문화방송㈜ 보도위원
△2013년~현재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장

이산하 기자- 사진=최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