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선생님이 도슨트가 됐다. 2011년부터 도슨트로 활동을 시작했으니 올해 횟수로 7년째다. 디자인비엔날레로만 연이어 4번째 도슨트 활동을 앞두고 있다. 전공이 수학교육이어서 미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다. 그런데도 그는 자녀뻘 되는 젊은 20대들과 스스럼없이 살을 부대끼며 도슨트로서의 삶을 지속해가고 있다. ‘미래들’(FUTURES)이라는 주제로 열릴 ‘2017광주디자인비엔날레’(9.8∼10.23)가 전시 준비를 위해 광주비엔날레 전시동에 사무실을 옮기고 더욱 개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전시 해설을 맡을 도슨트 17명이 발표됐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인물 중 한 명이 조은양씨였다. 조씨는 올해 뽑힌 도슨트 17명 중 한살 위 왕언니 1명을 빼고는 최연장자다. 앞서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수학전공자이지만 전시해설에 뛰어든 케이스다. 그는 결혼 후 15년 동안 학생들에게 미적분을 가르치는 수학 선생님이었다. 입시학원 강사를 거쳐 학원을 운영한 것이다. 학원을 운영하면서 오전 시간이 주어지자 그는 무등도서관 독서동아리에 등록 해 12년 동안 그곳에서 활동을 벌였다. 그러다 일곡도서관 영화동아리에도 적을 두고 6년전부터 활동을 펼쳐왔다. 이들 동아리에서 그는 뒤늦게 발동이 걸린 인문학 공부에 매진했다. 애초 수학을 전공했지만 인문학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디자인 인테리어를 하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이것 또한 인문학의 범주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던 그에게 도슨트가 운명처럼 찾아온 계기는 2011년 서영대학교 평생교육원 도슨트 양성과정이 개설되면서다. 그 과정을 다니던 중 (재)광주비엔날레에서 도슨트를 공모하자 거기에 도전에 뽑힌 것이다. 물론 그는 그 직전에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는지도 모른다. 2009년에 광주비엔날레가 진행했던 현대예술강의를 12주 동안 청강한 뒤 서영대학 도슨트 양성과정으로 넘어갔다.
2011년을 시작으로 2013년, 2015년처럼 홀수 해에는 디자인비엔날레 도슨트로 분주한 시간을 보낸데 이어 2012년과 2014년, 2016년 짝수해에는 순수비엔날레 도슨트 활동을 전개했다. 그리고 시간적 여유가 주어질 때마다 ‘광주국제아트페어’ 도슨트까지 맡아 활동했다.
이런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에는 도슨트 20명을 결합해 도슨트협동조합을 발족시켰다. 이 조합의 이사장 역시 그가 맡고 있다. 그러나 근래들어 조직의 힘이 약화돼 아쉬움을 피력한다. 대개 도슨트들의 활동이 개별적으로 이뤄지다보니 규합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도슨트의 매력에 대해 묻자 백과사전을 쉼없이 넘기듯 설명을 이어졌다.
"저희 도슨트들 하면 보통 300여 작가에 작품 200여점, 이것을 다 공부해야 합니다. 올해 디자인비엔날레는 400여 작품이 되는데 작품과 작가들 공부를 모두 미리 해두어야 하죠. 2011년이 제가 마흔아홉이었는데 벌써 7년이 흘러갔네요. 늘 공부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니까 매우 충족되고,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그는 자신을 평범한 아줌마로 부른다. 아줌마가 어디 가서 세계적 작가를 접하기 힘든데 이런 세계적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비엔날레라는 것이다. 광주에 거주하는 최고의 이점이자 혜택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그도 베테랑이 됐지만 처음에는 서툴기 이를데 없었다고 한다.
"초기에는 출품 작가들의 자료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도 몰랐어요. 근데 하나 하나 터득해가면서 능숙해지게 된 것이죠. 지금은 20대 초년병 도슨트들에게 자료 찾는 법과 작품 이해법 등에 대해 알려주는 입장에까지 와 있습니다. 에피소드 한 토막 들려드리자면 7년이 지나다보니 지금은 금방 공부하고도 잊어버리죠. 기억력이 예전만 못한 것 같아요. 요즘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그는 20대 젊은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을 특별하게 여기게 됐다. 그들 모두 4∼5배 노력을 통해 현장에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해설에 나서게 되는데 6월에 선발되면 7, 8월에 집중적으로 전시작가와 작품 등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딸 또래들과 함께 도슨트를 하면서 그들을 진지하게 바라보게 됐다는 그는 자신에게 도슨트 활동이 여유로운 일상의 한 과정이지만 20대 젊은 도슨트들은 학교를 병행하면서 또 다른 스펙을 쌓기 위해 도슨트를 하는 경우가 있어 안쓰러운 감정이 앞선다고 한다. 다년간 현장에서 접한 젊은 친구들에 대해 "야무지다"라고 한 마디로 정리했다.
"늘 그 친구들을 응원하고 싶죠. 제가 그동안 해온 경험이야기를 들려주면 본인 것으로 만들려고 하고, 잘 해보려하는 모습이 좋더군요."

그도 집에서는 스물여덟과 스물일곱 연년생 딸, 그리고 스물셋 아들의 엄마다. 엄마의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듯했다. 폐막식 때는 서로 끌어안고 아쉬워할 정도로 친구가 된다고 소개한다.
농촌이나 대인시장 같은 곳에 젊은이들이 들어가 좋은 아이템으로 바꾸는 것을 보면서 청년들에 대한 그의 신뢰는 절대적인 것 같았다.
그는 매년 도슨트를 해오면서 늘 개막을 기다렸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디자인비엔날레가 9월8일인데 가을 초입이잖아요. 가을만 되면 저는 빛을 보게 되니까 매년 가장 멋진 가을을 맞는 것 같습니다. 한 해를 보내면서 생각해보면 도슨트로 활동한 기간이 정말 보람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시 해설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은 어렵고 힘들었지만요."
그는 전시 해설 때마다 비중을 두고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사회적 이슈다. 사회적 이슈에 시각이 꽂혔던 것은 현대 예술이 사회적 이슈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광주다 보니 5·18민주화운동 등의 시각이 투영된다는 입장이다.
"매년 행사시 사회적 이슈가 문화예술에 투영되더군요. 올해 디자인비엔날레는 제4차 산업혁명이 나오는 데 이게 사회적 변화를 담보하는 이슈죠. 특히 올해 대회의 출품작품을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빠른 속도로 미래를 향해 가는데 4전시장에 가면 동남아시아 작품이 있습니다. 이들 작품은 모두 앞만 보고 가는 세태와는 달리, 뒤를 돌아보게 만들거에요. 그래서 제4전시관이 정말 기대돼요."
이처럼 그는 다른 도슨트들과는 다르게 사회적 이슈를 매개로 한 감성에 주목한다. 뒤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들에 대한 공감을 잊지 않는다.
아울러 도슨트를 하면서 세상을 조금 더 논리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을 긍정적 요소로 꼽았다.
"문화예술은 은유적으로 돌려서 말하는데 이것을 해설하다보니 직설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곡선적으로 바라보게 됐어요. 예전에는 정적으로 바라봤죠, 그리고 좋은 점은 생활이 풍요로워졌다는 겁니다. 여유도 생겼구요. 같은 사회적 이슈를 바라보더라도 문화예술 안에는 다양한 담론이 존재하더군요. 결국 제가 7년째 도슨트를 하는 것도 문화예술이 큰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트슨트를 하면서 한발 더 나아가 전문적 공부를 해볼까에 대한 고민과 꿈에 대한 생각을 내비쳤다.
"제가 본격적으로 미술공부를 하면 그들 속으로 들어가야 되잖아요. 그래서 고민을 해보았는데 그들 속으로 들어가기 보다는 지금처럼 도슨트를 하면서 즐기는 것이 낫겠다 싶어 그 생각을 접었습니다. 쭉 이길을 걸어 나중에는 할머니 도슨트로 현장을 누비고 싶은 꿈이 있어요."

고선주 기자 사진=최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