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서남단에 있는 전남 신안군은 880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보석같이 아름다운 수많은 섬들이 빛나 ‘섬 은하계’로 불린다. 국내 최대 규모의 광활한 갯벌과 전국 천일염의 70%를 생산하는 넓은 염전 등 풍부한 자원을 비롯해 사시사철 많은 볼거리와 때 묻지 않은 풍광을 지녔다. 이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에도 신안군은 그동안 대표적인 개발 낙후지역으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섬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가면서 신안군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선 4·5기 신안군수를 지낸 박우량 전 군수를 만나 신안군의 현안과 앞으로의 발전 방안 등에 대해 들어 봤다.

-지난 2014년 신안군수 후보 중도사퇴 이후 3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보냈나.
△신안군수를 중도사퇴하게 된 이유는 아내를 병 간호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퇴 후 1년 5개월 동안 전업주부와 간병인 역할을 해왔다. 아내가 떠난 후 나머지 1년 동안은 후회와 번민의 시간을 보냈다. 최근 6개월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살아갈 것인 지를 고민했다.
지금까지 오랜 공직생활에 이어 곧바로 민선 신안군수를 2회 역임하면서 뒤돌아 볼 시간이 없었다. 이러한 점에서 3년의 시간은 나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를 갖게 했다.
주로 지방자치행정에 있어 정책적으로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방안을 연구했다. 도시지역보다 농어촌지역이 가지고 있는 인구 과소화와 고령화에 대한 문제를 극복할 방법은 없는지 등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다.

-얼마 전 오랜만에 신안군을 직접 찾았다.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나.
△전남 신안의 14 읍·면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찾아뵙기 전에는 사실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박우량’의 근황을 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음해성 소문은 더욱 번지면서 선입견이 생겨 주민들과 접촉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주민들을 직접 만나면서 선입견은 없어졌다. 한결같이, 그리고 변함없이 반갑게 맞아 주셨다. 이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아직도 신안군의 많은 섬을 방문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직접 주민들을 찾아가 애로사항을 청취할 예정이다.
신안군 주민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방문하지 못한 섬까지 다 방문한 후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에 복당을 했다. 복당을 선택한 구체적인 이유는.
△2014년 지방선거 당시 탈당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공천을 받았는데 출마하지 못함에 따른 도의적인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함이었다. 지난 두 번의 군수선거와 재임 기간 동안에 무소속으로 활동했지만 보이지 않는 장애가 많았다. 그 당시는 주민들을 위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정치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신념에서 무소속을 선택했지만 한계가 있음을 실감했다.
군수를 하면서도 중앙정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협조가 필요했다. 무엇보다 지지자들이 민주당 복당을 원했다. 여러 정황상 민주당 복당이 최선책이라고 생각해 복당을 결정하게 됐다. 호남 인재 등용과 재벌중심의 국가발전 전략의 대전환, 어려운 계층에 대한 국가책임의 확대, 지방분권의 확실한 실현의지 등을 볼 때 평소 생각했던 사회전반적 변화와 개혁을 해야 한다는 분야들이 많아 복당을 선택하게 됐다.

-최근 흑산 공항 장기표류에 지역과 정치권이 시끄럽다.
△지역에서 그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여기까지 오는데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흑산공항이 준공되기까지는 지역의 모든 분들이 한마음이 되어 어려운 부분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환경부를 이해시키는 부분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철새보호차원에서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철새보호는 법이나 제도로서 보호가 되는 것이 아니고 지역의 주민들이 철새에 대해 이해하고 스스로 동참할 때 진정한 철새보호가 실현된다. 신안군에서는 지난 10여년간 철새보호를 위해 전국의 어느 자치단체보다 주민들과 많은 노력을 했다. 어려운 지방재정 여건에서도 이를 묵묵히 실천했다. 국내 최초로 철새보호를 위해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함께 국제철새세미나를 주도적으로 개최했다. 신안군에 도요새사무국을 유치했고 철새전문가를 채용하는 등 철새전담계를 설치 운영했다.
오히려 흑산공항건설을 통해 철새보호를 지역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면 환경부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민선 6기 전남도의 브랜드 사업 ‘가고 싶은 섬’ 사업은 관광객 유치 측면에서 신안군과 가장 밀접해 보인다.
△전남도는 그동안 산발적으로 중앙정부의 시책에 맞춰 ‘가고 싶은 섬 사업’을 추진했다. 근본적으로 섬은 경쟁력이 없고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전남도가 다른 도와 차별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적었다고 본다.
다른 도와 농업면에서, 산업단지면에서, 수산업분야 등에서도 뚜렷한 경쟁에 비교우위를 차지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전국의 섬들 중 3분의 2가 전남에 있다. 이제까지 중앙정부가 섬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 섬들이 다른 도에는 없는, 전남도만이 특성화가 가능한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이제는 섬은 엄청난 자산이다. 섬의 바람과 햇빛, 그리고 바닷물이 모두 자본이 되고 있다.
만일 수십년전부터 섬들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매년 조금씩 계획을 갖춰 투자했다면 아마도 현재에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가고 싶은 섬이 되어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지금도 늦지 않았다. 가고 싶은 섬은, 섬의 오랜 이야기를 살려내고 상품화하는 것에 성공한다면 후손들이 섬을 자랑스러워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신안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세 가지만 꼽는다면.
△첫째 젊은 사람이 돌아오는 농어촌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득이 창출되는 농어촌이 돼야 한다. 농수산업도 벤처산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의 신청자 중심지원에서 1대1의 맞춤형 농수산업지원시스템 전환이 반드시 정착돼야 한다고 본다.
신안군은 그동안 섬이 밀집해 있다는 이유로 개발에 소외돼 왔다. 하지만 이제는 신안군 만이 보유하고 있는 특성을 살린다면 젊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변화될 수 있다. 신안군의 면적은 1만3200㎢에 달한다. 전남의 육지면적과 동일하고, 서울시의 22배에 이른다.
그동안 국가나 지방단체들은 바다보다는 육지가 가용자원이 높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예를 들어, 김 1척을 양식하면 논 1마지기에 벼농사를 하는 것보다 소득이 높다. 신안군에 현재 김 양식 면적은 약 2200만 평 정도로 200어가가 참여하고 있다. 김 어가의 평균소득은 2억원대에 육박한다.
김이 건강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 알려지면서 폭발적인 수출을 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 수산물 수출 1위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신안군에 개선된 어업양식장을 설치하면 20배 이상을 확대할 수 있다. 참여 어가도 10배 정도가 증가한 2~3000어가가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소득도 1년간 400억원에서 1조원 가까이 증대할 수 있다. 양식과정을 개선하면 소득도 늘리고 노동력 투입도 최소화할 수 있다. 김 양식 분야에서만 1000여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생산자로 참여할 수 있다. 해결하고 지원해야 할 부분도 많지만 정부와 신안군의 관심과 노력이 있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둘째 지역의 엄청난 잠재자원을 활용한 지역경제 활력화를 이룩하고, 이익을 지역주민들이 최대한 균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일조량이 타 지역에 비해 10% 이상 높아 천일염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신안군은 농업 한계 지역이 많다. 이곳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게 된다면 최소한 원자력발전 1∼2기 정도를 대체할 수 있다.
또한 사시사철 부는 바람을 이용한 해상풍력발전을 설치하면 원자력 발전 2∼3기 정도를 또 대체할 수 있다.
신안군은 많은 섬들 사이에 매일 4번의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한다. 이를 이용해 조류발전이나 조력발전을 생산한다면 이 또한 엄청난 양의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연륙·연도교를 건설하면서 조류와 조력발전을 병행 한다면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어서 경제성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관심은 많았지만 과거 신안에서도 환경 등을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신재생에너지산업이 지역에 안착하기 위해선 이익이 대기업과 지역의 일부토지소유자에게만 편중되면 안된다. 이 문제는 비록 신안군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자치단체에서 진지하게 고민할 문제다.
반드시 신재생에너지사업으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 지역주민 모두가 그 이익을 균점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우선돼야 주민들로부터의 참여와 협조가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방법과 생각은 앞으로 지역개발을 추진하는 모든 사업자와 자치단체가 생각할 과제이기도 하다.
셋째 100년을 내다보고 섬 관광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해야 할 부분도 중요하지만 먼 미래를 내다보고 조금씩이라도 추진하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생태환경적인 가치를 잃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지금까지 관광은 항상 시설물이나 대규모 구조물을 설치해야만 했다. 전국적으로 자치단체에서 만드는 많은 관광시설물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 기업에서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서 시설의 리모델링이 이어질 때 가능했다.
그러나 신안군이 갖고 있는 한겨울에도 마늘·양파·대파·시금치 등 각종 채소들을 재배할 수 있는 따뜻한 날씨와 바닷가의 특성을 활용한 섬을 만들면 매년 그 부가가치는 증대될 것으로 본다. 도시 삶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신안군을 찾아 힐링과 휴양을 하며 매년 가고 싶은 섬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경남 외도다. 지금은 엄청난 수입과 인근 많은 지역의 경제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관리인력 등 고용도 많이 창출되고 있고 인근 섬인 장사도도 각종 TV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장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외도나 장사도에 비하면 신안군의 섬들은 모든 면에서 훨씬 좋은 여건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안 주민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희망이 샘솟는 지역이라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신안군에는 전남을 먹여 살릴 엄청난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이를 이용한 계획들이 세워지지 못했다. 신안군이 발전을 못했던 것은 단지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을 뿐이다. 많은 바람과 뜨거운 태양열은 신재생에너지의 원천이다. 바닷물과 갯벌은 천일염과 낙지, 각종 어족자원의 보고다. 이러한 모든 것을 활용하면 살기 좋은 지역으로 얼마든지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이현규기자