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속담을 기치(旗幟)로 삼고 국내외 인권과 복지 향상을 위해 숨 가쁘게 뛰어온 이가 있다. 유길원 사회복지사다.
국내 최대 민간사회복지기관 초록우산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균형과 조화, 참여’라는 메시지를 던진 그는 ‘사회복지 최고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지난 3월 광주 광산구 첨단종합사회복지관장이라는 새 옷을 입고 또다시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는 지역사회의 복지발전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만이 해법이고 그것으로 이끌어 낸 ‘복지 공동체’가 자신의 숙원이라고 했다. 그가 그리는 첨단종합사회복지관의 미래가 여느 때 보다 기대되는 이유다.
취임 3개월여를 맞는 유길원 첨단종합사회복지관장을 만나 그간의 변화와 성과를 들여다보고 앞으로의 계획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여러 매체를 통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주요 요직을 거친 사회복지 전문가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기존의 직을 버리고 첨단종합사회복지관장직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그동안 초록우산에서 종합사회복지관 관장 등을 거치며 수십년을 근무했다. 그러던 중 ‘사람 사는 세상, 더 좋은 광산’이라는 슬로건이 운명처럼 마음에 와 닿았고 그 무렵부터 적극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전국 243개 지자체 대부분이 사회복지시설을 민간위탁운영하고 있는데 반해 광주 광산구는 전국 최초로 복지시설지원단(2014년 8월 신설)을 운영하면서 첨단종합사회복지관, 더불어락노인복지관, 광산구장애인복지관, 어등지역자활센터를 공영방식으로 운영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공영시설과 민간시설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 상승효과도 크고 운영방식이 민간위탁에 비해 효과성과 효율성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광산구는 공영시설 운영의 전제조건으로 시설장은 민간전문가를 초빙하고 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직원은 정규직으로 선발하는 등 고용을 보장하며, 기존의 복지시설의 예산, 지원업무를 공무원이 전담한다. 무엇보다 민형배 광산구청장의 의지에 따라 복지시설지원단은 공영시설의 민관협치를 추구, 복지시설은 ‘운영하기가 복잡하고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무조건 민간 위탁해야 한다’는 발상전환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를 통해 향후 광산구는 우리나라 지자체 복지시설정책의 대표 모델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판단되며, 저 또한 그동안의 민간에서의 경험적 기반을 통해 새로운 실천 모델을 개발하고 좋은지역사회만들기에 동참하고자 응시하게 됐다.

부임 인사말을 통해 사람중심 지역중심 가온누리 복지공동체를 지향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말 그대로다. 사람·지역중심의 복지행정을 구축해 우리나라 지자체 복지시설정책의 대표 모델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첨단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주민참여 중심의 행정을 지향한다. 예를 들면 주민들이 직접 운영에 대한 어젠다(agenda)를 설정하고 그것을 정책에 반영한다. 곧 주민 스스로가 운영의 주체가 돼 직접적인 현안을 발표·공론화하고 의견을 모아 답을 도출해 내는 식이다.
현재 첨단종합사회복지관은 주민 대표자 20명을 위촉해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욱 확대해 볼 생각이다.

주민참여 중심 행정이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의 구정운영 철학인 ‘직접 민주주의’와 닮았다. 민 청장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나 공교롭게도 그렇게 됐다.
앞서 말했듯 저는 국내 최대 민간사회복지기관에서 27년을 근무했으며, 그중 16년 이상을 종합사회복지관 관장 등으로 재직했다.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그간 여러 기술적 기반을 닦았고 그 결과 소통, 상통, 형통의 리더십과 팔로워십이 사회통합과 정상화 기능에 부합한다고 생각했다.
즉 사회복지 역시 인권과 민주적인 생각을 존중, 문제중심보다는 해결중심의 관점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민 청장님의 ‘직접 민주주의’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첨단종합사회복지관장으로 부임한지 3개월여가 지났다. 어린이재단 출신의 아동복지 전문가에서 종합복지로 영역이 확대됐는데, 업무 간 간극 등 어려움은 없었나.
전혀 그렇지 않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이 있듯 복지는 하나다.
가령 아이가 행복하려면 가정이 행복해야하고, 가정과 부모가 행복하지 않는데 아이만 행복할 수는 없다. 다 연결돼 있다.
게다가 아동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보호자나 후견인이 대신하는 간접 사업이 대부분이다. 입체적인 감시체제를 갖지 않고서는 아동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결과적으로 아동문제는 종합사회복지관의 효시라고 보는 게 옳다.

첨단종합사회복지관만이 가진 장점과 현재 추진하고 있는 역점 사업은.
광주 광산구 첨단1동에 위치한 첨단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 2001년 개관 이후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으로 사회복지관 3대 기능(사례관리, 서비스, 조직화)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프로그램만 25개 분야 100여개 실시하고 있으며, 일일 평균 400여명, 매년 평균 16만여명이 이용하는 명실상부한 지역주민들의 복지센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그동안 첨단종합사회복지관이 광산구 비아동, 첨단 1·2동, 수완 1·2동, 신창동까지의 넓은 지역을 관리·대상으로 한 만큼 현재는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에 굉장히 특화돼 있다. 예를 들면 생활고에 시달려 관리비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가구라든가 치료비가 없어 병원을 가지 못하는 독거노인 문제는 관내 아파트 관리실 및 주민센터 등 그간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빠르게 찾고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또 광주 광산구가 전국에서 가장 젊고 유소년 비율 또한 높은 지역임을 감안해 ‘청년 참여형 사업’도 적극 펼치고 있다. 청년 참여형 복지모델 창출과 청년 마을활동가로써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청년 공동체 ‘사회복지창작소 터’를 조직해 운영 중에 있으며, 올해 들어서는 ‘청청마을 성장학교’라는 마을교육공동체를 꾸려 활동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청년 등 주민 스스로가 직접 교육 컨텐츠를 개발하고 함께 봉사 플랫폼을 조성하는 등 청년들이 공동체 삶을 제대로 알고 지향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첨단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창작소에서 지난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인사나눔운동’이 현재 하남종합복지관과 송광종합사회복지관 등 광산구 전역으로 확대, 운영되고 있으며, 이웃 간 공동장독대를 조성해 맛과 정을 나누는 프로그램도 주민들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1997년 지역사회복지분야 장관표창을 시작으로 국민포장(2013), 사회복지사대상(2016) 등 수상내역이 화려하다. 비결이 무엇인가.
마음을 열고 수혜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것이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만나 문제점을 공유하고 해결중심의 관점을 지향한다.
또 내부적으로는 소통, 상통, 형통의 리더십과 팔로워십을 통해 사랑받고 존경받는 조직문화 형성에 기여 하고자 했으며, 사회복지사 후배들에게는 롤모델이 되고, 선배들에게는 지혜를 구하는 자세를 갖고자 노력했다. 특히 인과관계에 있어서 틀린 것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낮은 자세를 갖고, 무엇보다 인적 네트워크를 중요시 하는 마음가짐이 비결이 아니었나 싶다.

첨단종합사회복지관장이자 사회복지사로 앞으로의 꿈과 계획은.
주민들의 욕구조사를 기반으로 사람·지역중심의 복지행정을 구축해 첨단종합사회복지관을 우리나라 지자체 복지시설의 대표 모델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관 3대 기능은 물론 찾아가는 복지, 맞춤형 복지, 공동육아 마을엄마, 학교사회복지, 문화와 마을의 만남 등 5대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복지시설의 모범이 되겠다.
특히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광주 광산구의 마을공동체 복지와 맥을 같이하는 사회복지실천방법인 지역사회조직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보겠다. 지역의 복지 등 현안에 대해 주민이 당사자로 직접 참여, 해결하고 그 과정을 통해 이룬 ‘복지 공동체’로의 의식 변화를 지역 전체로 확산시켜 나가겠다. 앞으로도 지역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유길원 첨단종합사회복지관장은
1990년 2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입사
1997년 9월 보건복지부장관 표창(결연사업유공)
1999년 8월 동신대학교 사회개발대학원(사회복지학석사)
2001년 8월 전북종합사회복지관장
2005년 1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장
2006년 3월 동강대학교 사회복지행정과 겸임전임강사
2007년 1월 광주가정위탁지원센터 소장
2009년 1월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장
2012년 5월 국민포장 수상(아동복지유공)
2013년 1월 나주종합사회복지관장
2016년 12월 사회복지사대상 수상(전남사회복지사협회)
2017년 3월 광산구 첨단종합사회복지관장

고귀한 기자 사진=최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