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 친화적 행보를 걸으면서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기업부 승격 등의 내용이 포함된 조직 개편이 대표적이다. ‘좋은 일자리’를 목표로 내세워 일각에서는 당장 먹고살기 힘든 지역 영세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인력 선순환으로 업계의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에는 이견이 없다.
지역 기업들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현장 탐방은 물론 기업을 상세히 분석해 필요한 부분들을 찾아낸 뒤 각종 지원 사업을 연계해 하나라도 더 도우려는 지역 대표 중소기업 지원 기관인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있기 때문이다.
정책자금을 활용해 백방으로 업계를 지원하는 중진공 광주지역본부가 이달 초 새 수장을 맞았다. ‘중소기업 진단 전문가’라는 평을 듣는 주상식 신임 본부장(54)을 만났다.

-이번이 첫 지역 본부장이다. 감회가 클 것 같다.
△중진공 28년 근무 기간 중 지역 본·지부에 20여년을 근무했고, 첫 본부장을 광주에서 시작하게 돼 개인적으로는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근무 환경에 설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최근 세계 경제 정체나 사드 문제 등으로 어려운 지역 경제에 중진공이 본연의 역할을 잘 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다.

-전북 고창 출신인데, 처음에 고향에 있다가 이후 본부, 경기본부 등 수도권으로 갔다. 우리 지역 산업과 각 지역이 좀 다르지 않나.
△다행히 학창시절에도 광주를 자주 오가서 상대적으로 익숙하다. 그리고 전체 28년 재직 기간 중 지역에서만 20년을 넘게 보냈다. 전북 지역보다 기업 규모나 수가 2배 정도 있는 듯하다.
각 지역마다 특색이 있는 것처럼 산업도 경기 등 수도권이나 전북, 광주는 모두 다르다. 수도권 업계는 다양한 산업·업종에 고루 분포돼있고 기업 수가 많은 만큼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제품이나 기술 등을 마련한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 업체들은 B2B 제조업이라도 한 고객사에 매출 비중이 치우쳐 있지 않고, 국내외 시장 모두에서 활약하고 있다.
반면 광주는 일부 산업만 영위하고 있고 특히 소수의 국내 대기업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된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광주는 가전산업·자동차산업계가 타 업종 대비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 수 년간 여러 악재로 인해 협력 중소기업의 매출이 감소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경제위기에 대한 지역의 우려가 크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광주시 자동차산업 육성 정책, 에너지밸리 조성사업, 한국전력·대유위니아 유치 등 지자체·기업·유관기관들의 노력이 더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경영지도사, 기업진단사 등 각종 자격증이 눈에 띈다. 자격증을 갖게 된 배경이 있나.
△지역본부에 근무하고 있을 때 기업을 보다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나의 지원 사업을 신청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은 그 사업이 아닐 수 있다.
기업이 가진 애로사항이나 문제점,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제품부터 기술, 재무제표 등을 다 뜯어보고 무엇보다 경영가의 마인드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맞춤형 지원도 할 수 있고 이것이 실제 효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당장 설비 투자가 급한 대기업 협력사라 하더라도 고객군을 넓혀야 설비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장기적으로도 매출 다각화를 꾀할 수 있다. 이런 기업은 수출이나 마케팅을 연계 지원하는 식이다.

-기업 자금운용팀장을 거쳤다.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 자금이다.
△기업은 자체 조달, 외부 투자, 그리고 외부 차입 등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그 중 외부 조달은 은행 및 정부, 지원기관 등의 차입금과 R&D 사업 참여를 통한 정부 보조금 등으로 구성된다. 정책자금은 지원기관·지자체 등에게 받은 뒤 상환해야 하는 융자, 그리고 상환 의무가 없는 보조금 성격의 정부 R&D자금으로 나뉜다.
특히 중진공은 정책자금으로 기업 생태계인 창업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 등의 순환단계에 맞춰 중소기업에게 시설투자비와 운영자금을 지원한다.
통상 기업의 성장·발전을 위해 필수인 시설투자와 운영자금은 한꺼번에 많은 금액이 필요하다. 그런데 만약 일반은행의 지원을 받을 경우 조건이 가변적이다. 경기 및 기업경영성과 등에 따라 지원을 받기 힘든 기업도 많고 상황에 따라 금리가 오르거나 상환 압박을 받기 십상이다. 때문에 중진공 정책자금을 적극 활용하는 게 낫다.

-중진공의 기업 건강진단은 무엇인가.
△미래를 준비할 때 현 상황 점검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사실 조직·인력·예산 등 모든 면에서 애로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점검·분석·활용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자체 전문가가 있는 국내외 대기업도 맥킨지·딜로이트 등 외부 컨설팅 전문 기관에게 기업경쟁력 분석, 개선방향 및 세부 실행방안 등을 꾸준히 조언받는다.
중소기업도 이처럼 기업 경영에 대해 수시로 진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진공은 이를 위한 기업건강진단 시스템을 자체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중진공의 중소기업 건강진단은 한마디로 업체의 부담 없이 경험이 많은 업종 내 전문가를 현장에 투입, 진단해 기업이 겪고 있는 애로를 분석한 후 해결책을 제시한다. 여기에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정책자금, 수출·마케팅, 연수, 컨설팅 등 정부 지원사업을 연계해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마디로 중소기업을 위한 ‘맞춤형 선순환 혁신 프로그램’이다.

-지역본부에서 주로 연계하는 지원들은.
△예를 들어 중진공에서는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 청년창업사관학교, 청년창업자금·석세스코칭 등을 연계해 진행한다.
지역본부 내 청년창업센터에서 청년전용창업자금·석세스코칭을 함께 운영 중이다. 청년창업자금은 대표자가 만 39세 이하인 3년 미만 중소기업·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창업 초기 비용을, 석세스코칭은 청년 기업들의 마케팅 활성화와 지속성장을 위한 성공전략 세미나, 마케팅 전문가의 심화 코칭 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
두 사업의 연계 지원을 받은 업체들이 지난 상반기 남도청년기업협동조합이라는 결실을 맺었고, 이어 중진공이 전시판매행사를 지원했다고 들었다. 특히 지역 언론사들의 적극적인 홍보가 이제 출발하는 청년창업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의견을 들었다. 앞으로도 지역 내 청년창업기업들의 우수한 제품과 기술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잘 부탁드린다.

-지역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 중 하나가 인력이다. 최근 정부의 청년 창업 육성 정책에 인력난이 심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 경제환경에서 창업은 불가피하며, 계속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그중 성공적인 창업으로 판단된다면 이는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사전 충분한 검토없이 경영능력, 기술 및 사업성, 판로 등의 사업계획이 명확하지 못한 단순한 청년창업을 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저희 중진공에서 실제 지원받기가 쉽지 않다.
즉 성공적인 창업과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진공의 다양한 업종 및 기업별 평가 및 노하우를 바탕으로 무분별한 청년창업 붐으로 인한 중소기업 인력난 심화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역의 주력 산업인 가전·자동차 업계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역 업체들에게 꼭 필요한 중진공의 사업이 있다면.
△이제 10년, 20년 회사를 지속 성장시킬 수 있는 제품이나 기술은 거의 없다. 중소기업이 대기업 대비 가진 강점은 규모가 작아 빠른 변화나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력 업종이나 사업 품목을 바꾸는 것은 물론 힘든 결정이다. 하지만 멀리 봐야 한다. 기존 업종의 부가 가치 하락이나 거래처 여건 변화 등 내외부 경제 환경이 변하면서 업종전환이 시급한 기업들이 많다.
중소기업 혼자 주력 업종이나 사업 품목을 바꾸기는 힘들다. 이들에게는 중진공이 운영 중인 ‘사업전환지원사업’을 추천한다. 업종전환이나 사업품목전환 등을 할 때 전환을 위해 필요한 자금(융자), 컨설팅, 정보 등을 연계 지원하는 내용이다.
특히 작년부터 광주지역 협력업계를 위해 사업전환 관련 예산을 35억원에서 58억원으로 늘렸고 해외시장개척단·수출역량강화 교육·내일채움공제사업과 연계 지원했다.

-하반기 지원 전략은 어떻게 되나.
△먼저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다. 지역 내 중소기업은 인재난에 허덕이고 있고, 우수 인재들은 일자리에 목말라 있다. 물론 인재들 입장에서 대기업과의 임금 및 복리후생 격차 등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 내 중소기업에 대한 잘못된 편견도 크다. 중소기업과 인재와의 매칭이 부족하기도 하다.
두 번째는 내수기업의 수출 기업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지역본부에 기업인력애로센터를 마련했다. 하반기에는 지역 대학·특성화고 등 인력양성기관 및 지방중기청,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우수 중소기업과 인재 간을 만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내일채움공제 가입을 활성화해 핵심 인력의 장기 재직을 유도, 고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힘쓸 예정이다.
아울러 내수 위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광주시와 함께 진행 중인 시장개척단·해외전시회 참가 지원뿐만 아니라 수출금융과 수출사업화자금을 적극 연계 지원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지역 업계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으로 중소기업의 동반자, 중소기업종합지원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20여년간 지역 현장을 누볐던 경험을 살려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성공과 발전을 위해 적극 노력할 계획이다. 지난 상반기 그랬던 것처럼 하반기 자금 지원, 해외진출을 위한 수출마케팅사업, 기업의 구인애로해결, 장기재직을 위한 내일채움공제 사업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니 지역 중소기업계에서도 많이 활용했으면 한다.
김주연 기자 sense@gwangnam.co.kr

주상식 중소기업진흥공단 광주지지역본부장은
·경희대 대학원 무역경영학 석사
·중소기업진흥공단 입사(1990년)
·전북지역본부 교류협력팀장
·경기서부지부 신성장기반팀장/수출협력팀장
·본부 기업금융처 자금운용팀장
·경기동부지부 산업1팀장/사업운영팀장
·경기지역본부 기업지원팀장

김주연 기자 사진=최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